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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기반 유전진단"…쓰리빌리언, 300만불 수출 성과로 글로벌 입지 강화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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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기반 유전 진단 기술이 희귀질환 정밀의료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쓰리빌리언이 수출 중심 성장 전략으로 글로벌 희귀질환 진단 공급망에 깊숙이 진입하면서, AI 유전체 해석 서비스가 새로운 수출 산업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실적이 AI 기반 정밀의료 서비스가 더 이상 연구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본격적인 국가 간 의료 인프라로 자리잡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쓰리빌리언은 4일 한국무역협회가 주관한 제62회 무역의 날 행사에서 3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수출의 탑은 전년 7월 1일부터 당해 6월 30일까지 1년간 수출 실적을 기준으로, 해외 시장 개척과 수출 확대에 기여한 기업을 선정해 수여하는 상이다. 쓰리빌리언은 자체 개발한 AI 유전변이 해석 모델과 전장유전체 WGS, 전장엑솜 WES 기반 희귀질환 진단 서비스를 내세워 전 세계 75개국 이상에서 수출을 확대하며 이번 성과를 거뒀다. 해당 수출 규모는 약 44억 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쓰리빌리언의 핵심은 AI 유전변이 해석 모델이다. 환자의 전장유전체 또는 전장엑솜에서 추출된 방대한 유전정보를 기반으로, 알고리즘이 질병과 연관된 변이를 자동으로 선별해 의사가 참고할 수 있는 진단 후보 목록을 제시하는 구조다. 기존에는 전문가가 변이 의미를 하나하나 검토해야 해 분석 시간이 수일에서 수주까지 걸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AI 모델을 적용하면서 해석 속도를 대폭 줄이고 판독 정확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특징으로 꼽힌다.  

 

특히 이번 기술은 유전체 데이터의 복잡성과 변이 종류의 방대함으로 인해 발생하던 기존 희귀질환 진단 과정의 병목을 줄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희귀질환은 질환 수가 수천 종에 달하고 환자별 변이가 상이해, 전통적인 패널 검사만으로는 정확한 원인 유전자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AI 모델이 진단과 연관성이 높은 후보를 우선순위로 제시하면서, 실제 임상에서는 검사당 검토해야 할 변이 수를 줄이고 진단에 도달하는 평균 기간을 단축하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쓰리빌리언은 이러한 AI 기반 유전체 해석 기술을 클라우드형 서비스로 제공하며 글로벌 병원과 진단기관을 고객으로 확보해왔다. 해외 의료진은 환자의 유전체 데이터를 디지털 형태로 전송하고, 해석 결과를 리포트 형태로 제공받는 구조여서, 고가의 분석 장비나 대규모 전문 인력이 없는 국가들도 고난도 희귀질환 진단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했다. 회사 측은 임상 현장에서 요구되는 신속성과 정밀도가 인정받으면서 해외 병원과 의료진의 검사 의뢰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 성과도 가파른 성장 흐름을 보이고 있다. 쓰리빌리언에 따르면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분기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진단 의뢰는 유럽, 남미, 동남아 등 주요 권역에서 빠르게 늘고 있으며, 이 결과 해외 매출 비중은 약 70퍼센트에 이르고 있다. 한국에서 개발한 AI 기반 유전체 해석 서비스가 사실상 글로벌 시장을 주 무대로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희귀질환 진단 시장에서는 이미 유전체 기반 정밀의료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WGS, WES를 활용한 희귀질환 진단이 보험 체계 안으로 편입되는 흐름이 관찰되고 있고, 각국의 유전체 데이터 축적 프로젝트와 연계해 AI 해석 기술을 접목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쓰리빌리언이 75개국에 서비스를 공급하며 수출 실적을 쌓고 있는 점은, 한국 기업이 데이터 해석과 클라우드 기반 진단 서비스에서 일정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희귀질환 분야는 특히 국가별 의료 인프라 격차가 큰 영역이다. 대형 대학병원과 임상유전체 전문 인력이 집중된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 간 진단 격차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AI 유전체 해석 플랫폼을 통해 검사와 판독을 분리해 제공하는 방식은 의료 인프라가 제한적인 국가에서도 정밀의료에 가까운 진단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게 해주며, 환자의 조기 진단과 치료 선택지 확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AI 기반 유전 진단 서비스 확산을 위해서는 각국 규제와 데이터 보호 요구 사항에 대한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계속된다. 유전체 정보는 개인 식별 가능성이 높고 민감도가 큰 데이터로 분류되기 때문에, 국가마다 데이터 국외 이전과 활용에 관한 규제가 상이하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개인정보보호 규제와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심사 체계가 엄격하게 운용되고 있어, AI 해석 알고리즘의 성능 검증과 임상적 유효성 입증이 필수적인 단계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에서도 유전체 데이터 활용을 포함한 데이터 기본법 논의와 보건 의료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 정비가 이어지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AI 기반 유전체 해석 서비스가 희귀질환을 넘어 암, 난치성 질환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대규모 데이터와 AI 알고리즘을 결합해 변이 해석 정확도를 끌어올릴수록, 치료 반응 예측과 약물 선택 지원 등 정밀의료 전반으로 비즈니스 영역을 넓힐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쓰리빌리언이 해외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기술 고도화에 나서는 행보는, 장기적으로 글로벌 정밀의료 플랫폼 경쟁에 뛰어드는 포석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창원 쓰리빌리언 대표는 이번 수상에 대해 AI 기반 유전진단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축적해온 신뢰와 성장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해외 파트너십 확대와 기술 고도화를 통해 글로벌 희귀질환 진단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산업계는 쓰리빌리언과 같은 AI 유전체 해석 기업들이 규제와 데이터 윤리 요구를 충족시키며 실제 의료 현장에 얼마나 깊이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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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빌리언#ai기반유전진단#희귀질환정밀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