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해자 녹취 유출 공소기각”…검찰, JMS변호사 수사권 놓고 항소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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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복음선교회(JMS) 정명석 총재의 여신도 성폭행 사건 과정에서 피해자 녹음파일을 외부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변호사에 대해 1심 법원이 공소를 기각하자, 검찰이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둘러싼 법적 다툼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8일 검찰은 업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기소된 변호사 A씨에 대한 1심 공소기각 판결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A씨에 대한 수사와 기소가 검찰의 직접수사 권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이 사건은 지난해 JMS 정명석 총재에 대한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불거졌다. 당시 2심 재판부는 피고인 측 변호인단에 증거기록 열람·등사를 허가하면서 피해자 진술이 담긴 녹음파일 복사도 허용했다. 해당 파일에는 정 총재의 육성과 함께 범행 당시 정황이 비교적 상세히 녹음돼 있었다.

 

당시 법원은 검찰과 피해자 측이 “유출 우려가 크다”고 반대했음에도 “피고인 방어권 보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해 증거 복사를 허가했다. 이후 검찰은 “복사된 파일이 실제 외부로 유출되고 있어 즉각 회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10월 피해자 측 고발 등을 근거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A씨를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검찰 수사 자체가 위법하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개정된 형사소송법과 관련 법령을 근거로, “이 사건은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정해진 주요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 총재 성범죄 사건은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이 될 수 있으나, 녹음파일 유출 사건은 별개의 사안”이라며 “두 사건의 피해자가 동일하더라도 검찰이 직접 수사할 만한 객관적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이유로 재판부는 “검찰이 수사개시 권한을 넘어 수사했다”고 보고 공소 자체를 무효로 보는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검찰은 정 반대 입장이다. 정 총재 성범죄 재판 과정에서 작성·제출된 증거물의 유출은 본안 사건과 불가분의 관련성이 있어,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다는 논리다. 검찰 관계자들은 항소심에서 수사권 조정 후에도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지나치게 축소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건은 정명석 성범죄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추가 쟁점이기도 하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 신이 배신한 사람들’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JMS 총재 정명석은 2018년 2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충남 금산 수련원에서 홍콩·호주 국적 여신도와 한국인 여신도를 상대로 23차례 성폭행 및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명석은 1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징역 30년을 구형했고, 같은 해 12월 1심 법원은 징역 23년형을 선고했다. 검찰과 피고인 모두 항소해 진행된 2심에서 검찰은 다시 징역 30년을 구형했으나, 지난해 10월 항소심 재판부는 징역 17년형으로 감형했다.

 

지난 1월 9일 대법원 2부는 준강간·준유사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정명석 사건 상고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1945년생인 정명석은 이미 과거 여신도 성폭행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아 복역한 뒤 2018년 2월 출소한 전력이 있어, 이번 형 확정으로 사실상 남은 생을 교도소에서 보내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명석은 별도로 JMS 수련원 약수터 물에 병 치료 효과가 있다는 식으로 홍보하며 ‘월명수’라는 이름으로 판매해 약 20억 원의 수익을 올린 혐의로도 기소돼 또 다른 재판을 받고 있다. 종교적 권위를 이용해 신도들을 상대로 한 경제적 착취 의혹이 형사사건으로 번진 사례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변호사 A씨 사건 항소심이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과 경찰의 권한 배분을 가늠하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일한 피해자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을 어디까지 ‘직접수사 대상’으로 볼 수 있는지에 따라 향후 유사 사건 처리 방식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피해자 보호 측면에서도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피해자 측은 핵심 증거인 녹음파일이 유출될 경우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엄정 처벌을 촉구해 왔다. 반면 변호인단 일각에서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위해 허가받아 확보한 자료를 과도하게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가 검찰의 수사 개시 권한 범위를 어떻게 해석할지에 따라, 정명석 사건과 관련된 증거 관리 관행과 피해자 정보 보호 기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항소로 수사권을 둘러싼 법적 공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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