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메모리 접고 HBM 올인”…마이크론, AI 데이터센터 겨냥 포트폴리오 대전환
현지시각 기준 3일, 미국(USA) 반도체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Technology)가 소비자용 메모리 사업에서 철수하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고대역폭 메모리(HBM)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글로벌 메모리 공급이 빠듯해진 상황에서 AI 인프라 수요가 폭증하는 흐름과 맞물리며, 메모리 업계 전반의 재편을 재촉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이크론은 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그동안 ‘크루셜’(Crucial) 브랜드로 전개해 온 소비자용 메모리 사업을 중단하고, 전 세계 주요 소매점·온라인 판매업체·유통업체를 통한 크루셜 소비자용 제품 공급을 더 이상 지속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전환 기간을 고려해 내년 2월까지는 크루셜 브랜드 소비자용 메모리 제품 출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수밋 사다나 최고사업책임자(CBO)는 AI 데이터센터 확장이 “메모리와 스토리지 수요의 급격한 증가를 유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마이크론이 “더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영역에서 전략적 중요도가 높은 대형 고객을 대상으로 공급과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크루셜 소비자용 사업에서 물러나는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이번 결정이 이미 진행 중인 포트폴리오 전환 전략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마이크론은 메모리와 스토리지 사업 구조를 장기적이고 수익성이 높은 성장 축에 맞추는 방향으로 재편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공급 여건이 타이트해지는 가운데, 수익성이 높은 AI 데이터센터용 HBM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수익 기여도가 낮은 소비자용 메모리 사업 비중을 축소하는 쪽으로 전략을 조정했다는 분석이 따른다.
리서치업체 서밋 인사이츠(Summit Insights)의 애널리스트 킨가이 찬은 크루셜 중심의 소비자용 메모리 부문이 마이크론 전체 실적에서 핵심적인 수익원 역할을 해오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마이크론은 크루셜 브랜드 소비자용 제품 매출을 별도로 공시하지 않고 있어 정확한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마이크론의 HBM 사업은 이미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이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최고경영자(CEO)는 회계연도 4분기(6∼8월) 실적 발표에서 HBM 매출이 “거의 20억달러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같은 분기 전체 매출이 113억달러였던 점을 언급하며 HBM이 분기 매출의 약 18%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30년까지 글로벌 HBM 시장이 1천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고, HBM 수요 증가 속도가 일반 D램보다 “뚜렷하게 가파르다”며 이런 추세가 2026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증권가 추산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한국(Korea)의 SK하이닉스가 60.8%로 1위를 유지하고 있고, 삼성전자(Samsung Electronics)가 17.2%, 마이크론이 22.0% 수준으로 관측됐다. 마이크론의 소비자용 메모리 철수 결정은 이 같은 구도 속에서 AI 인프라 확대에 따른 HBM 수요 급증에 대응하려는 포트폴리오 재편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번 행보에 대해 시장에서는 메모리 공급난과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겹치면서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한 글로벌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마이크론이 HBM 중심 전략을 강화하면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포함한 주요 메모리 업체 간 기술 경쟁과 투자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마이크론의 결정이 메모리 산업 내에서 소비자용 PC·개인용 저장장치 중심 구조가 약화되고, AI·클라우드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제품이 성장 축으로 자리잡는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향후 주요 업체들이 공급 조정과 설비 투자를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따라 HBM 가격과 수급, 나아가 글로벌 AI 인프라 구축 속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사회와 시장 참여자들은 마이크론의 전략 전환이 향후 메모리 산업 지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