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이 가격까지 바꿔놓나”…꿔바로우 논란이 던진 플랫폼 숙제
배달 플랫폼을 통한 외식 소비가 일상이 된 가운데, 메뉴 구성과 가격에 대한 불만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한 이용자가 주문한 꿔바로우 사진을 온라인에 올리며 “1만2000원에 다섯 조각만 왔다”고 호소하자, 소비자들 사이에서 배달 앱 기반 외식 시장의 가격·품질 관리 문제가 재점화됐다. 플랫폼 경제가 배달 편의성을 높인 반면, 메뉴 양과 가격, 리뷰 신뢰도 같은 기본 정보에 대한 표준화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이 배달앱 중심 외식 생태계에서 데이터 기반 품질 관리와 정보 비대칭 해소를 요구하는 신호로 읽힌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소상공인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배달 앱으로 주문한 꿔바로우 사진과 함께 “꿔바로우 1만2000원 양이 이게 맞나요”라는 글이 게시됐다. 작성자는 “거의 대패삼겹살을 튀긴 것처럼 얇고 작은 다섯 조각이 왔다”며 “양이 적어도 맛있었으면 그냥 먹었을 텐데 두 입 먹고 고기 냄새가 너무 심해 모두 남겼다”고 말했다. 사진 속에는 일회용 용기에 담긴 한입 크기 수준의 고기 튀김 몇 조각이 전부인 모습이 담겼고, 글 작성자는 메뉴 구성이나 옵션 누락이 아닌 정식 메뉴로 인식하고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글이 공유되자 댓글 창에는 가격과 양, 품질을 동시에 문제 삼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런 양으로 장사해도 돈 버는구나 싶다”, “우리 지역은 1만8000원에 사진보다 세 배는 준다”, “심각하다” 등 지역과 매장에 따라 가격 대비 양이 지나치게 다르다는 경험담이 쏟아졌다. 일부 이용자는 “서비스용 아니냐”, “리뷰 이벤트용을 잘못 보낸 것 같다”, “주방에서 포장 과정에서 오류가 난 배달 같다”며 개별 매장의 실수일 수 있다는 의견도 냈다.
배달 플랫폼 관점에서 보면 이번 사례는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직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정보가 디지털 인터페이스로만 전달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 비대칭 문제를 드러낸다. 배달 앱 화면에서는 사진, 간단한 설명, 가격 정도만 확인 가능한 경우가 많아 실제 양과 크기, 재료 비율을 가늠하기 어렵다. 특히 꿔바로우처럼 조각 수, 두께, 접시 크기에 따라 체감 가성비가 크게 달라지는 메뉴는 소비자 기대와 실제 제공량 간 격차가 더 커지기 쉽다.
배달 앱이 가진 데이터와 기술을 활용하면 이런 격차를 줄일 장치도 마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메뉴별 중량 표기 데이터를 구조화해 입력하도록 하고, 실제 주문자들이 남긴 사진과 텍스트 리뷰를 분석해 ‘가격 대비 양 만족도’ 같은 지표를 자동 산출하는 방식이다. 이미지 인식 기술을 활용해 동일 메뉴라도 지점별 양·구성이 평균 대비 지나치게 벗어나는 경우를 탐지해 플랫폼 차원의 경고나 안내 문구를 붙이는 접근도 가능하다. 배달 플랫폼이 단순 중개를 넘어 품질·정보 관리 기능을 수행하는 방향이다.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원재료 가격 상승과 플랫폼 수수료, 라이더 배달비 등을 고려하면 메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특히 기름을 많이 쓰는 튀김류 메뉴의 경우 원가 부담에 조리 인건비까지 더해지면 실질 마진이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번처럼 소비자가 양과 맛, 가격 모두에 실망하는 경험이 온라인에서 빠르게 공유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매장 평판과 재주문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정보 제공과 기대 관리에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배달 플랫폼이 가진 IT 인프라와 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와 소상공인 간 신뢰를 높이는 방향으로 서비스 정책을 조정해야 한다고 본다. 한 유통 IT 컨설턴트는 “배달앱은 주문 수, 리뷰 점수 정도만 보여주는 데서 나아가 양과 맛, 위생 등 세부 항목별 체감 만족도를 AI로 정제해 표시할 수 있다”며 “이런 정보가 쌓여야 가격과 품질에 대한 시장의 ‘디지털 감시 기능’이 작동한다”고 말했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플랫폼의 알고리즘 설계와 운영 기준을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하느냐가 온라인 외식 생태계 신뢰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플랫폼 기업들은 그간 리뷰 조작 방지나 악성 리뷰 필터링에는 비교적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메뉴 구성과 양, 가격의 적정성을 데이터 기반으로 모니터링하는 기능은 아직 초보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많다. 소비자는 플랫폼을 신뢰하고 주문하지만, 실제 책임은 개별 매장에 전가되는 구조가 지속될 경우 유사 논란이 반복될 여지도 크다.
배달 플랫폼을 둘러싼 논쟁은 이제 수수료와 독점 구조를 넘어, 정보 비대칭과 품질 관리 같은 디지털 인프라 설계 이슈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산업계는 배달앱이 편리함을 넘어 공정한 가격과 충분한 정보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을지, 그리고 기술 기반의 신뢰 회복 시도가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