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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수술로봇 자메닉스 혁신제품 지정…공공의료 확산 속도낸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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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기반 수술로봇이 공공의료 체계 안으로 본격 진입할 채비를 하고 있다. 수술로봇 플랫폼 기업 로엔서지컬이 개발한 신장결석 수술로봇 자메닉스가 조달청 혁신제품으로 지정되면서, 공공병원들이 별도 입찰 없이 시범구매를 통해 도입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가 열렸다. 업계에서는 AI 수술로봇이 민간 대형병원을 넘어 국공립·지역 거점병원으로 확산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엔서지컬은 자사의 AI 기반 신장결석 수술로봇 자메닉스가 조달청으로부터 혁신제품 지정을 받았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지정에 따라 자메닉스는 앞으로 3년 동안 조달청 공공혁신조달플랫폼인 혁신장터를 통해 공공기관이 수의계약 방식으로 도입할 수 있게 됐다. 시범구매사업 대상이 될 경우 조달청 예산으로 구매가 진행돼, 병원은 장비 도입 초기 비용 부담 없이 실제 진료 환경에서 시스템을 운용할 수 있다.

조달청 혁신제품 제도는 공공서비스 향상과 기술혁신에 기여할 잠재력이 있는 제품의 혁신성, 공공성, 기술성을 정부가 공식 인정하는 제도다. 지정 제품은 입찰 절차를 생략하고 수의계약이 허용되며, 시범구매 형태로 정부 예산 기반 테스트베드까지 확보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의료기기 기업 입장에서는 초기 실증과 레퍼런스 확보 장벽이 낮아지고, 공공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비교적 신속하게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는 셈이다.

 

자메닉스는 세계 최초의 AI 기반 신장결석 수술로봇으로, 최대 강점은 최소침습성과 자동화된 수술 보조 기능이다. 초소형 내시경이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 요관을 따라 신장까지 진입해 결석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기존의 절개 수술이나 숙련도 의존적인 내시경 수술 대비 환자 부담을 줄이고 회복 속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다. 

 

로봇 플랫폼에는 호흡보상 기능, 내시경 경로 재생 기능, 결석 크기 안내 기능 등 여러 AI 알고리즘이 탑재됐다. 호흡보상 기능은 환자의 호흡에 따른 장기 움직임을 실시간 추적해 내시경 위치를 자동 보정함으로써 시술 정확도를 높인다. 내시경 경로 재생 기능은 수술 중 내시경이 통과한 경로를 기억했다가 동일 경로를 반복적으로 재현해, 복잡한 신우·요관 구조에서도 일정한 접근 경로를 유지하도록 돕는다. 결석 크기 안내 기능은 영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석 크기와 위치를 수치화해, 레이저 분쇄 전략 수립과 수술 시간 관리에 활용된다.

 

이 같은 기능은 신장결석 제거술에서 중요한 두 가지 지표, 즉 결석 제거율과 합병증 감소 측면에서 차별점을 만든다. 자메닉스는 2022년 서울대학교병원과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내시경 결석치료술이 필요한 5에서 30밀리미터 크기의 결석을 가진 환자 46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확증임상에서 결석 제거율 93.5퍼센트, 경증 합병증 발생률 6.5퍼센트를 기록했다. 동일 적응증에서 수동 내시경 수술과 비교할 때 손색없는 수준의 성적을 보이면서도, 로봇 및 AI 보조로 술기 의존성을 줄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자메닉스는 2021년 제17호 혁신의료기기로도 지정된 바 있다. 혁신의료기기 지정은 식품의약품 규제 체계 안에서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의료기기에 신속한 허가·평가 트랙을 제공하는 제도로, 이미 기술 혁신성을 한 차례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여기에 조달청 혁신제품 지정까지 더해지면서, 규제 인허가 단계와 공공조달 단계 양쪽 모두에서 제도적 지원 체계를 확보한 셈이다.

 

시장 측면에서 보면, 수술로봇은 지금까지 주로 대형 민간병원을 중심으로 확산돼 왔다. 고가 장비와 유지비, 수술실 인프라 요구사항 때문에 지방 중소병원이나 공공병원에서는 도입이 더딘 편이었다. 조달청 혁신제품 지정을 통해 자메닉스가 시범구매로 도입될 경우, 국공립 대학병원, 지방자치단체 산하 지역병원, 보훈병원, 경찰병원, 국군병원 등 주요 공공의료기관에서도 AI 수술로봇 기반 결석치료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는 환자의 거주 지역에 따라 최신 수술기술 접근성이 달라지는 문제를 완화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다빈치 등 복강경 중심의 범용 수술로봇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비뇨기과·정형외과·신경외과 등 특정 진료과에 최적화된 전문 수술로봇들이 빠르게 늘어나는 흐름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영상기반 내비게이션과 로봇 팔 제어를 결합한 시스템들이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지만, 신장결석에 특화된 AI 내시경 로봇 플랫폼은 아직 경쟁자가 많지 않은 영역으로 평가된다. 로엔서지컬은 세계 최초 AI 기반 신장결석 수술로봇이라는 포지셔닝을 통해 기술 격차를 벌리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실제 시장 확산을 위해서는 보험 수가 체계와 의료진 교육, 병원 내 프로세스 통합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수술로봇 분야는 안전성과 효과를 반복적으로 입증하는 실사용 데이터가 중요해, 혁신제품 시범구매 과정에서 축적될 임상·운영 데이터가 향후 제도화와 보험 적용 논의의 근거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권동수 로엔서지컬 대표는 자메닉스의 조달청 혁신제품 지정을 계기로 공공병원의 수술로봇 접근성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고가 장비로 접근이 어려웠던 공공병원의 도입이 빨라지고, 지역 간 의료 격차 완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시범구매사업 참여를 통해 실증 데이터를 확보하고, 향후 우수조달제품 등 추가 제도 진입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수술로봇 업계에서는 공공조달 시장에서의 레퍼런스 확보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수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계는 자메닉스가 공공의료 현장에 어느 속도로 안착할지, 그리고 AI 기반 수술로봇에 대한 의료계와 환자의 신뢰가 얼마나 빠르게 형성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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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서지컬#자메닉스#조달청혁신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