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2천9백명 시대”…UBS 보고서, 세계 부호 자산 13% 급증에 양극화 우려
현지시각 기준 4월 말, 스위스(Switzerland) 금융그룹 UBS가 발표한 ‘2025년 억만장자 리포트’에서 전 세계 억만장자 수와 자산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증시 호조와 자산 가격 상승이 맞물리면서 부호들의 재산이 크게 불어난 가운데, 일부 국가는 억만장자 감소세를 보이며 부의 지형이 재편되는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전 세계에서 보유 자산이 10억달러 이상인 억만장자는 2천919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8.8% 늘어난 수치로, UBS는 “글로벌 증시 강세 속에서 억만장자 숫자가 300명에 육박하는 증가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이들이 보유한 총자산은 15조8천억달러로, 전년 대비 13% 확대됐다.
UBS는 특히 올해 새롭게 억만장자 반열에 오른 인물이 287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대규모 부양책이 풀리며 자산 가격이 급등했던 2021년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라고 설명했다. UBS는 “현재는 이례적인 수준의 사업 혁신이 진행되고 있지만 동시에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이기도 하다”고 진단하며, 최근 부의 증가는 혁신 산업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교차하는 환경에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이번 보고서에는 신규 억만장자의 구체적인 사례도 제시됐다. 미국(USA)에서는 생명공학 기업 콜로설바이오사이언스의 창업자 벤 램과 인프라 투자회사 스톤피크파트너스의 공동창업자 마이클 도렐이 대표적 신흥 부호로 꼽혔다. 중국(China)에서는 버블티·아이스크림 체인 ‘미쉐빙청’을 일군 장훙차오·장훙푸 형제가 이름을 올렸고, 가상화폐 ‘트론(Tron)’을 만든 저스틴 선 역시 디지털 자산과 신흥 금융 영역에서 부를 축적한 사례로 소개됐다.
UBS는 동시에 상속을 통한 부의 대물림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신규 억만장자 가운데 91명은 창업 이익이 아닌 상속으로 자산 10억달러 기준선을 넘어섰다. UBS는 억만장자 집단의 연령 구조와 인구통계학적 추세를 반영한 분석을 바탕으로 “앞으로 상속을 통해 억만장자 그룹에 편입되는 인물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기업가 출신 억만장자들의 향후 재산 규모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기술 변화 속도, 각국 규제 환경, 거시경제 여건에 따라 기업 가치가 급격히 변동할 수 있어 장기 추세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UBS는 “사업 환경 변화와 혁신 속도를 고려할 때 기업가 출신 부호들의 재산 경로는 예측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는 국가별 부의 분포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UBS에 따르면 한국의 억만장자 수는 31명으로, 1년 전 38명에서 7명 줄었다. 새로 억만장자 대열에 오른 한국인은 1명에 그친 반면, 기존 명단에서 제외된 인물은 8명으로 집계됐다. 한국인 억만장자의 총보유 자산은 2024년 1천50억달러에서 882억달러로 감소해 16% 하락률을 기록했다.
UBS는 보고서에서 한국인 억만장자 개별 명단과 자산 증감 사유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개별 기업 성과와 투자 손익에 따른 재산 변동과 함께, 원화 가치가 달러화 대비 하락한 점을 주요 변수로 지목했다. UBS는 “환율 움직임 때문에 일부 인사의 달러 기준 자산 평가액이 10억달러 기준선 아래로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별도 조사인 미국(USA) 경제지 포브스의 ‘한국인 부자 순위’에서는 2025년 기준 자산 10억달러 이상 한국인이 29명으로 파악돼 UBS 집계와 차이를 보였다. 집계 기준 시점, 비상장 자산 평가 방식, 가족 간 지분 분류 방식 등이 다르기 때문에 통계에는 일정 수준의 편차가 발생한다는 것이 시장의 일반적인 설명이다.
이번 UBS 보고서는 글로벌 증시 회복과 혁신 산업 성장 속에서 초고액 자산가 집단의 규모와 자산이 다시 팽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일부 국가에서는 환율과 산업 구조 변화로 억만장자 수와 자산이 줄어드는 모습도 관측돼, 국가별·세대별 부의 불균형이 더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국제사회는 이러한 부의 집중 추세가 향후 정책, 조세, 금융 규제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