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에임드바이오 7% 급락”…단기 600% 급등 후 차익 매물에 숨고르기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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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임드바이오 주가가 상장 직후 단기간 600% 넘게 치솟은 뒤 첫 번째 큰 폭 조정을 맞았다. 17일 코스닥 시장에서 에임드바이오는 전 거래일보다 7.46% 하락한 6만7,000원에 마감했다. 공모가 1만1,000원 대비 여전히 5배 이상 높은 수준이지만, 급등 피로 누적과 차익 실현 욕구가 겹치며 투자 심리가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단기 과열 구간 이후 밸류에이션 재점검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임드바이오 주가는 지난 4일 상장 이후 직선에 가까운 상승세를 그렸다. 공모가 1만1,000원에서 출발해 불과 9거래일 만에 장중 8만2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상장 첫 2주 만에 수익률이 600%대에 이르자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졌고, 17일에는 시가 7만1,600원 개장 이후 장 내내 매도 우위 속에 6만7,000원까지 밀렸다. 최근 5거래일 연속 상승으로 과열권에 들어갔던 만큼, 상장 후 첫 ‘대형 음봉’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경계 심리가 강화되는 분위기다.

▲ 에임드바이오[0009K0] 최근 1주일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증권)
▲ 에임드바이오[0009K0] 최근 1주일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증권)

이번 조정은 뚜렷한 펀더멘털 악재보다는 급등에 따른 자연스러운 차익 실현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에임드바이오는 삼성서울병원에서 분사한 스핀오프 기업이라는 이력에 더해, 글로벌 증시에서 각광받는 ADC 항체 약물 접합체 테마가 겹치며 상장 직후부터 매수 쏠림을 이끌어냈다. 상장 직전 체결한 최대 1조4,000억 원 규모 기술이전 계약이 주가 랠리의 직접적인 촉매였고, 누적 3조 원 수준의 기술수출 실적이 알려지면서 기대감이 증폭됐다. 그러나 단기간에 시가총액이 4조 원을 넘어서자 “실적과 비교한 밸류가 너무 앞서 나갔다”는 경계론이 고개를 들었다.

 

수급은 차익 실현 양상을 뚜렷이 보여줬다. 이날 기관투자가는 약 7만4,000주를, 외국인은 약 1만5,000주를 순매도했다. 상장 초기 1.5%대였던 외국인 지분율은 1.1% 수준으로 낮아졌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상장 이후 한 달 사이 1,200억 원 이상을 순매수하며 매물을 대부분 받아낸 것으로 집계됐다. 상장 직후 유통 주식 수가 적어 품절주 프리미엄이 붙을 때만 해도 적은 매수만으로도 주가가 크게 출렁였지만, 최근 들어 손바뀜이 빨라지며 변동성이 더 확대되는 양상이다.

 

동종 업종 내에서의 체급 상승 속도도 눈에 띈다. ADC 관련주이자 업계 대장주로 꼽히는 알테오젠의 시가총액이 약 22조 원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에임드바이오의 4조 원대 시총은 단기간에 경쟁사 대비 격차를 상당 부분 좁힌 셈이다. 시장에서는 알테오젠이 수년간 실적과 기술력을 통해 쌓아온 플랫폼 가치를 에임드바이오가 상장 직후 선반영 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9년 예상 순이익 870억 원 수준이 거론되며 미래 수익을 기준으로 한 밸류가 적용되고 있지만, 알테오젠이 45%대 ROE를 기록 중인 것과 달리 에임드바이오는 아직 재무 성과를 입증하지 못한 상태다.

 

재무 지표만 놓고 보면 전형적인 기술특례 상장사 특성이 뚜렷하다. 에임드바이오는 2024년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다만 4분기 예상 매출액이 114억 원으로 잡히며 기술료 유입에 따른 일시적인 흑자 전환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재로서는 PER 산출 자체가 의미가 없는 만큼, 향후 기술료 및 마일스톤 수취 시점과 규모를 반영한 동적 밸류에이션이 투자 판단의 핵심이 되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부채비율이 1,299%에 이르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향후 추가 자금 조달과 단계별 마일스톤 유입 속도에 따라 재무 구조 개선 여부가 갈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향후 주가를 좌우할 최대 변수는 결국 파이프라인 가치와 글로벌 제약사와의 추가 거래다. 에임드바이오는 지난 10월 베링거인겔하임과 최대 1조4,000억 원 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기술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뇌질환 치료제 등 적응증을 넓히려는 연구 전략과 삼성 그룹 계열사와의 협업 기대감도 시장에서 ‘상승 재료’로 인식되고 있다. 다만 바이오 섹터 전반의 투자 심리가 약해질 경우, 아직 실적 기반이 약한 고밸류 신규 상장주가 조정의 1순위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리스크로 부각된다.

 

단기적으로는 변동성 관리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기술적 분석 측면에서 에임드바이오의 주가는 20일 이동평균선과의 괴리가 여전히 큰 상태로, 추가 조정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시각도 있다. 시장에서는 6만 원 초반대 가격대에서 매수 방어력이 확인되는지 여부를 주시하는 분위기다. 반면 장기 성장성을 노리는 투자자라면 단기 주가 등락보다 핵심 파이프라인의 임상 진척과 추가 기술수출 뉴스 흐름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제시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ADC 시장 성장세에 힘입어 중장기적으로 기업 가치가 우상향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이미 상당 부분 미래 가치가 선반영됐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보호예수 물량 해제 시점에 대규모 오버행이 발생할 경우 추가 조정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에임드바이오가 화려했던 상장 데뷔전을 넘어 4조 원대 시가총액을 정당화하려면, 안정적인 기술료 유입과 글로벌 제약사와의 추가 계약 등 실질적인 숫자와 뉴스 플로우를 꾸준히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향후 임상 결과와 추가 파트너십 계약 발표 일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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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임드바이오#알테오젠#베링거인겔하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