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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AI 코파일럿로 병원 바꾼다"…에이아이트릭스, 350억 시리즈C로 글로벌 가속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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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인공지능 기업 에이아이트릭스가 350억 원 규모의 시리즈 C 투자를 확보하며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입원 환자 상태 악화 예측과 의료진용 코파일럿 인공지능 솔루션을 앞세워 병원 업무 방식 자체를 바꾸는 정밀의료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 완료가 국내 의료 AI 기업의 글로벌 상용화 경쟁에서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에이아이트릭스는 1일 국내외 9개 벤처캐피탈과 금융기관으로부터 총 350억 원의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번 라운드에는 프리미어파트너스, 한리버파트너스, 미래에셋벤처투자, 신영증권-BSK인베스트먼트 등 기존 투자사와 함께 KB증권-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 SV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캐피탈이 신규로 참여했다. 시리즈 C까지 누적 투자금은 731억 원으로 늘었다.

투자금은 주력 제품인 입원 환자 상태 악화 예측 솔루션 바이탈케어와 의료진용 코파일럿 AI 솔루션 브이닥 프로의 기능 고도화, 신규 파이프라인 연구개발에 집중 투입된다. 에이아이트릭스는 이번 조달을 통해 차별화된 알고리즘 성능과 임상 현장에서 검증된 효용성, 그리고 해외 사업 확장 잠재력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바이탈케어는 입원 환자의 생체 신호, 검사 수치, 진료 기록 등 병원 정보시스템에 쌓인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중환자실 전원 필요, 심정지 위험과 같은 상태 악화 가능성을 조기에 예측하는 솔루션이다. 딥러닝 기반 예측 모델이 다차원 데이터를 동시에 학습해 의료진보다 앞서 위험 신호를 발견하도록 돕는 구조다. 기존의 단순 알림 시스템이 특정 수치 기준만 넘으면 경보를 울리는 방식이었다면, 바이탈케어는 수치 간 상관관계와 시간에 따른 패턴까지 반영해 위양성 경고를 줄이고 실제 악화 환자 포착률을 끌어올린다는 점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운다.

 

브이닥 프로는 진료실과 병동에서 사용하는 의료진 전용 코파일럿 인공지능으로, 전자의무기록을 기반으로 환자 상태 요약, 추가 검사 제안, 진단 및 치료 옵션 추천 등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에이아이트릭스는 브이닥 프로를 단순 챗봇이 아닌, 병원별 프로토콜과 실제 임상 데이터를 반영해 학습한 의료 특화 도우미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향후에는 병상 회진 코스 추천, 퇴원 후 위험 환자 추적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이번 투자금은 두 제품의 알고리즘 성능 향상뿐 아니라 다양한 적응증 확대에도 쓰일 전망이다. 현재 주요 타깃은 입원 환자 전체의 악화 예측이지만, 중환자실, 수술 후 회복기, 심부전이나 패혈증과 같은 특정 중증 질환군으로 세분화한 특화 모델 개발이 거론된다. 예측 정확도와 경보 타이밍을 병원 환경에 맞춰 최적화하면 기존보다 조기 개입률과 사망률 감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해외 사업 전략도 보다 공격적으로 전개된다. 에이아이트릭스는 2024년 3월 일본 현지 법인을 설립해 운영 기반을 마련한 데 이어 일본을 출발점으로 베트남, 홍콩 등 아시아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일본은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입원 환자 관리 수요가 높은 시장으로 꼽히며, 의료 데이터 인프라가 비교적 잘 정비돼 있어 AI 기반 예측 솔루션 상용화에 유리한 환경으로 평가된다.

 

북미 시장 공략도 본격화하는 흐름이다. 에이아이트릭스는 2023년 12월 미국 법인을 설립해 현지 인허가와 병원 파트너십 구축을 준비해 왔다. 여기에 최근 메이요 클리닉 플랫폼과 협력 관계를 맺어 모델 개발 검증과 글로벌 시장 확장 전략을 구체화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메이요 클리닉 플랫폼은 대규모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외부 파트너의 AI 의료기술을 시험 검증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어, 북미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환경에서 알고리즘 성능과 운용성을 확인할 수 있는 시험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광준 에이아이트릭스 대표는 다수 기존 투자자의 재참여에 주목했다. 그는 많은 투자자의 지속적인 신뢰와 지원 덕분에 회사의 방향성과 성장 가능성을 다시 확인했다며 동일 기관의 반복 투자는 사업 전략과 제품이 꾸준히 시장과 투자업계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이어 확보한 자금이 중장기 전략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고, 회사 성장과 경쟁력 강화에 상당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규 투자사인 SV인베스트먼트는 이번 투자의 배경으로 에이아이트릭스의 혁신적인 AI 솔루션, 우수한 임상 성과, 명확한 사업 전략을 꼽았다. 특히 바이탈케어와 브이닥 프로가 국내 시장에서 쌓은 실사용 경험과 지표를 기반으로 적응증을 넓히고, 일본과 북미 등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빠른 성장 궤도를 그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SV인베스트먼트 측은 이번 투자가 에이아이트릭스의 글로벌 진출에 추가 탄력을 제공해, 장기적으로 글로벌 의료 현장에서 필수적인 AI 솔루션 기업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의료 AI 산업 전반에서는 이번 시리즈 C가 갖는 상징성에도 시선이 쏠린다. 진단 보조나 판독 자동화에 집중돼 있던 시장에서, 입원 환자 관리와 의료진 업무 지원 같은 병원 운영 영역으로 비즈니스 모델이 확장되는 흐름 속에 중대형 자금 조달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과 미국에 동시 법인을 세우고 글로벌 유수 의료기관 플랫폼과의 협력을 병행하는 전략은,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이 규제와 수가 구조 한계를 넘어 해외에서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움직임과도 맞물린다.

 

에이아이트릭스는 2017년 시드 투자와 2019년 시리즈 A에서 총 75억 원, 2021년 프리 시리즈 B에서 35억 원, 2024년 시리즈 B에서 271억 원을 유치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누적 731억 원 규모로 확대된 자금력이 국내외 인허가, 다국가 임상, 현지화 개발 등에 필요한 장기 투자를 뒷받침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의료 AI가 병원 현장의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기 위해선 기술 성능뿐 아니라 제도와 수가 체계, 데이터 활용 규범이 함께 정비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계는 에이아이트릭스의 이번 투자 성과가 실제 글로벌 시장 안착으로 이어질지를 지켜보고 있다.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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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아이트릭스#바이탈케어#브이닥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