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세 번 하면 된다"…윤석열, 계엄 해제 후에도 강경 발언 했다는 증언 나와
내란 혐의 재판 법정에서 비상계엄 해제 직후 상황을 둘러싼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합동참모본부에서 근무했던 현역 영관급 장교로 추정되는 증인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 해제 뒤에도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고 진술하면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9일 열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속행공판에서 A씨는 지난해 12월 3일 밤 합동참모본부 지하 전투통제실에서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등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군사재판에 이어 이날 재판에서도 신원 비공개 조치하에 가림막 뒤에서 증언했다.

A씨는 먼저 2024년 12월 3일 23시 무렵 합참에 복귀해 전투통제실에 들어가자 김 전 장관과 박 전 총장 등이 자리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박 전 총장이 조지호 경찰청장과 통화하면서 국회에 투입된 병력의 증원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A씨에 따르면 이후 그는 국회에 병력이 투입되는 시점부터 합참 작전회의실로 이동해 TV 화면을 통해 국회 상황을 지켜봤다. 그러나 작전회의실에 인원이 많지 않아 머물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고, 4일 오전 1시 17분께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로 다시 내려갔다고 진술했다.
A씨는 그 시점에 윤 전 대통령이 결심지원실에 있었으며, 김 전 장관을 향해 언성을 높였다고 했다. A씨는 "윤 전 대통령이 김 전 장관에게 '핑계, 그러게 잡으라고 했잖아요'라고 말하면서 '다시 걸면 된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계엄 해제 국면을 두고 윤 전 대통령이 "잡으라"고 김 전 장관에게 지시하는 듯한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국회는 그보다 앞선 4일 오전 1시 3분 계엄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A씨의 진술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의 발언은 이 결의안 통과 직후 상황에서 김 전 장관을 추궁하는 맥락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내란특검팀이 이어진 신문에서 윤 전 대통령의 발언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자 A씨는 "다시 걸면 된다는 말은 정확히 들은 건 아니지만 '두 번 세 번 하면 된다'는 말은 기억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계엄 해제 이후에도 필요하다면 재차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는 취지로 들렸다는 설명이다.
다만 A씨는 윤 전 대통령이 김 전 장관에게 국회 투입 병력 규모를 따져 물었는지에 관해선 명확히 답하지 못했다. 그는 "그 당시 경황이 없어서 머리 속에 임팩트가 강한 단어만 기억난다"고 말했다. 사건 당일 전투통제실이 고도로 긴박한 상황이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이날 재판에서는 A씨가 합참 내부에서 군사 사항을 담당하던 영관급 장교로 추정된다는 점이 언급됐으나, 재판부는 신변 보호를 이유로 구체적인 인적 사항을 비공개로 유지했다. 증언 자체의 신빙성 문제를 둘러싼 피고인 측과 특검 측의 공방도 이어졌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반대신문에서 A씨의 기억이 단편적이고 발언 내용이 일부 불확실하다고 지적하며 재차 발언 진위와 취지를 추궁했다.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측은 재판 과정 전반에서 계엄 선포와 관련한 내란 모의나 위법한 병력 투입은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내란특검팀은 12.3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 병력 투입, 계엄 해제 이후 지시 여부 등을 통해 당시 청와대와 군 수뇌부가 헌정 질서를 위협했는지 따지고 있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이 계엄 해제 뒤에도 "두 번 세 번 하면 된다"고 말했는지가 재판 쟁점 가운데 하나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재판부는 이날 심리를 마무리하면서 추가 증인 신문 일정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오는 11일 김용군 제3야전군사령부 헌병대장,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을 차례로 불러 국회 병력 투입 경위와 계엄 해제 전후 지휘 체계, 청와대와의 교신 내용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이날 법원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둘러싼 사실관계 규명을 위해 군·경 지휘부에 대한 증인 심문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은 재판 결과에 따라 책임 공방이 커질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으며, 내란특검 수사와 재판은 향후 정국에서 주요 쟁점으로 남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