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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AX 전략 재편한다…NIA, 글로벌 벤치마킹 제시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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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전환이 국내 기업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글로벌 빅테크 사례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AX 전략 보고서를 내놓았다. 엔비디아와 애플, 구글, 오픈AI 등 인공지능 선도 기업의 성장 경로를 분해해 국내 기업이 어떤 인프라와 서비스, 거버넌스 전략을 가져가야 하는지 제시한 점이 특징이다. 업계에서는 AI 인프라와 피지컬 AI, 디지털 서비스, 신뢰와 보안을 아우르는 이번 분석이 향후 정책 설계와 기업 투자 방향을 가르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글로벌 AI·디지털 혁신 사례로 본 국내기업 AX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발표한 NIA가 전망한 올해 12대 디지털 트렌드 후속 연구로,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인공지능전환 전략을 국내 기업 관점에서 재구성했다. 특히 글로벌 핵심 기업의 성공 요인을 시기별 기술 개발과 시장 진입 방식, 리스크 관리 전략에 따라 분류하고 정책적·제도적 대응 방안을 포함했다.  

NIA는 먼저 12대 디지털 트렌드가 실제 산업에서 어느 정도 구현됐는지 현황을 점검했다. 이후 트렌드별로 영향력이 큰 글로벌 기업을 선별해 AI 인프라, 피지컬 AI, 디지털 서비스, 신뢰·보안·거버넌스 등 4개 유형으로 재분류했다. 각 유형별 상위 3개 기업을 글로벌 언론 기사와 주요 보고서, 공개 자료를 토대로 추려내고 기술 개발 시기, 초기 및 중장기 성장 전략, 비즈니스 모델, 잠재 리스크를 분석해 공통적인 성공 요인을 도출했다.  

 

AI 인프라 영역에서는 엔비디아, 애플, 퀄컴이 대표 사례로 포함됐다. 보고서는 이들 기업이 고성능 칩과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 개발자 생태계를 함께 설계하는 풀스택 전략을 통해 AI 학습과 추론 인프라를 사실상 표준으로 만들었다고 정리했다. GPU와 전용 가속기, 온디바이스 AI 칩 같은 하드웨어에 클라우드 플랫폼과 개발 도구를 결합해 인공지능 개발 진입장벽을 낮추고, 동시에 특정 생태계 의존도를 높이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피지컬 AI 영역에서는 테슬라, 웨이모, 지멘스가 분석 대상에 올랐다. 자율주행, 스마트 제조, 인프라 자동화 등에 적용된 물리적 인공지능 시스템을 통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통합된 운영 데이터를 장기간 축적해 왔다는 점이 공통된 강점으로 꼽혔다. 보고서는 차량과 공장, 도시 인프라에 탑재된 센서와 엣지 컴퓨팅 장치가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클라우드 기반 AI가 반복 학습하는 구조가 기존 자동화 시스템과 차별화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서비스 부문에서는 구글, 오픈AI, 아마존이 선정됐다. 검색, 클라우드, 생성형 AI, 전자상거래 같은 서비스 플랫폼에 대규모 언어 모델과 추천 알고리즘을 접목해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이들 기업이 검색과 클라우드,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등 기존 서비스에 특화 AI를 덧입히는 방식으로 이용자 락인 효과를 강화하고, API 기반으로 외부 개발자와 기업을 끌어들여 생태계를 확장해 왔다고 평가했다.  

 

신뢰·보안·거버넌스 유형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앤트로픽이 사례로 포함됐다. 보고서는 이들이 보안 기능과 개인정보 보호, 책임 있는 AI 프레임워크를 제품과 서비스 전반에 녹여내며 규제 대응과 시장 신뢰 확보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안전성 기준과 평가 지표를 내부적으로 선제 구축하고, 이를 외부 파트너와 공유하는 방식이 향후 글로벌 규제 표준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NIA는 이 같은 글로벌 사례 분석을 토대로 국내 기업의 인공지능전환 전략 방향을 제시했다. AI 인프라 분야에서는 풀스택 통합과 개방형 생태계 구축을 핵심으로 제안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 레이어를 분리된 투자 대상으로 보기보다 통합 아키텍처로 설계하고, API 공개와 오픈소스 참여 등을 통해 국내외 개발자와 파트너 기업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취지다.  

 

피지컬 AI 분야에서는 AI 기술 고도화와 표준화 선점을 통한 주도권 확보를 제시했다. 제조, 모빌리티, 물류, 에너지 등 실물 경제 전 분야에서 공통으로 활용 가능한 데이터 포맷, 통신 규격, 안전 기준을 선행 정의하고 이를 글로벌 표준화 기구 논의와 연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산업용 로봇과 자율주행 솔루션, 스마트 팩토리 플랫폼 등에서 국내 기업이 강점을 살릴 여지가 크다고 봤다.  

 

디지털 서비스 영역에서는 특화 AI와 원천 지식재산권을 결합한 시장 확장을 강조했다. 한국어와 지역 특성을 이해하는 AI 모델, 금융·콘텐츠·게임·교육 등 특정 도메인에 특화된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토대로 서비스형 비즈니스와 라이선스 사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데이터와 알고리즘, 서비스 브랜딩에 걸친 IP 전략이 뒷받침될 경우 글로벌 니치마켓 공략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신뢰·보안·거버넌스 부문에서는 통합 거버넌스 플랫폼 선점을 관건으로 꼽았다. 기업 내부에서 분절적으로 운영되는 보안, 개인정보 보호, AI 윤리 준칙을 하나의 관리 체계로 묶고, 이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구축해 산업 전반에 확산하는 전략이다. 보고서는 국내 기업이 선제적으로 거버넌스 플랫폼을 내놓을 경우 향후 규제와 인증 기준 논의에서 영향력을 높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책 측면에서 보고서는 네 가지 축의 맞춤형 지원과 규제 혁신 방향을 제안했다. AI 컴퓨팅 인프라와 데이터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공공·민간 공동 인프라 확충, 실물 경제 전 분야에 적용 가능한 AI 실증 사업과 글로벌 특화 시장 공략 지원, AI 모델 개발과 서비스형 비즈니스 촉진을 위한 제도 개선, 인공지능 규제 혁신 및 윤리 거버넌스 확립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보고서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홈페이지에서 공개되며, 국내 기업과 정책 담당자, 연구기관이 인공지능전환 전략을 설계하는 참고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황종성 NIA 원장은 AI 3대 강국 도약이라는 국정 목표 달성을 위해 국내기업의 AX 경쟁력 제고를 위한 K 기업 맞춤형 정책 수립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보고서가 실제 투자와 제도 변화로 이어질지 지켜보고 있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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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a#황종성#ax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