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수주 13조 증발에 4조 실탄도 무력화… LG에너지솔루션, 야간 거래서 37만 원대 추락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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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북미 대형 수주 계약 연쇄 소식의 충격 속에 정규장에 이어 야간 거래에서도 약세를 이어가며 투자 심리 위축이 커지고 있다. 이달 들어 10일 남짓한 기간에만 13조 5,000억 원 규모의 수주가 잇따라 무산된 반면, 4조 원대 현금 확보라는 재무 개선 재료는 방어막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기 수주 모멘텀 공백이 길어질 경우 2차전지 업종 전반에 대한 눈높이 조정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26일 유가증권시장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직전 거래일 정규장에서 1.79% 하락한 383,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장 마감 이후 개장한 야간 거래 플랫폼 넥스트레이드 NXT 시장에서는 매도세가 한층 강해지며 한때 372,500원까지 밀리며 37만 원대로 내려앉았다. 정규장에서 시작된 하락 흐름이 야간 시장까지 이어지며 추가적인 가격 조정 압력이 쌓이고 있는 셈이다.

투자자들이 특히 민감하게 반응한 부분은 불과 열흘 사이 13조 5,0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북미 대형 수주 계약이 연속으로 취소되거나 사실상 무산된 점이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완성차 업체의 투자 계획 재조정 등 외부 변수에 따라 굵직한 장기 공급 계약이 흔들리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중장기 성장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부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2차전지 업계 전반에 걸친 고객사 협상 재검토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분위기다.

 

회사 측이 단기적으로는 현금성 자산과 유동성을 확충하며 재무 안전판을 강화한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된다. 최근 4조 원대에 이르는 현금 확보에 성공하며 설비 투자 조정, 연구개발 지속, 재무 건전성 유지를 위한 실탄을 마련한 만큼 단기 자금 부담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투자자들은 재무 여력보다 수주와 이익 성장의 가시성을 더 중시하는 만큼, 신규 대형 계약 확보 소식이 나오기 전까지는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북미 전기차 침체 국면과 주요 완성차 업체의 전략 수정이 수주 취소 파장의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전기차 판매 성장률 둔화와 금리 고착, 보조금 정책 변화 등이 겹치며 배터리 주문 계획이 재조정되는 과정에서 일부 프로젝트가 취소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한 대형 증권사 연구원은 북미 수주 축소가 단기 실적에 미칠 영향은 아직 불확실하지만 투자자 심리에 미치는 부담은 상당하다며 신규 수주 소식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보수적인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시장에서는 이번 수주 공백이 다른 글로벌 배터리 업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적 신호인지, 특정 프로젝트에 국한된 일회성 변수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 전기차 시장의 수요 회복 속도, 정책 지원 방향, 완성차사들의 플랫폼 전략 등이 재정비되는 과정에서 일정 기간 수주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반면 전고체 배터리, 원가 절감 기술, 장기 공급 계약 등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업체는 이번 조정 국면 이후 오히려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향후 주가 흐름은 추가 수주 취소 여부와 함께 새 성장 동력 마련 속도에 좌우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북미 외 지역 신규 계약, 완성차사와의 전략적 제휴 확대, 생산능력 조정 계획 등을 주시하고 있다. 당국과 업계는 글로벌 전기차 수요와 정책 방향을 면밀히 지켜보며 중장기 투자 전략을 재점검하는 한편, 변동성이 확대된 2차전지 시장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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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넥스트레이드#nxt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