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자문대가 아닌 지위 대가” 전준경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2심 징역 3년으로 가중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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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유착 의혹이 재차 도마에 올랐다. 국민권익위원회 비상임위원과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전준경 전 부원장이 억대 금품 수수 혐의로 항소심에서 형량이 늘어나면서 정치권과 관가를 향한 불신이 다시 고조되는 모습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 윤성식 부장판사는 5일 뇌물수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전준경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1심이 선고한 징역 2년 6개월을 깨고 실형을 6개월 가중했으며, 벌금 5천200만원과 추징금 8억808만원은 그대로 유지했다.

재판부는 전 전 부원장이 이른바 자문료라고 주장한 8억여원의 성격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재판부는 선고에서 "피고인이 계속 자문행위를 했다고 하는데 과연 여러 업체에 한 자문행위가 합계 8억에 해당하는지 매우 의문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피고인이 지위를 이용해서 그러한 대가를 받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정당한 용역 대가라기보다 공적 지위와 인맥을 활용한 대가로 판단한 셈이다.

 

앞서 1심 재판부 또한 전 전 부원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 전 부원장은 정당한 자문계약에 따라 자문료를 받았을 뿐이고, 국민권익위원회 직무 등과는 무관하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1심과 2심 모두 공적 직무와 연계된 금품 수수에 무게를 실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전 전 부원장은 2015년 7월부터 2023년 3월까지 7개 업체로부터 국민권익위원회 고충 민원 처리와 지방자치단체 인허가 알선을 명목으로 총 7억8천여만원과 제네시스 승용차를 제공받은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이 자금이 민원 해결과 인허가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대가라고 보고 기소에 나섰다.

 

문제의 금품 가운데 1억여원과 승용차는 백현동 개발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전 바울아시아디벨로퍼 회장이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이 부분을 포함해 전 전 부원장이 민원 해결과 개발 인허가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점을 유죄 판단의 핵심 근거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 전 부원장은 2017년 1월부터 7월 사이 국민권익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재직하면서 고충 민원 의결 등 직무와 연관해 2천6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의무와 청렴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했다는 판단이다.

 

전 전 부원장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국민권익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이후 2020년에는 용인시정연구원장을, 2021년에는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지냈다. 권익위와 지방자치단체, 정당 싱크탱크를 두루 거친 경력이 오히려 로비와 알선의 통로로 활용됐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정치권에서는 공직과 정당 인사들이 연루된 금품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 요구가 다시 커질 전망이다. 특히 이해충돌 방지, 민원 처리 과정의 투명성 강화, 정당 산하 연구기관 인사의 겸직 제한 등 논의가 재점화될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에서는 항소심이 형량을 상향한 배경에 대해 공직 유관 인사의 부패 행위에 대해 엄중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전 전 부원장이 상고에 나설 경우 대법원에서 법리와 양형 적정성에 대한 최종 판단이 이뤄질 여지는 남아 있다.

 

국회와 정부는 공직자 금품 수수 사건이 반복되는 상황을 고려해 청렴 제도 보완과 이해충돌 방지 장치 강화를 논의할 것으로 보이며, 관련 입법과 제도 개선 논의도 다음 회기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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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경#국민권익위원회#민주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