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당분간 재부의 어렵지만 포기 안 해”…정청래, 1인1표제 부결에 당원에 사과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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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 주권 강화를 둘러싼 갈등과 기대가 교차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핵심 공약이었던 이른바 1인1표제 당헌 개정안이 중앙위원회에서 부결되면서, 정 대표의 리더십과 향후 당내 권력 구조 개편 논의가 새로운 분수령을 맞고 있다.  

 

정 대표는 5일 중앙위원회 표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1인1표제 도입을 위한 당헌 개정안 부결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공약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으나 중앙위에 부결됨으로써 저의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다. 당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표결 경과와 관련해 “비교적 높은 찬성률을 보였으나 재적 과반인 의결 정족수가 부족해 중앙위원 596명 중 과반의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된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련 당헌 개정안은 지금 즉시 재부의하기엔 많은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며 “당분간 재부의하기 어렵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 대표는 1인1표제 추진 의지를 접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며 “이재명 정부의 국민 주권 시대에 걸맞은 당원 주권 시대에 대한 열망은 여기서 멈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강물이 바다를 포기하지 않듯이, 1인1표 당원 주권 정당의 꿈도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고 말해, 시기 조정 속 장기 과제로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1인1표제는 당원 1인당 1표를 행사하는 방식으로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자는 구상으로, 그동안 대의원 중심 구조를 완화해 당원 참여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로 논의돼 왔다. 다만 중앙위원회에서 재적 과반 찬성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제도 도입을 위한 정청래 대표의 첫 당헌 개정 시도는 좌초됐다.  

 

정 대표는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한 공천 규칙 개정 논의에도 언급을 이어갔다. 그는 지방선거에서 후보자가 많을 경우 권리당원 투표로 예비 경선을 치르도록 하는 안이 2표 차이로 부결된 상황을 설명하며 “단 2표 부족으로 부결됐다. 이 부분은 투표율 저조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비 경선 조항에 대해 “지역위원장들이 좀 꺼리는 조항도 있는 것 같아 그 부분은 좀 완화해서 빠른 시간안에 중앙위에 수정안을 의결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당헌 전면 개정보다 공천 룰 세부 조정부터 다시 시도해, 단계적으로 당원 참여 폭을 넓히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청래 대표는 핵심 공약인 1인1표제가 좌절되는 부담 속에서도, 예비 경선 권리당원 투표제 재추진을 통해 당내 민주주의 확대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줬다. 이에 따라 중앙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당내 기득권 구조와 권리당원 기반 참여 확대 구상이 향후 어떤 절충점을 찾을지가 더불어민주당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가 강경한 개혁 드라이브 대신, 중앙위 설득과 조항 완화를 병행하는 현실 조정 기조로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당원 주권을 강조해 온 당 지도부와 조직 기반을 중시하는 지역위원장 사이의 이해관계 조정이 쉽지 않은 만큼, 후속 논의 과정에서 또 한 차례 격렬한 공방이 재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중앙위원회 표결 결과를 토대로 1인1표제를 포함한 당원 참여 확대 방안을 재정비하는 한편, 지방선거를 겨냥한 공천 규칙 개정 작업을 이어갈 전망이다. 정당 내 권력 구조와 공천 룰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당 정치의 민주성 강화 논의는 향후 당무위원회와 중앙위원회를 무대로 본격적인 재논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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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더불어민주당#1인1표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