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막으면 피해는 국민 몫”…벤처기업협회, 약사법 개정안 강력 반발
정책 규제와 혁신 산업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직접 겨냥한 약사법 개정안을 두고 스타트업·벤처 업계와 국회가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벤처기업협회는 2025년 11월 30일 약사법 개정안, 이른바 닥터나우 방지법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입장문을 내고 법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협회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규제의 부담이 기업이 아니라 국민과 환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먼저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통한 서비스 중단 가능성을 우려했다. 협회는 “법안이 법제화되면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서비스가 중단돼 국민들이 다시 약국을 돌아다니며 약을 찾는 불편함을 겪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대면 처방과 약 배송을 둘러싼 논쟁이 플랫폼 규제 바람 속에서 국민 편익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협회는 최근 국회와 정부 논의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간 균형이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협회는 “일부 기득권 단체의 주장이 일방적으로 부각되고 있다”며 약사 단체 등 기존 직역의 요구가 논의 구도를 주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보건복지부가 자신의 기존 판단까지 뒤집으며 특정 산업을 부정적으로 규정하려 한다”고도 비판했다. 그동안 정부가 디지털 헬스케어와 비대면 진료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언급해 온 점과 배치된다는 취지다.
협회는 해외 사례를 근거로 규제 강화에 제동을 걸었다. 협회는 “미국에서 플랫폼에 연동된 약국을 통해 집까지 약을 배달해 주는 서비스가 있다”며 “우리나라가 이런 혁신적 시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면 향후 해외 기업들에 관련 시장을 잠식당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규제를 통한 국내 산업 제약이 곧 글로벌 플랫폼에 국내 의료·헬스케어 시장을 내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국회에 대한 공개적인 압박도 있었다. 협회는 “본회의에서만큼은 기득권의 요구가 아니라 국민 편익과 국가 혁신역량을 기준으로 합리적 판단과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의료계와 약사 단체의 이해보다 국민의 편의와 산업 경쟁력을 우선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약사법 개정안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약 배송·조제 연계 행위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스타트업·벤처 업계의 거센 반발을 낳고 있다. 그러나 보건의료계와 약사 단체는 약품 오남용, 환자 안전 문제, 약국 생존권 등을 이유로 개정안 처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안전과 직역 보호, 혁신과 편익을 둘러싼 이해 충돌이 법안 심사 과정에서 재차 표면화된 셈이다.
정치권은 약사법 개정안을 놓고 규제 강화와 혁신 보호 사이에서 셈법이 복잡해지는 분위기다. 여야는 보건의료 체계 안정과 국민 편익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세부 조항을 둘러싼 이견 조율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국회는 본회의 상정 여부와 표결 결과에 따라 비대면 의료·플랫폼 규제 방향을 두고 또 한 번 치열한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보건복지부와 이해관계 단체, 벤처업계의 추가 의견 청취가 이어질 전망이다. 정치권은 약사법 개정안 처리 방향에 따라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과 국민 의료 서비스 이용 방식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을 따져보며, 다음 회기에서도 관련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