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진단 소프트웨어 허가…식약처, 의료제품 118개 승인
디지털 진단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의료제품 허가가 꾸준히 이어지며 국내 규제 환경이 점진적 혁신 기조를 보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1월 한 달 동안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합쳐 의료제품 118개 품목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전체 허가 규모는 지난해 월평균 124개와 비교해 95.1% 수준이지만, 올해 상반기 월평균 117개와 견주면 100.8%로 비슷한 흐름을 유지했다. 업계에서는 신약과 디지털 의료기기가 동시에 허가되면서, 임상 현장에서의 치료 옵션과 진단 보조 수단이 함께 확장되는 국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번에 허가된 품목은 의약품 30개, 의료기기 88개다. 특히 성인 코칼륨혈증 치료제 로켈마현탁용분말 5·10g과 성인 철 결핍증 치료제 아크루퍼캡슐 30mg이 신약으로 승인됐다. 코칼륨혈증은 혈중 칼륨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상태로, 부정맥 등 심혈관계 합병증 위험이 크다. 로켈마현탁용분말의 주성분인 지르코늄사이클로규산나트륨은 장 내에서 칼륨 이온을 선택적으로 흡착해 체외로 배출하는 이온 교환 물질로 알려져 있다. 기존 레진 기반 제제와 비교해 특정 이온에 대한 선택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돼 전해질 불균형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철 결핍증 치료제 아크루퍼캡슐 30mg의 주성분 제이철말톨은 철 이온을 말톨 계열 리간드와 결합시켜 안정적인 복합체 형태로 제공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이런 구조는 위장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자유 철 이온을 줄이고, 소장에서 서서히 흡수되도록 설계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빈혈·피로를 동반하는 만성 철 결핍 환자에게 경구 치료 옵션이 더해지면서 기존 주사제 중심 치료 패턴 일부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디지털 의료기기 분야에서는 유방 보형물 파열 의심 환자의 진단 결정을 보조하는 소프트웨어 W Expert가 허가를 받았다. 이 제품은 의료 영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방 보형물의 파열 여부를 분석해 의사가 진단을 내릴 때 참고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다. 영상 판독은 전문의 경험에 크게 의존해왔는데, 학습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디지털 도구가 결합되면 판독 속도와 일관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보형물 수술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에서 파열 조기 탐지 수요가 늘고 있어,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진료 효율성과 환자 안전 관리 모두에 의미 있는 보조 수단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적으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와 디지털 치료제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독립된 규제 체계를 갖추며 확대되는 흐름이다. 국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영상 판독 보조, 진단 알고리즘, 원격 모니터링 솔루션 등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허가를 꾸준히 늘리는 가운데, W Expert와 같은 유방 보형물 특화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 허가는 적응증이 점차 세분화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의료 진단 알고리즘의 설명 가능성과 데이터 편향성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규제당국이 임상적 유효성과 안전성을 중점적으로 검증하며 사례를 축적하는 단계로 볼 수 있다.
이번 동향은 신약과 디지털 기기가 한 달 허가 목록 안에서 함께 등장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통적인 화학·생물학 기반 신약이 질환의 근본 원인이나 대사 경로를 겨냥한다면, 디지털 의료기기는 영상·생체신호 등 데이터를 정교하게 분석해 진단과 치료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양 축의 결합은 정밀의료와 개인 맞춤형 진료 구현에 필요한 기반 인프라로 꼽힌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약제 선택 폭이 넓어지는 동시에, 진단과 모니터링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디지털 도구가 늘어나 종합적인 치료 전략을 짜기 수월해지는 구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한 제품에 대해 신속 허가 흐름을 유지하면서도, 허가 현황 정보를 정기적으로 공개해 심사 과정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허가 속도뿐 아니라, 허가 후 실사용 데이터 수집과 사후관리 체계까지 정교해져야 산업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계와 산업계 전반에서는 앞으로도 규제당국이 첨단 기술을 반영한 심사 체계를 얼마나 유연하게 설계하느냐가 국내 IT·바이오 융합 산업 성장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산업계는 이번 허가 성과가 실제 진료 현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