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당 퇴행 시도 안타깝다"…한동훈, 가족 연루 의혹 당게 조사에 정면 반발

강태호 기자
입력

당원 게시판 논란을 둘러싸고 국민의힘 내부 권력 구도가 다시 충돌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당무감사위원회가 맞서는 모양새 속에 친한계와 친윤계의 갈등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11월 28일 "2024년 11월 5일 전후로 발생한 당원 게시판 관련 논란과 그 후속 조치 일체에 대한 공식 조사 절차 착수를 의결한다"고 밝혔다. 이른바 당원 게시판 사태에 대한 당 차원의 공식 조사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당원 게시판 사태는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온라인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비방하는 글이 올라온 사건을 가리킨다. 이 글의 작성이나 유포 과정에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당내에서 공방이 이어져 왔다.

 

한 전 대표는 11월 29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글을 올려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어제 우리 당 당무감사위 발표가 보도됐다"고 언급한 뒤 "계엄의 바다를 건너 미래로 가야 할 중요한 시기"라며 "당을 퇴행시키는 시도가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당이 외부 정치 현안과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내부 사안 조사로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당무감사위원회의 조사 결정에 대해 당내에서 상반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한 전 대표와 가까운 친한계 인사들은 강력 비판에 나선 반면, 일부 친윤계 인사들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사과와 책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친한계인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익명성이 보장된 당게를 조사해 징계한다면, 그것도 정당한 비판에 대해 징계한다면 민주정당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방선거 앞두고 당을 분란으로 몰아넣어 얻을 수 있는 게 뭐가 있나. 자중하시기를 바란다"고 말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분열을 키우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우재준 의원도 당무감사위 결정을 겨냥했다. 그는 "이 조사가 이재명 정부를 견제하는 데, 우리 당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는 데 도대체 무슨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사람이 조금이라도 내부 갈등을 줄이기 위해, 우리 당의 승리를 위해 노력하는데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당내 갈등 관리와 야당 견제라는 두 과제를 고려할 때 조사 착수가 시기와 방식 모두 부적절하다는 인식이 깔린 발언이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가세했다. 그는 "익명이 보장된 당원 게시판에서 윤석열, 김건희 부부에 대한 비판글을 올린 게 도대체 왜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하며, 당원 표현의 자유 침해를 우려했다. 나아가 "전광훈당, 조원진당, 황교안당과도 손잡는다면서 한동훈과 한동훈계는 온갖 트집 잡아서 죽이겠다는 거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최근 보수 진영 일부와의 연대 논의까지 언급하며 지도부가 한 전 대표 측만 겨냥하고 있다는 불신을 드러낸 셈이다.

 

반면 당내에서는 책임 있는 해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원조 친윤계로 분류돼 온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은 한 전 대표를 정조준했다. 그는 "당원게시판에서 가족들이 여론조작을 했다면 당연히 사과하고 반성하는 게 책임 정치"라고 지적했다. 또 "남한테만 손가락질하며 사과와 반성 요구하지 말고 제발 한동훈도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사과와 반성 좀 하라"고 말했다. 그간 한 전 대표가 여권 내부와 야권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온 만큼,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처럼 당무감사위 조사 착수를 둘러싸고 한 전 대표 측과 지도부, 친윤계 일부가 첨예하게 맞서면서 국민의힘은 다시 내홍 국면에 빠져드는 양상이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와 차기 대선을 둘러싼 당내 세력 재편 과정과 맞물리면서, 당원 게시판 논란이 단순한 온라인 커뮤니티 문제를 넘어 계파 갈등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치권에서는 당무감사위의 조사 결과와 그 후속 조치가 향후 국민의힘 지도체제와 공천 구도, 여권 전체의 정국 주도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은 공식 조사 절차를 진행하는 한편, 내년 지방선거 준비와 대야 관계 설정 전략을 함께 조율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강태호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한동훈#국민의힘#윤석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