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술주로 숨 고르기 장세 이어져”…미국 증시, 금리인하 기대 속 데이터 공백에 혼조 마감

윤가은 기자
입력

5일(현지시각) 미국(USA) 뉴욕증시는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기술주를 중심으로 반등 흐름을 이어가면서도, 연방정부 셧다운 여파로 고용지표 공백이 이어진 가운데 금리인하 기대와 지표 불확실성이 교차하며 혼조세로 장을 마감했다. 이번 장세는 인플레이션 둔화 신호가 포착되는 가운데 다음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경계감이 겹치며, 투자자들이 방향성 탐색에 집중하는 흐름 속에서 전개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뉴욕증시 3대 지수는 강보합권에서 거래를 마쳤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04.05포인트(0.22%) 오른 47,954.99를 기록했고, S&P 500 지수는 13.28포인트(0.19%) 상승한 6,870.40에 마감했다.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종합지수는 72.99포인트(0.31%) 올라 23,578.13을 기록했고, 나스닥100 지수도 110.35포인트(0.43%) 상승해 25,692.05로 거래를 마쳤다. 반면 소형주 지표인 러셀2000은 0.40% 하락해 위험자산 선호가 대형 기술주로 쏠린 구도를 보여줬다. 변동성 지수(VIX)는 15.41까지 떨어지며 단기 변동성 축소를 시사했다.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

시장 참여자들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예상에 부합하며 안도감을 제공한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연방준비제도(Fed)의 2% 목표를 웃도는 2.5~3.0% 범위에서 2026년까지 머물 수 있다는 전망을 주시했다. 에드워드 존스는 애프터마켓 보고서에서 뉴욕증시가 “사상 최고치 인근에서 숨 고르기 장세를 보였다”고 평가하면서, 인플레이션 둔화와 금리인하 기대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으로 상방 탄력이 제한된 환경이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12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87% 이상 반영됐지만, 투자자들은 경제전망요약(SEP)과 점도표를 통해 드러날 연준 위원들의 중기 금리 경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이 같은 조치는 주변 자산시장에도 미묘한 파장을 미쳤다. 이날 미 국채금리는 다시 상승했고, 달러 가치는 큰 변동 없이 횡보해 위험자산 전반의 상승 여력을 제약했다. 통신서비스 업종은 0.95% 상승한 반면, 유틸리티 업종은 0.98% 하락하는 등 경기민감주와 방어주의 흐름이 엇갈렸다. 소비자심리지수는 53.3으로 개선되며 투자심리에 추가적인 심리적 지지를 제공했지만, 시장은 단기 호재에 과도하게 베팅하기보다는 정책변수와 구조적 리스크를 함께 점검하는 태도를 유지했다.

 

종목별로는 기술주와 인공지능(AI) 관련주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브로드컴은 2.42% 상승했고, 알파벳은 1%대 반등에 성공했다. 메타 플랫폼스는 메타버스 부문 예산 축소 방침이 비용 효율성 강화로 해석되며 1.80% 상승했다. 전날 호실적을 발표한 세일즈포스는 투자심리 개선이 이어지며 5%대 급등세를 보였다. 반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기업 넷플릭스는 워너브러더스 인수 발표 직후 규제 심사 부담이 부각되며 2.89% 하락했고, 피인수 대상인 워너브러더스는 6% 넘게 급등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인수에 대해 강한 회의를 표명한 점은 거래 성사 가능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키우며 양사 주가에 미묘한 압박으로 작용했다.

 

최근 한 달간 빅테크 흐름에서도 온도차가 확인됐다. 엔비디아는 12월 5일 182.35달러에 마감하며 단기 조정 흐름을 이어갔다. 애플은 278.78달러로 하루 낙폭은 크지 않았지만, 한 달 동안 등락이 반복되며 뚜렷한 변동성을 노출했다. 반면 테슬라는 454.94달러로 종가 기준 최근 강세를 이어갔고, 나스닥종합지수 역시 2만3천 포인트대를 안정적으로 지키며 기술주 중심장의 성격을 재확인시켰다.

