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준비 시기와 겹친 대북전단 재개"…윤석열 정부, NSC서 작전 재가동 결정
군의 대북심리전 재개를 둘러싸고 윤석열 전 대통령 측과 수사당국이 정면 충돌했다. 대북전단 살포가 비상계엄 준비와 맞물려 추진됐다는 정황이 국방부 자체 조사로 확인되면서 정치권과 군 안팎이 다시 격랑에 휩싸였다.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실에 따르면 국방부는 최근 국군심리전단과 합동참모본부 등 당시 작전계통에 있던 군 관계자를 조사한 결과, 2023년 10월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에서 대북전단 작전 재개가 결정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7년 7월 이후 중단돼 온 대북전단 살포를 2023년 10월 12일 정부 차원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당시 제34차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는 9·19 군사합의 평가 및 대응방안을 안건으로 논의했으며, 이 자리에서 신원식 국방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김규현 국가정보원장 등이 협의를 통해 대북전단 재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방부는 다만 회의 결과가 대통령기록물로 분류돼 있어 대북전단 재개 사유나 구체적인 논의 과정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회의 시점은 헌법재판소가 남북관계발전법, 이른바 대북전단 금지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직후였다.
국방부 조사 내용에 따르면 신원식 전 장관은 2023년 11월 8일 대북전단 작전 재개를 군에 구두로 지시했고, 이 지시는 합동참모본부를 거쳐 국군심리전단에 하달됐다. 이에 따라 국군심리전단은 지난해 2월 18일을 시작으로 같은 해 11월 15일까지 총 17차례 작전을 통해 최소 23회에 걸쳐 대북전단을 살포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단 살포 목표 지역은 평양, 원산을 비롯해 북한 주요 도시와 군부대 등 35곳으로 조사됐다. 작전통제는 현장에 있던 국군심리전단장부터 합동참모본부 작전기획부장,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합동참모본부 의장으로 이어지는 계통을 통해 이뤄졌고, 보고와 승인은 모두 보안폰을 이용해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국군심리전단이 상급부대 보고 없이 임의로 대북전단 살포를 진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으나, 국방부 조사는 이와 다른 결론을 내렸다. 작전 계통 보고가 정식으로 이뤄졌고, 합동참모본부도 작전에 관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전 관련 기록 관리는 이와 상반된 양상을 보였다. 국방부 조사 결과, 작전계통에 있던 부대들은 매달 정기 사이버·보안진단 점검 때마다 대북전단 작전 관련 기록을 삭제해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합동참모본부의 경우 대북전단 작전과 관련해 어떠한 문건도 남기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지휘부의 작전 독려 정황도 확인됐다. 국방부는 신원식 전 장관이 지난해 7월 26일 대북확성기 작전 대면보고 당시 국군심리전단에 격려금 200만 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뒤이어 취임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도 같은 해 10월 23일 대북전단 등 3대 심리전작전 대면보고 과정에서 국군심리전단에 격려금 300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북전단 살포는 북한의 대응을 촉발하는 변수로도 작동했다. 북한은 지난해 남측이 먼저 대북전단을 띄웠다고 주장하며 2024년 5월부터 이른바 오물풍선을 남측으로 대량 살포했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와 군사적 도발 가능성을 이유로 지난해 6월 9·19 군사합의 전체 효력정지를 결정했고, 대북확성기 방송과 군사분계선 인근 실사격훈련을 재개하는 등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보다 앞서 내란특별검사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화할 명분을 만들기 위해 비정상적인 군사작전을 감행했고, 북한의 무력 대응을 유도하려 했다고 판단해 지난달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장관 등을 일반이적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내란특별검사팀은 비상계엄 준비가 본격화된 시점으로 2023년 10월을 특정하고 있으며, 이때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겸 계엄사령관, 특전사령관, 방첩사령관, 수도방위사령관 등 계엄 체계의 핵심 역할을 담당할 지휘관들이 일제히 임명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대북전단 작전 재개 결정 시점이 내란특별검사팀이 지목한 계엄 준비 본격화 시기와 겹치는 만큼, 작전과 계엄 계획 간 연관성 규명은 향후 수사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은 그동안 계엄 음모 의혹과 북한 무력 대응 유도 의혹을 일관되게 부인해 왔고, 여권도 야권과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반면 야당은 국방부 조사 결과를 계엄 수사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해석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은 NSC 차원의 대북전단 재개 결정, 합참 문건 무기록 지침, 지휘부 격려금 지급 정황 등을 들어 정치적 목적이 개입된 군사작전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국방특별수사본부는 국방부 자체 조사 결과를 토대로 대북전단 살포 재개 배경과 의사결정 구조, 12·3 비상계엄 선포 준비와의 연관성, 작전 수행 과정에서의 위법 소지 등을 본격 수사할 계획이다. 정치권과 군 수뇌부에 대한 소환 조사가 차례로 이어질 경우, 향후 국회는 계엄 의혹과 대북심리전 작전을 둘러싸고 격렬한 공방을 벌이게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