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가상자산 거래 하루새 26% 급증”…한국시장, FOMC 금리 인하 기대에 위험자산 선호 확대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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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2월 10일 오전, 한국(Korea) 가상자산 시장에서 하루 새 거래 규모가 4분의 1 이상 늘어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미국(USA)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비트코인과 주요 알트코인에 매수세가 몰리는 가운데, 국내 투자 심리가 위험자산으로 빠르게 회귀하는 양상이다. 이번 흐름은 혼조세로 마감한 뉴욕증시와 대조를 이루며 글로벌 유동성 환경 변화에 대한 시장의 선제적 반응을 보여준다.

 

가상자산 정보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2월 10일 7시 기준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 등 한국 주요 코인거래소의 최근 24시간 가상자산 거래대금은 2조 9,78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일 2조 3,597억원 수준에서 6,188억원 늘어, 하루 만에 26.2% 증가한 규모다. 거래소별 비중은 업비트 1조 8,325억원(61.5%), 빗썸 1조 66억원(33.8%), 코인원 1,123억원(3.8%), 코빗 270억원 등으로, 상위 두 거래소가 전체 거래의 95% 이상을 차지했다. 시장에서는 FOMC를 앞두고 유동성 확대 기대가 선반영되며 국내 거래 참여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래프] 국내 코인거래소 하루거래액 추이
[그래프] 국내 코인거래소 하루거래액 추이

세부 종목별로는 리플XRP가 두각을 나타냈다. 업비트 기준 리플XRP는 2,945억원이 거래돼 단일 종목 최다 거래액을 기록했고, 가격은 3,101원으로 전일 대비 0.42% 상승했다. 이더리움은 4.73% 오른 4,875,000원, 비트코인은 1.40% 상승한 1억 3,687만 9,000원에 거래되며 시가총액 상위 코인이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빗썸에서도 테더와 리플XRP, 비트코인이 거래 상위를 차지해 메이저 코인 중심의 매수세 유입이 확인됐다. 두 거래소 모두에서 리플XRP가 상위권에 오른 점은 해당 종목에 대한 국내 투자자의 관심이 여전히 높은 수준임을 보여준다.

 

이 같은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활력은 뉴욕증시의 조심스러운 움직임과는 다른 흐름이다. 미국 증시는 FOMC를 앞두고 방향성을 탐색하며 혼조세를 보였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38% 하락했고, S&P 500지수도 소폭 내렸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0.13% 오르며 엇갈린 흐름을 연출했다. 특히 JP모건이 내년 지출 전망을 시장 예상보다 높게 제시한 여파로, 우량주 전반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주가지수에는 하방 압력이 작용했다.

 

그럼에도 채권·외환·디지털자산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기대가 강하게 의식되고 있다. 시장은 이번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0.25%포인트) 내리는 방안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자리 잡았다고 보고 있다. 10월 미국 고용 지표 중 구인·이직 보고서(JOLTS)에서 구인 건수는 다소 개선됐으나, 해고가 늘어나는 등 고용시장이 둔화 조짐을 보인 점이 연준의 완화 전환 명분으로 거론된다. 통상 금리 인하는 현금·채권 대비 위험자산의 상대 매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이번 국내 코인 거래 급증도 이러한 거시 환경을 선제 반영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세 흐름을 보면 비트코인은 안정적인 반등 구간에 진입한 모습이다.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12월 9일 기준 1억 3,686만원으로 전일 대비 1.39% 올랐다. 이는 지난 11월 22일 기록한 최근 50일 최저가 수준과 비교해 약 7.5% 회복한 수치다. 이더리움의 상승 속도는 더 가파르다. 이더리움 현재가는 4,878,000원으로 전일보다 4.79% 뛰며 비트코인보다 높은 상승률을 시현했다. 시장에서는 이더리움 강세를 알트코인 전반으로 온기가 확산되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주요 알트코인인 도지코인과 리플XRP도 상승 대열에 합류했다. 도지코인 가격은 12월 9일 기준 219.0원으로 전일 대비 2.82% 상승했고, 최근 50일 최저가 대비 약 6.3% 오르며 저점 다지기 이후 반등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리플XRP 역시 3,107.0원으로 소폭 상승하며 거래량과 함께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 반면 파이코인은 코인마켓캡 기준 전일 대비 1.22% 하락한 319.4원에 거래되며 시장 전반 상승과는 다른 약세를 보였다. 투자심리가 메이저·주요 알트코인에 집중되는 가운데 일부 종목은 소외되는 차별화 장세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글로벌 거래 구조를 보면 한국 투자자들의 존재감도 여전히 뚜렷하다. 시세 분석 사이트 코인힐스에 따르면 비트코인 거래량 기준 결제 통화 비중에서 미국 달러는 50.59%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일본 엔화가 2위, 한국 원화는 16.21%로 3위에 올라 있다. 가상자산 규제가 비교적 엄격한 환경 속에서도 원화 거래 비중이 두 자릿수 중반을 유지하고 있는 점은 한국 시장의 유동성과 투자 참여도가 여전히 높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장에서는 FOMC 결과 발표를 전후해 가상자산 가격 변동성이 한층 확대될 수 있는 구간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 금리 인하나 완화적인 정책 기조가 확인될 경우 비트코인과 리플XRP를 포함한 주요 종목에 추가 상승 모멘텀이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 경계 메시지를 강화할 경우, 그간 상승한 종목을 중심으로 차익 실현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거래량이 동반된 상승 자체는 긍정적 신호로 평가되지만, 파이코인 등 일부 종목의 약세 지속은 단선적인 상승장이 아니라 종목 간 온도차가 큰 장세임을 시사한다.

 

국제 금융시장은 향후 몇 달간 미국 통화정책 방향과 글로벌 경기 둔화 속도를 동시에 주시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금리 경로가 가상자산과 주식, 신흥국 통화 등 위험자산 전반의 재평가를 촉발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에게는 거시 지표 발표 전후로 급격한 가격 변동에 대비해 분할 매수·손절 기준 설정 등 리스크 관리 전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잇따른다. 국제사회는 이번 FOMC에서 제시될 정책 기조가 향후 자산시장과 글로벌 유동성 지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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