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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용 흥분 크림 실데나필 도입…데어, 국소요법 성기능 시장 흔든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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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성기능 개선 시장에 국소용 실데나필 크림이 등장하며 기존 경구제 중심 패러다임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 여성 건강 특화 바이오테크 기업 데어바이오사이언스가 성적흥분장애를 겪는 성인 여성을 겨냥한 국소용 흥분 크림 DAREtoPLAY 판매를 시작하면서다. 실데나필을 질 부위에만 작용하도록 설계해 전신 부작용 부담을 줄이려는 전략으로, 성기능 개선 분야에서 바이오 제형 혁신 경쟁이 본격화되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여성 대상 성기능 치료제 상용화 경쟁의 분기점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데어바이오사이언스는 11일 미국 10개 주에서 DAREtoPLAY 사전 주문을 개시했다. 제품은 질 주위에 바르는 크림 형태의 국소 제형으로, 사용 후 약 10분 전후부터 성적 흥분이 촉진된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회사는 성관계 10분에서 15분 전에 한 번 도포하는 단순 사용법을 강조하고 있으며, 성인 여성 성적흥분장애를 주 적응 대상으로 삼고 있다.  

DAREtoPLAY의 핵심은 남성용 비아그라와 동일한 활성 성분인 실데나필을 국소 전달 플랫폼에 접목했다는 점이다. 실데나필은 선택적 포스포디에스터레이스 5형 억제제 계열 약물로, 혈관 확장을 통해 국소 혈류를 증가시키는 기전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 발기부전 치료에서 이미 확립된 이 메커니즘을 여성 생식기의 혈류 개선에 그대로 응용한 셈이다. 질 및 음핵 주변 혈류 증가를 통해 감각 민감도를 높이고, 그 결과 성적 흥분과 윤활 상태 개선에 기여하도록 설계돼 있다.  

 

특히 이번 제품은 전신 흡수 최소화를 목표로 한 국소 제형 설계가 특징으로 꼽힌다. 경구 비아그라와 달리, 혈중 농도 상승을 억제하면서 표적 부위 혈류만 선택적으로 높이기 위해 크림 베이스와 전달 조성 비율을 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데어바이오사이언스는 임상시험에서 위약 대비 성적 흥분 개선을 확인했고, 위약군과 비교했을 때 유의한 전신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여성 대상 PDE5 억제제 국소 제형 중 상업적 판매 단계까지 도달한 사례가 드물었다는 점에서 기술 구현 난도가 일정 수준 검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성 성기능 개선 시장은 지금까지 주로 경구용 호르몬 제제나 중추신경계 작용 약물이 중심을 이뤄왔다. 남성 발기부전과 달리 여성 성기능 장애는 욕구, 흥분, 오르가슴, 통증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치료 타깃 정의가 까다롭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DAREtoPLAY는 혈류 개선이라는 물리적 메커니즘에 집중해 표적을 분명히 설정한 점이 기존 접근법과의 차별점으로 거론된다. 특히 전신 작용 호르몬제에 부담을 느끼는 40대 이상 여성 환자군에서 선호도가 높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사업 측면에서도 데어바이오사이언스의 이번 출시 전략은 여성 건강 특화 포트폴리오 확장과 직결된다. 회사는 피임제, 질 건강, 폐경 전후 증상 관리 등 여성 생애주기 전반을 겨냥한 제품군을 개발해 왔으며, 성기능 개선제로 영역을 넓히면서 여성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으로의 포지셔닝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미국에서 10개 주를 대상으로 한 사전 판매는 초기 시장 반응과 실제 사용 패턴, 부작용 리얼월드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시험대 역할을 할 전망이다.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여성 대상 성기능 개선제 시장은 아직 남성 발기부전제 수준의 블록버스터 제품이 등장하지 않은 상태다. 미국에서는 플리반세린과 브레멜라노타이드 같은 약물이 여성 성욕저하장애 치료제로 승인된 바 있으나, 복용 편의성과 효과, 부작용 문제 등으로 시장 확대 속도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며 여성 성기능 치료제는 미개척 블루오션으로 여겨져 왔다. DAREtoPLAY 같은 국소 PDE5 억제제 제형이 실제 수요를 끌어낼 경우, 글로벌 제약사의 후속 진입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규제 측면에서는 성기능 개선제를 둘러싼 약물 분류, 광고 규제, 온라인 판매 기준 등이 향후 상용화 속도를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성기능 관련 약물을 안전성 관리가 필요한 전문의약품 혹은 일반의약품으로 구분해 허용 범위를 정하고 있으며, 각 주별로 원격 처방과 택배 배송 규제 정도가 다르다. 국소용 실데나필 제형의 경우 전신 부작용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될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 사용 데이터가 부족한 만큼 모니터링 강화 요구도 병행될 수 있다. 성기능 관련 제품 광고에 대한 윤리 논쟁과 연령 제한 문제도 규제 논의의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여성 성기능 장애를 정신적 요인과 관계 맥락만의 문제로 취급하던 기존 관점에서 벗어나, 기전 기반 치료 옵션을 확대하는 움직임이 산업 구조를 바꿀 수 있다고 본다. 혈류 개선형 국소 제형, 호르몬 조절제, 중추신경 타깃 약물, 디지털 치료제 등이 복합적으로 사용되는 다중 모달리티 치료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과도한 상업화로 여성의 정상적 성반응을 질환화하는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학계와 윤리 전문가들의 지적도 적지 않다.  

 

데어바이오사이언스는 미국 내 초기 판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 연령대, 효과 지속 시간, 반복 사용 패턴 등 추가 임상 인사이트를 축적해 향후 적응증 확장과 해외 진출 전략을 검토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성기능 개선제 시장이 남성 중심 구조에서 여성까지 확대되는 전환기에 들어선 만큼, 제약·바이오 업계는 국소 전달 기술과 데이터 기반 맞춤형 성건강 관리 솔루션을 결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부상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제품이 실제 의료 현장과 소비자 시장에 정착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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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어바이오사이언스#daretoplay#실데나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