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지 클라우드 테스트베드”…카카오엔터, 몽골 디지털 전환 견인
엣지 클라우드 기술이 개발도상국의 디지털 전환 전략 도구로 부상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몽골 국립과학기술대학교와 손잡고 엣지 클라우드 테스트베드 구축을 완료하면서, 중앙집중식 데이터센터에 의존하던 인프라 구조를 분산형으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가시화되고 있다. 단순 기부를 넘어 인력 양성과 마스터플랜 수립까지 포함한 3개년 협력 체계로 설계돼, 국내 클라우드 기업의 ESG 기반 해외 진출 모델로도 주목받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프로젝트가 몽골 내 클라우드 생태계 조성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29일 몽골 국립과학기술대학교 내 엣지 클라우드 테스트베드 구축을 마치고 상용 수준의 동작 검증까지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코이카가 추진하는 코이카 플랫폼 ESG 이니셔티브 업무 협약의 일환으로, 3년에 걸쳐 클라우드 인재 양성 교육, 엣지 클라우드 테스트베드 공동 개발, 몽골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마스터플랜 수립 등을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구조다.

엣지 클라우드는 데이터를 한곳의 대형 데이터센터로 몰아서 처리하는 기존 클라우드와 달리, 데이터가 발생하는 지점 인근에서 연산과 저장을 수행하는 분산 처리 방식이다. 영상 감시, 사물인터넷, 스마트시티처럼 실시간성이 중요한 서비스에서 대기 시간과 네트워크 병목을 줄일 수 있어, 네트워크 인프라가 취약한 국가나 광범위한 지역에 특히 적합한 기술로 평가된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이러한 특성을 감안해 몽골 환경에 맞는 엣지 구조 설계에 초점을 맞췄다.
기술 구현 측면에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서버, 스위치, 무정전 전원 공급장치 등 핵심 인프라 장비를 제공하고, 테스트베드 전체 아키텍처 설계와 구축, 성능 및 안정성 검증을 주도했다. 초기 설계 단계에서 엣지 클라우드 구축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뒤, 주 단위 개발 회의와 월 단위 기술 완성도 점검으로 단계별 리스크를 줄였다. 이를 통해 몽골 현지에서 바로 응용 가능한 레퍼런스 아키텍처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몽골 국립과학기술대학교는 물리 인프라 구축과 함께 컨테이너 기술을 적용한 오픈스택 기반 클라우드 인프라의 구축과 운영을 담당했다. 오픈스택은 오픈소스 클라우드 관리 플랫폼으로, 상용 솔루션 대비 비용 부담은 낮추면서도 가상머신과 컨테이너 환경을 통합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몽골 측이 직접 구축과 운용을 경험한 만큼, 단기 성과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현지 클라우드 인력의 기술 자립도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테스트베드는 몽골 내에서 엣지 클라우드를 실습하고 연구할 수 있는 첫 상설 인프라에 가깝다. 통신망과 전력 인프라가 넓은 국토에 균일하게 깔려 있지 않은 몽골 특성상, 데이터센터를 수도권에만 집중하기보다 지역 거점별 엣지 노드를 두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는 분석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구축된 환경은 향후 스마트 교육, 환경 모니터링, 원격진료 등 다양한 공공·민간 서비스를 시험하는 실험실로도 활용될 수 있다.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에서는 이미 대형 사업자들이 데이터센터 집중 구조를 보완하기 위해 엣지 리전을 확장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통신사와 클라우드 기업의 협업을 통해 도심과 산업단지 인근에 소규모 엣지 노드를 구성하는 사례가 쌓이고 있다. 이번 몽골 프로젝트는 이러한 흐름을 개발도상국 상황에 맞게 변형한 사례로, 한국 기업이 기술 이전과 인력 양성까지 패키지로 제공하는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로젝트는 단순 인프라 구축을 넘어 국가 단위 클라우드 전략 수립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코이카, 몽골 국립과학기술대학교는 내년에 전담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몽골 전역의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현황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몽골 클라우드 센터 마스터플랜을 설계할 계획이다. 향후 공공 정보 시스템과 산업 데이터 처리를 어떻게 분산 배치할지에 대한 로드맵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코이카 플랫폼 ESG 이니셔티브는 ESG와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를 결합해 민간 기업의 기술 역량을 개발협력 사업에 접목하는 모델이다. 개발도상국의 경제 성장뿐 아니라 환경과 사회적 포용을 함께 달성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엣지 클라우드처럼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네트워크 비용을 줄이는 인프라는 이 프레임과도 맞닿아 있다. 데이터센터를 대도시에만 대형으로 짓는 방식보다 탄소 배출과 자원 사용 측면에서 효율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력이 몽골의 디지털 주권 강화에도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 클라우드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자국 내에서 데이터를 처리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것은 공공 행정과 산업 데이터 보호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오픈소스 기반으로 시작한 점 역시 장기적으로 특정 벤더 종속을 줄이고, 현지 개발자 생태계를 키우는 데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부문 사업본부장은 몽골 현지에 최적화된 엣지 클라우드 환경을 성공적으로 검증해 몽골 클라우드 센터 구축을 위한 기술적 토대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이어질 마스터플랜 수립과 인력 양성 과정에서 어떤 구체적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이 나올지, 그리고 이 모델이 다른 개발도상국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 협력이 실제 시장과 공공 서비스에 안착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