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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 T 미국임상 속도내는 HLB이노베이션…진양곤, 자사주 매수로 힘보탠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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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 T 세포치료 기술을 앞세운 HLB이노베이션이 최대주주의 연속 지분 매수로 다시 한 번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 바이오 기업이 미국에서 진행 중인 CAR T 임상 데이터 공개를 앞두고, 그룹 총수가 직접 자금을 투입해 신뢰를 표한 행보라 업계에서는 책임경영과 기술 상용화 의지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글로벌 세포유전자치료제 시장이 급성장 국면에 들어간 가운데, 고형암을 겨냥한 CAR T 파이프라인의 성패가 향후 기업 가치와 국내 면역항암 산업 지형에 미칠 영향에도 시선이 쏠린다.

 

HLB이노베이션은 15일 공시를 통해 진양곤 HLB그룹 회장이 자사 주식 8만6000주를 장내 매수했다고 밝혔다. 거래는 시장에서 직접 이뤄졌으며, 매수 단가는 별도로 공개되지 않았다. 진 회장은 올해 들어서만 9차례에 걸쳐 HLB이노베이션 주식을 사들이며 지분을 꾸준히 늘려 왔다. 이번 매수로 진 회장이 보유한 HLB이노베이션 주식은 54만2407주가 됐다. 회사 측은 지분 확대 목적에 대해 경영 책임 강화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 입장에서 최대주주의 연속 매수는 통상적으로 중장기 성장성에 대한 신뢰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신약개발 바이오 기업의 경우 파이프라인 임상 결과에 따라 기업 가치 변동성이 큰 만큼, 의사결정권자의 실질적인 지분 확대는 향후 연구개발과 임상 로드맵에 대한 내부 확신을 드러낸 행보다. HLB그룹 관계자는 진 회장이 그룹 최고경영자로서 책임 경영 차원의 추가 매입을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HLB이노베이션의 핵심 경쟁력은 세포유전자치료제의 한 축인 CAR T 기술이다. CAR T는 환자 T세포 표면에 암세포 특이 수용체를 유전공학적으로 부착해 암세포를 인식하고 공격하도록 만드는 차세대 맞춤형 면역항암 기술을 말한다. 기존 화학항암제나 표적항암제 대비 강한 살상력을 보이지만, 주로 혈액암에서 효과가 입증돼 왔고 고형암으로의 확장에는 기술적 난제가 많았다. HLB이노베이션은 이러한 한계를 정면으로 공략하며, 고형암과 재발성 혈액암 등 2개 파이프라인을 병행 개발 중이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HLB이노베이션이 국내 CAR T 개발사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자회사 베리스모 테라퓨틱스를 통해 미국 규제환경 하에서 초기 안전성 및 유효성 데이터를 쌓고 있다는 점이 글로벌 확장 전략의 기반이 되고 있다. 미국은 CAR T를 포함한 세포유전자치료제 상용화 경험이 가장 많은 시장으로, 임상 설계와 환자 모집, 허가 전략 측면에서 축적된 레퍼런스가 풍부하다. 이러한 환경에서의 임상 경험은 향후 다국가 허가 전략 수립에도 유리한 자산이 될 수 있다.

 

HLB이노베이션이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 중 고형암 대상 CAR T 치료제의 임상 중간 데이터는 내년 상반기 학회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CAR T가 고형암에서 의미 있는 항암 효과와 안전성을 동시에 입증한 사례는 아직 제한적인 만큼, 데이터 내용에 따라 회사의 기술평가와 밸류에이션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특히 종양 침투 능력, 사이토카인 분비 패턴, 지속기간 등 면역학적 지표와 함께 중증 부작용 관리 수준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CAR T 시장에서는 이미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혈액암 적응증에서 상용화가 진행 중이다. 다만 고가의 치료비와 복잡한 제조공정, 환자 맞춤형 생산에 따른 공급 병목 등이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한국 기업들은 자체 CAR T 플랫폼 개발과 함께 위탁생산공정 최적화, 비용 절감을 겨냥한 자동화 시스템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HLB이노베이션 역시 미국 임상 경험을 기반으로 한 차별화 전략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규제 측면에서 세포유전자치료제는 안전성 검증과 장기 추적 데이터 확보가 관건이 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체계화된 가이드라인 아래 임상 단계별 요구사항이 정교하게 정리돼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첨단바이오의약품법을 토대로 제도 정비가 이어지고 있다. HLB이노베이션처럼 미국 임상을 먼저 밟는 기업의 경우, 추후 한국 허가 시 해외 데이터를 어떻게 인정받을지, 보험 등재와 약가 협상 과정에서 어떤 기준이 적용될지도 주요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진양곤 회장의 연속적인 지분 확대가 단기 주가 부양보다는 미국 임상과 고형암 파이프라인에 대한 중장기 승부수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CAR T를 비롯한 세포유전자치료제 분야에서 미국 임상 경험과 고형암 적응 확장은 한국 기업의 기술 위상을 가를 분수령이 될 수 있다며 HLB이노베이션의 내년 상반기 데이터 공개 시점이 국산 면역항암 기술의 현주소를 가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HLB이노베이션이 책임경영 기조를 앞세워 CAR T 기술을 실제 임상 현장으로 안착시킬 수 있을지, 그리고 미국 임상 1상 결과를 발판으로 글로벌 파트너십과 후속 자금 조달에 나설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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