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절차규정 위반 안 보여"…법원, 민주당 1인1표제 무효 가처분 기각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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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민주적 절차를 둘러싼 갈등과 법원의 판단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더불어민주당 당원들이 제기한 1인1표제 무효 가처분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진해온 당헌·당규 개정 작업은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합의51부 권성수 수석부장판사는 4일 민주당 당원 954명이 제기한 당헌·당규 개정안 의결 무효확인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당원들은 지난달 24일 민주당을 상대로, 1인1표제 도입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 절차에 하자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제동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개정안이 당헌에 따른 당헌 개정 절차 규정 자체를 위반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당내에서 광범위한 비판이 제기된다는 사정만으로 민주적 절차와 원칙을 위반한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당헌 개정 절차가 형식적 요건을 충족했고, 정치적 논란과 별개로 법적 효력을 부정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특히 민주당 당헌에 규정된 개정 절차가 준수된 점을 짚었다. 민주당 당헌에 따르면 당헌 개정안은 당무위원회 의결 또는 전당대회 재적 대의원 3분의 1 이상의 서면 요구로 발의되고, 전당대회 의장이나 중앙위원회 의장은 발의된 개정안을 지체 없이 공고하고 회의를 소집해야 한다. 법원은 1인1표제 도입을 위한 개정안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가 지켜진 것으로 판단했다.

 

이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24일 당무위원회를 열어 1인1표제 도입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했다. 정청래 대표가 강하게 추진한 이 개정안은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의 가치를 현행 20대 1 미만에서 1대 1로 맞춰, 권리당원의 영향력을 대폭 확대하는 방향을 담았다. 당 지도부는 이를 당원 주권 강화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해 왔다.

 

가처분이 기각되면서 민주당은 예정대로 5일 중앙위원회를 소집해 1인1표제 도입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안을 최종 의결하는 절차에 착수할 수 있게 됐다. 당내 절차상 마지막 관문인 중앙위원회 의결이 이뤄지면, 향후 전당대회와 당내 주요 선출 과정에서 권리당원 표의 영향력이 대의원과 동일해지는 구조가 확정된다.

 

그러나 당내 이견은 여전하다.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를 비롯한 일부 의원들과 지역위원장들 사이에서는 영남 등 취약 지역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랐다. 대의원 중심 구조가 무너질 경우, 조직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지역과 계파가 당내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민주당 지도부는 전략 지역에 대해 가중치를 부여하는 수정안을 병행 추진하기로 했다. 1인1표제라는 원칙은 유지하되, 특정 지역의 정치적 약세와 조직 규모를 감안해 일정 부분 보정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당내에서는 이 방안이 당원 주권 강화와 지역 대표성 보완 사이에서 절충점이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원의 이번 판단으로 정청래 대표 체제의 당무 개편 구상은 한숨 돌리게 됐다. 다만 가처분은 인용 여부만을 다투는 절차인 만큼, 향후 본안 소송이 제기될 경우 당헌 개정의 정당성과 효과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민주당은 예정된 중앙위원회 의결을 마무리한 뒤, 내년 각종 공천 규칙과 지도부 선출 룰 등 세부 제도 설계에 착수할 계획이다. 당내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회와 정치권은 1인1표제가 민주당의 의사결정 구조와 향후 선거 전략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시하고 있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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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더불어민주당#1인1표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