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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랜 검증 마쳤다"…LG유플러스, AI-RAN 전환 가속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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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가상화 기지국 기술이 상용망 환경에서 안정성을 확인하며 통신 인프라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글로벌 장비사 노키아와 함께 클라우드랜을 실제 고객이 이용하는 5G 상용망에서 검증해, 무선 기지국 기능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하는 이른바 네트워크 클라우드화 흐름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시험을 통신사가 인공지능 기반 무선망 AI-RAN 경쟁으로 넘어가는 분기점 중 하나로 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노키아와 경북 청도군 상용망에서 차세대 가상화 기지국 기술인 클라우드랜 검증을 완료했다고 22일 밝혔다. 클라우드랜은 그동안 각 기지국에 별도 전용 장비 형태로 탑재했던 기지국 소프트웨어 기능을 데이터센터 형태의 중앙 서버에 모아, 가상화 기술을 통해 유연하게 실행하는 구조다. 물리 장비를 줄이고 중앙집중형 구조로 전환해, 트래픽 수요에 따라 자원을 탄력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는 점에서 5G 고도화와 6G 대비 핵심 인프라 기술로 꼽힌다.  

양사는 9월 청도 지역에 클라우드랜 필드 시험망을 구축하고 실제 이용자가 5G 서비스를 쓰는 동일한 조건에서 다수 항목을 검증했다. 특히 단말이 이동할 때 기지국 사이 접속이 끊김 없이 전환되는지, 다운로드와 업로드 데이터 전송 속도가 기존 장비 대비 손실 없이 유지되는지, 트래픽 급증 시 기지국 처리 용량이 안정적으로 확보되는지 등을 점검했다. 동시에 전력 소비 패턴을 분석해, 동일 트래픽 기준으로 얼마나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지도 시험했다. 통신사는 트래픽이 적은 야간·심야 시간대에 자원을 줄이고, 이벤트·축제 같은 특정 지역 집중 트래픽에는 자원을 몰아주는 식의 정교한 제어가 가능한지에 주목했다.  

 

클라우드랜 구조에서 중요한 운영 자동화 기능도 함께 검증했다. LG유플러스는 장비 설치 자동화, 원격 환경설정, 설치 뒤 품질 검증 자동화 등 일련의 운용 절차를 시험해 현장 인력 투입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살펴봤다. 장비를 물리적으로 이동해 설치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중앙 서버에서 소프트웨어를 배포하고 설정을 변경하는 구조가 실제 상용망에서도 무리 없이 돌아가는지를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이런 자동화는 향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보안 패치, 신규 기능 적용 속도를 단축시켜 기지국 운영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힌다.  

 

이번 검증으로 LG유플러스는 기지국 기능을 가상화해 중앙에 모으는 구조가 상용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함을 입증했다. 트래픽 패턴에 따라 중앙 서버 자원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게 되면서, 향후 AI-RAN으로 불리는 인공지능 기반 무선망을 올릴 수 있는 기술적 토대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RAN은 무선망 운용과 관리에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접목해, 사람이 수동으로 설정하던 기지국 파라미터를 AI가 실시간 학습을 통해 스스로 최적화하는 개념의 네트워크다. 예를 들어 특정 시간대에 데이터 사용이 많은 지역의 대역폭을 자동으로 넓히고, 반대로 유휴 지역 자원은 줄여 전력을 절감하는 식이다.  

 

LG유플러스는 네트워크 구조 개방과 벤더 다변화를 위한 오픈랜 기술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앞서 국립금오공과대학교 캠퍼스에 오픈랜 상용망을 구축해, 개방형 무선 접속망의 상호운용성과 성능을 검증하는 테스트베드를 운영 중이다. 오픈랜은 기지국 장비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각 구성 요소 간 인터페이스를 공개 표준으로 맞추는 개념으로, 특정 제조사에 종속되지 않고 서로 다른 업체 장비를 섞어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구조를 통해 장비 조달 비용을 낮추고, 소프트웨어 혁신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북미와 일본, 유럽 통신사를 중심으로 클라우드랜과 오픈랜 상용 도입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 일부 통신사는 메이저 장비사와 협력해 클라우드 기반 무선망을 도입하며 트래픽 급증 구간에서의 서비스 품질을 고도화하고 있다. 일본 통신사들은 오픈랜 기반 전국망을 구축해 벤더 다변화와 비용 절감을 동시에 노리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국내에서는 LG유플러스가 상용망 기반 클라우드랜 필드 검증과 오픈랜 캠퍼스망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 국내외 통신사 간 차세대 무선망 경쟁에서 존재감을 키우려는 모습이다.  

 

향후 규제와 표준화도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클라우드 기반 무선망은 대규모 트래픽 데이터와 이용자 품질 데이터가 중앙 서버에 모이는 구조인 만큼, 데이터 보호와 보안 규제에 대한 대응이 중요해지고 있다. 또한 오픈랜의 경우 국제 표준 단체와 업계 연합체를 중심으로 인터페이스 규격이 정교해지는 추세여서, 국내 통신사가 얼마나 빠르게 글로벌 표준을 반영하고 생태계에 참여하느냐에 따라 기술 주도권이 갈릴 수 있다.  

 

이상헌 LG유플러스 NW선행개발담당은 오픈랜과 클라우드랜 검증이 인공지능 기반 자율 네트워크로 가기 위한 핵심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LG유플러스가 차세대 통신 기술을 선도하며 6G 시대에 필요한 지능형 네트워크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클라우드랜 상용망 검증이 실제 대규모 상용화와 AI-RAN 구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리고 국내 통신망 구조 전환의 촉매제가 될지 주시하고 있다.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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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노키아#클라우드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