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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1,096경기”…오승환, 모친 그리움 담긴 눈물→은퇴 무대 의연한 작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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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1,096경기”…오승환, 모친 그리움 담긴 눈물→은퇴 무대 의연한 작별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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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의 순간, 오승환은 잡아두려던 감정을 끝내 숨기지 못했다. 1,096경기라는 유례없는 금자탑을 쌓은 마무리 투수는, 올봄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떠올리며 굵은 눈물을 삼켰다. 세월의 무게와 성취의 빛, 그리고 가족과 동료, 팬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인사가 한 공간에서 오롯이 울려 퍼졌다.

 

오승환은 8월 7일 인천 송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역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시작된 21년 프로야구 여정은 KBO리그 737경기 427세이브, 일본프로야구 127경기 80세이브, 메이저리그 232경기 42세이브로 이어졌다. 총 1,096경기, 통산 549세이브에 달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은 국내외 야구사의 한 장면으로 각인됐다.

“1,096경기 출전 불멸 기록”…오승환, 은퇴 회견서 모친 향한 눈물 / 연합뉴스
“1,096경기 출전 불멸 기록”…오승환, 은퇴 회견서 모친 향한 눈물 / 연합뉴스

시련도 있었다. 오승환은 지난 3월 오키나와 전지 훈련 중 모친의 위독 소식을 듣고 즉시 귀국했다. 이후 어머니의 별세로 마운드에서 한동안 멀어졌지만, 구단과 동료, 팬들의 위로 속에 다시 힘을 냈다. 이날 회견장에서 “갑작스런 어머니의 부재가 은퇴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고 밝혔다.

 

성적표는 화려했다. KBO리그 평균자책점 2.32, 일본 2.25, 미국 3.31 등 각 무대에서 강인한 뒷문을 책임졌다. 세계적으로 통산 세이브 549개를 올리며 한 시대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의 상징이 됐다. 오승환은 “549보다는 550세이브가 더 의미 있다”며 마지막까지 마운드에 오르겠다는 뜻을 재차 강조했다.

 

삼성 라이온즈는 등번호 21번의 영구 결번을 발표, 오승환의 마지막 시즌을 은퇴 투어로 채운다. 그는 별도의 엔트리 없이 1군 선수단과 동행하며 팬들의 환호 속에 작별을 준비한다. 동료와의 우정도 언급했다. 이대호, 김태균, 최형우 등 동갑내기 황금세대와 지속적으로 연락해온 오승환은 선동열 감독에게서 ‘큰 결정을 했다는 격려’를 받았다고 전했다.

 

제2의 인생에 대한 고민도 내비쳤다. 구단과 논의하며 향후 행보를 준비하고 있으나 “선수들과 호흡하는 현장이 좋다”고 말해 야구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본인의 선수생활을 ‘21점 만점에 20점’으로 평가하며, 남은 1점을 앞으로의 삶에서 채우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 등판을 앞두고도 오승환은 “한 경기라도 더 마운드를 지키겠다. 아직 공을 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팀과 함께 은퇴 투어에 나서며, 후배 마무리 투수들에게 “언젠가 내 기록도 넘어설 수 있다”는 격려도 건넸다. 소속팀과 팬들에게는 “다시 태어나도 야구를 하고 싶지만, 마무리 투수만큼은 쉽지 않다”고 말해 한편의 여운을 남겼다.

 

끝까지 흔들림 없는 투혼으로 1,096경기, 549세이브를 완성한 오승환의 마지막 여정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기록을 넘어 한 선수의 집념과 가족, 동료, 팬을 향한 진심이 담긴 순간은 야구장 안팎의 깊은 공명을 남겼다. 창밖으로 넘겨진 계절만큼이나, 그의 선택도 관중석에 잔잔한 파동을 안겼다. 삼성 라이온즈와 팬들은 남은 시즌 은퇴 투어와 함께 오승환의 마지막 투구를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다.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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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삼성라이온즈#은퇴회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