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송변전 지원금 술값·지게차로 사용”…권익위, 전국 772개 마을 부적정 집행 적발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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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금을 둘러싼 현장의 허술한 관리 실태와 국민권익위원회가 맞붙었다. 송·변전설비 주변지역 주민들을 위해 책정된 주민공동사업 지원금이 전국 곳곳에서 사적으로 쓰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리 부처와 사업 주관 기관에 대한 책임 공방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는 11일 송·변전설비 주변 마을에 지원되는 주민공동사업 지원금 집행 실태를 점검한 결과, 다수 마을에서 부적정 사용 사례를 확인해 관계 부처에 조사 결과를 이첩했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지원금을 주민대표가 사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취지의 신고를 접수한 뒤 전국 772개 마을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영수증 등 증빙 자료를 남기지 않거나 집행 내역의 용도를 기재하지 않은 채 사실상 사적 지출로 처리한 사례가 적발됐다. 대구광역시 달성군 A마을 대표는 주민공동사업 지원금 270만 원을 간이주점과 한정식집에서 사용했지만 영수증을 제출하지 않았다. 또 거주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의 호텔을 두 차례 이용하며 129만 원을 지출했으나, 사용 목적과 이용 인원 등 필수 기록은 남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상북도 영천시 B마을 대표의 경우 지원금으로 약 1천600만 원 상당의 지게차를 구입해 사실상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주민공동사업 취지와 다른 개인용 장비처럼 운용한 셈이라 권익위는 목적 외 사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권익위는 이와 별개로 여러 마을에서 주민공동사업 지원금을 마을 대표 개인 계좌로 이체한 뒤 개인 명의 신용카드로 집행한 사례도 다수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공동의사결정 절차나 회계 공개가 이뤄지지 않아 부정 사용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권익위는 적발 사례에 대해 지원금 환수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송·변전설비 주변지역 지원 사업을 담당하는 한국전력공사의 감독기관인 기후에너지환경부에 실태조사 결과를 이첩했다. 권익위는 관리·감독 강화를 통해 유사 사례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어떤 환수 조치와 관리 체계 정비 방안을 마련할지에 따라 관련 제도 전반의 신뢰도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정치권과 지역 사회에서도 주민공동사업의 취지에 맞는 투명한 회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질 것으로 보이며, 정부는 추가 점검과 제도 보완을 검토할 예정이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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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원회#기후에너지환경부#한국전력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