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억류 처음 듣는다" 답한 이재명에…가족들 "호소 기회 다시 줘야"
북한 억류자 문제를 둘러싸고 이재명 대통령과 가족들의 간극이 드러났다. 이재명 대통령이 외신 기자회견장에서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관련 질문에 "처음 듣는 얘기"라고 답하자, 억류자 가족들은 당혹감과 동시에 정부의 재점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북한에 12년 넘게 억류돼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김정욱 선교사의 형 김정삼 씨는 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같은 대통령 발언을 접한 심경을 전했다. 김정삼 씨는 "실망스럽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하며 "억류자 문제를 호소하고 알릴 기회도 다시 주어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정삼 씨는 특히 자신이 지난 9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북한 내 억류자 생사 확인과 송환을 촉구했던 일을 상기했다. 그는 "정부가 억류자 문제에 계속 노력하고 있을 거라는 기대도 품었는데 대통령이 처음 듣는 얘기라니, 통일부를 비롯해 공무원들이 아예 보고를 안 해서 그런 것인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대통령이 사안을 몰랐다고 한 데 대해 정부 내 정보 전달 체계와 정책 우선순위를 동시에 겨냥한 셈이다.
그는 통일부 조직 변화도 지적했다. 김정삼 씨는 "통일부 납북자대책팀이 폐지된 것이나 이번 일을 보면 정부가 북한과 화해·협력을 되살리느라 억류자나 납북자 문제는 뒤로 밀어놓은 것 같아 답답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대북 관계 개선 흐름 속에서 인도적 현안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우려를 드러낸 것이다.
다만 그는 이재명 대통령 발언이 오히려 새로운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뜻도 밝혔다. 김정삼 씨는 "이번 기자회견 계기로 대통령이 억류자 문제를 인지하게 됐고, 가족들이 정부에 다시금 노력을 요구할 수 있는 계기가 돼 어떤 면에서는 다행"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인지 이후 청와대와 정부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설지 주목된다는 의미로 읽힌다.
정부가 북한 내 억류 사실을 공식 확인한 우리 국민은 김정욱 선교사를 포함해 6명이다. 통일부와 외교부 설명에 따르면 김국기 선교사와 최춘길 선교사는 2014년에 체포됐고, 한국 국적을 취득한 북한이탈주민 3명은 2016년 억류된 뒤 현재까지 북한 당국의 통제 하에 있는 것으로 파악돼 왔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이들에 대한 어떠한 영사 조력도 허용하지 않고 있어, 가족들은 최대 12년 넘게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귀환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3일 외신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문제 관련 질문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처음 듣는 얘기"라고 답한 뒤 배석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에게 해당 사건의 시기와 경위를 물었다. 이어 "아주 오래전에 벌어진 일이어서 개별적 정보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오래전 발생한 사안이어서 상세 현황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였다.
대통령 발언 직후 억류자 가족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앞으로의 정책 전환을 기대하는 이중적 반응을 보였다. 가족들은 그간 통일부와 정부를 상대로 한 면담과 서한, 면회 요구 등이 대통령과 최고 의사결정 라인에 제대로 전달됐는지 재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정치권에선 북한과의 대화 재개 과정에서 인도적 현안이 어떤 위치를 차지할지에 따라 향후 논란의 수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야권 일부에선 납북·억류자 문제를 남북 관계 의제의 상수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여권 안에서는 대화 모멘텀을 살리되 국민 보호 원칙과 인권 문제를 병행해야 한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정부는 당분간 외교·안보 라인을 통해 북한 억류자 관련 정보 파악과 대응 방안을 재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도 외교통일 관련 상임위를 중심으로 억류자 보호와 송환을 위한 제도적 장치, 남북 대화에서의 의제화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