 

한국 투자자, 이른바 서학개미의 관점에서도 이날 시황은 의미 있는 지표를 던졌다. 원·달러 환율은 1,474.5원으로 전일 대비 소폭 하락해 원화 기준 평가손익 부담을 일부 완화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집계에 따르면 12월 4일 기준 미국 증시 상위 50개 종목 보관금액은 183조 7,986억원으로 전 집계일보다 2조 4,660억원 늘었다. 이는 단순한 주가 상승 효과를 넘어 새로운 자금 유입이 상당했음을 시사하며, 글로벌 자금이 미국(USA) 시장을 여전히 핵심 투자처로 인식한다는 흐름과 맞물린다.

 

개별 종목별로 보면 테슬라가 보관금액 41조 7,500억원으로 1위를 유지했고, 하루 증가액도 7,202억원에 달했다. 주가 상승률은 0.09%에 그쳤지만, 원화 환산 가격이 670,809원까지 오른 가운데 일부 투자자는 추가 매수보다 보유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는 같은 날 기준 보관액이 25조 4,703억원으로 5,668억원 늘었으나 주가는 0.56% 하락해, 조정 국면에서도 장기 AI 성장 스토리를 겨냥한 매수와 단기 차익실현이 교차하는 양상을 보였다. 애플의 보관액은 6조 9,748억원으로 소폭 감소했고, 주가는 0.68%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정을 향후 금리인하 이후 소비 회복을 겨냥한 중기 분할 매수 기회로 해석하는 시각도 등장하고 있다.

 

변동성이 높은 종목으로 꼽히는 아이온큐는 같은 날 보관금액 증가액이 7,045억원으로 테슬라에 버금가는 유입을 보였지만, 주가는 3.78% 하락했다. 이는 고변동성 기술주에서 보관액 확대가 단기 수익률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서학개미들에게 다시 환기시키는 사례로 평가된다.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는 2.16% 상승하며 데이터·AI 테마와 보조를 맞췄고, 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 등 빅테크 전반도 소폭 반등해 강세 기조를 유지했다.

 

상장지수펀드(ETF) 영역에서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강세 1.5배 ETF 보관액이 하루 만에 1,473억원 늘며 테슬라 방향성에 대한 레버리지 베팅이 다시 확대되는 모습이 포착됐다. 반면 나스닥100을 추종하는 QQQ 계열 일부 레버리지 ETF에서는 보관액 감소가 관측돼, 기술주 강세 국면에서도 투자자들의 선호 전략이 갈라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브로드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고성장 기술주를 중심으로 서학개미 보관액 유입이 재개된 점을 감안하면, AI·반도체·클라우드에 초점을 맞춘 투자 프레임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다.

 

미국 증시 전체 보관금액 추이를 보면, 11월 중순 이후 증가세가 이어져 12월 4일 183.8조원까지 확대됐다. 월별 기준으로는 2025년 10월 250.69조원이 정점이었고, 12월 현재 245.90조원 수준을 유지해 높은 자산 잔고가 지속되는 모습이다. 글로벌 자금이 단기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미국(USA) 시장을 핵심 투자 무대로 간주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흐름이다.

 

전문가들은 다음 주 열릴 FOMC에서의 기준금리 결정 자체보다 경제전망요약과 점도표의 변화가 향후 주가의 중기 경로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 내부에서 인플레이션 경로와 중립금리 수준을 둘러싼 의견 차이가 다시 부각될 경우, 현재의 낙관적 금리인하 기대가 조정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복합적 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장 심리는 언제든지 빠르게 굴절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 지표 호재에만 의존하기보다 구조적 리스크와 정책 변수의 상호작용을 면밀히 점검하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사회는 향후 연준의 정책 경로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방향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윤가은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미국뉴욕증시#테슬라#엔비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