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항체로 간독성 줄였다”…에이비엘바이오, ABL503 안전성 개선 보고
이중항체 기반 면역항암 기술이 안전성 측면에서 한 단계 진화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가 개발 중인 이중항체 ABL503 라지스토믹이 투여 간격을 기존보다 대폭 늘린 조건에서도 항종양 활성을 유지하면서, 간독성을 비롯한 전반적인 안전성 프로파일을 개선한 결과를 내놓았다. 업계에서는 독성이 발목을 잡아온 4 1BB 계열 면역항암제 개발 경쟁에서 새로운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이비엘바이오는 10일 현지 시간 유럽종양학회 면역종양학 학술대회 ESMO IO에서 ABL503 최신 임상 데이터를 담은 포스터 발표를 진행했다고 12일 밝혔다. ABL503은 에이비엘바이오와 노바브릿지바이오사이언스 구 아이맵이 공동 개발 중인 PD L1 및 4 1BB 이중항체다. 재발 또는 불응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투여 간격을 2주 Q2W에서 6주 Q6W로 늘린 단독요법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한 중간 결과가 이번에 공개됐다.

ABL503의 설계 핵심은 PD L1이 발현된 종양 미세환경에서만 4 1BB를 자극하도록 한 점이다. PD 1 PD L1 차단은 면역관문 억제제로 잘 알려진 기전으로, 암세포가 면역반응을 회피하는 통로를 차단해 T 세포 공격을 되살린다. 여기에 4 1BB는 T 세포의 증식과 장기적인 면역 기억 형성을 촉진하는 공동자극 수용체로, 강력한 항암 효과가 기대되는 표적이다. 다만 기존 4 1BB 항체는 전신에서 무차별적으로 T 세포를 자극해 간독성과 같은 심각한 독성이 빈번하게 문제가 됐다. ABL503은 PD L1 양성 종양 주변에서만 4 1BB 신호를 유도함으로써 표적성을 높이고, 정상 조직 독성을 줄이도록 설계된 것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이번에 발표된 6주 간격 단독요법 코호트는 이전에 면역항암제 치료를 받았지만 재발하거나 반응이 없었던 PD L1 발현 고형암 환자 2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중 17명이 효능 평가 대상자로 포함됐다. 대부분 기존 치료 옵션이 소진된 상태로, 표준요법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미충족 의료 수요가 큰 환자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여 간격을 세 배로 늘렸음에도 질병조절률 DCR 58.8퍼센트가 보고돼, 고무적인 항종양 활성이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PD L1 억제제에 이미 노출됐다가 재발 또는 불응을 보인 환자에서 부분 관해 PR 2건이 관찰돼, 면역항암제 실패 이후 옵션으로서의 잠재력도 확인했다는 평가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수치 개선이 더욱 두드러졌다. ABL503 6주 간격 단독요법에서 치료 관련 3등급 이상 이상반응은 15퍼센트, 이 중 3등급 이상 간기능 수치 상승은 5퍼센트로 보고됐다. 4 1BB 계열 약물이 과거 간독성으로 잇단 중단을 겪어온 점을 고려하면 전반적인 안전성 프로파일이 유의미하게 개선된 셈이다. 또 6주 간격 투여 환자군에서 이상반응으로 인한 임상 중단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고,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 CRS 역시 단 한 건도 관찰되지 않았다. 면역세포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 고열, 혈압 저하 등을 유발하는 CRS는 T 세포 자극 계열 항암제에서 가장 우려되는 독성 중 하나로 꼽힌다.
투여 스케줄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부각된다. 일반적으로 면역항암제는 2주 또는 3주 간격으로 투여되는 경우가 많다. ABL503처럼 6주 간격으로도 효능을 유지하면서 독성을 낮출 수 있다면 병원 방문 횟수와 모니터링 부담을 줄일 수 있어 환자 편의성이 높아지고, 병원 및 보험자 입장에서도 자원 사용 효율을 높일 여지가 생긴다. 특히 향후 다른 면역항암제와의 병용요법에서 스케줄 조합이 유연해진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시장 관점에서 4 1BB 타깃은 여전히 매력적인 영역이다. 과거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하던 4 1BB 단일항체는 간독성 이슈로 개발이 지연되거나 중단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 반면 최근에는 PD L1 4 1BB, HER2 4 1BB 등 이중항체 형태로 종양 선택성을 높이고 독성을 제어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다수의 4 1BB 기반 이중항체 후보들이 임상 단계에 진입했으며, 중국 기업들도 자체 플랫폼을 앞세워 추격에 나선 상황이다. 에이비엘바이오의 ABL503은 국내 개발 후보 중에서 안전성과 항종양 활성 간 균형을 보여주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글로벌 경쟁 구도 속 입지 확보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자사의 이중항체 플랫폼 트라이메릭 등을 통해 파이프라인을 확장해 왔으며, 글로벌 기술이전과 공동개발을 추진해온 바 있다. 이번 ABL503 데이터는 특히 병용요법 전환을 염두에 둔 전략 수립의 출발점으로 해석된다. PD 1 PD L1 억제제, CTLA 4 항체, 항암화학요법, 표적치료제 등과의 조합에서 6주 간격 3밀리그램 퍼 킬로그램 용량이 안전성과 효능을 모두 고려한 기본 축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향후 규제와 상용화 단계에서는 면역항암 이중항체의 독성 관리 전략이 중요한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미국 FDA와 유럽 규제당국은 최근 면역항암 복합요법 임상에서 간독성, 면역 관련 이상반응에 대해 보다 정교한 모니터링과 위험관리 계획을 요구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첨단바이오의약품 심사 가이드라인을 통해 복합기전 면역항암제의 비임상 독성 시험과 초기 임상 설계 기준을 세분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ABL503처럼 독성 수치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관리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 글로벌 허가 전략의 핵심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투여 간격을 연장해 약물 노출량이 줄었음에도 T 세포의 면역 기억 능력이 강화되고 종양 미세환경이 보다 우호적으로 재편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ABL503 3밀리그램 퍼 킬로그램 6주 간격 투여가 향후 병용요법 개발을 위한 후보 용량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앞으로 임상 전략을 병용요법 중심으로 확대하고 최적의 글로벌 파트너를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에이비엘바이오가 이번 데이터를 바탕으로 글로벌 제약사와의 공동개발 및 라이선스 아웃 협상을 본격화할 수 있을지, 그리고 4 1BB 기반 이중항체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차별화 포지션을 구축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안전성, 파트너십 전략이 맞물려야 차세대 면역항암제 경쟁에서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