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시프트 본격화…티빙 넷플릭스, 경험경쟁으로 격돌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산업의 패러다임이 콘텐츠 단독 경쟁에서 경험 중심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국내외 OTT 사업자들이 저성장 국면 속에서 가격·광고·팬덤·기술을 묶은 통합 경험 설계에 나서며 산업 구조가 전환점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2020년 이후 국내 OTT 이용자 증가율이 연 5퍼센트 내외로 둔화된 가운데 시장 규모도 약 6조원 수준에서 정체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플랫폼들은 글로벌 진출, 세분화된 요금제, 라이브와 숏폼 등 신규 서비스 도입을 통해 ‘시프트’ 전략을 본격화하는 흐름이다.
티빙은 올해 국내 OTT 시장 키워드로 시프트를 제시했다. 시프트는 구독모델 이후 두번째 수익 전쟁을 뜻하는 세컨드 모네타이제이션, 플랫폼의 글로벌화인 하이퍼 글로벌라이제이션, 지식재산의 확장성을 의미하는 아이피 익스팬더빌리티, 참여형 콘텐츠로의 변화를 가리키는 팬덤 인프라스트럭처, 플랫폼 기술 고도화 경쟁을 뜻하는 테크 드리븐 등 다섯 축으로 구성된다. 단순 오리지널 확보 경쟁에서 벗어나 수익 구조, 글로벌 유통, 팬덤 운영, 기술 인프라까지 OTT 비즈니스 전반의 구조 재편에 초점을 맞춘 개념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세컨드 모네타이제이션이다. 구독 기반 수익이 둔화되면서 광고형 요금제가 핵심 축으로 떠올랐다. 넷플릭스는 광고 요금제 도입 후 전체 신규 가입자의 40퍼센트 이상이 이 상품을 선택하는 상황으로 전환됐다. 평균 2개에서 3개의 OTT를 동시에 구독하는 이용자들이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흐름과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넷플릭스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제휴를 통해 광고 요금제의 확산 속도를 더 끌어올리고 있다.
티빙은 광고 요금제 도입에 이어 합병을 앞둔 웨이브와의 통합 요금제를 선보이며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동시에 광고 사업 고도화를 위해 대규모 광고 전문 인력 채용을 진행 중이다. 이는 단순 광고 슬롯 판매를 넘어 타깃팅, 효과 측정, 브랜드 연계 이벤트까지 포함한 데이터 기반 광고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겨냥한 행보다. 쿠팡플레이가 도입한 스포츠패스는 장르 기반 선택형 유료 구독 모델이다. 원하는 장르를 더 보기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하도록 설계해 핵심 팬층에서 추가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실험 중이다.
두번째 축인 하이퍼 글로벌라이제이션은 개별 작품 수출을 넘어 플랫폼 브랜드 자체를 해외에 심는 전략을 뜻한다. 티빙은 단일 콘텐츠 판매 방식 대신 브랜드관 형태로 해외 진출을 택했다. HBO 맥스와 디즈니플러스 등과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아시아태평양과 일본에 티빙 브랜드관을 동시에 론칭했다. 이를 통해 하나의 원천 지식재산을 여러 국가에서 동시 서비스하면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구조를 도모하고 있다. 현지 광고, 통신사나 멤버십 서비스와의 제휴 상품 결합 등도 장기적인 해외 매출 확대 수단으로 점쳐진다.
세번째 키워드인 아이피 익스팬더빌리티는 콘텐츠가 영상 영역을 넘어 소비와 체험 산업 전반으로 확장되는 흐름을 가리킨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유통, 외식, 테마파크 산업과의 협업으로 확장된 대표 사례로 꼽힌다. 글로벌 팬덤을 기반으로 캐릭터 상품, 체험형 공간, 오프라인 이벤트까지 연계되며 콘텐츠가 장기 프랜차이즈 자산으로 변모하는 구조다. 단발성 히트작 중심에서 시즌제, 스핀오프, 글로벌 리메이크 등으로 이어지는 프랜차이즈형 지식재산 확대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티빙의 환승연애는 일본 리메이크 러브 트랜짓과 스핀오프 환승연애 또 다른 시작으로 이어지며 하나의 포맷이 국가와 플랫폼 경계를 넘는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네번째 축인 팬덤 인프라스트럭처는 시청 위주의 수동 소비에서 참여형 경험으로 확장되는 변화를 말한다. 쿠팡플레이는 이미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무한도전을 기반으로 마라톤 행사를 서울 여의도와 부산 광안리에서 진행하고 이를 생중계해 온오프라인을 연결했다. 지드래곤 월드투어와 칸예 웨스트 내한 콘서트 등 대형 공연의 단독 티케팅과 생중계, 후속 VOD 제공도 같은 연장선이다. 공연 현장, 티케팅, 온라인 중계, 다시보기를 하나의 여정으로 엮어 팬덤을 플랫폼 내부에 묶어두는 전략이다.
티빙이 제공 중인 인터랙티브 라이브 서비스 같이볼래는 이용자가 함께 보며 반응을 공유하는 실시간 경험을 앞세운다. 침착맨과 함께 진행한 귀멸의 칼날 같이볼래는 약 10시간에 걸친 정주행 라이브가 이뤄졌다. 실시간 채팅, 시청자 참여 이벤트 등과 결합하면 시청 시간이 늘고 이탈률이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OTT가 단순 드라마와 영화 소비 창구에서 커뮤니티와 팬덤을 수용하는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가속되는 셈이다.
마지막 키워드인 테크 드리븐은 기술 고도화를 통한 경험 설계 경쟁이다. 업계는 올해 인공지능 기반 개인화 추천과 숏폼 기술을 가장 치열한 경쟁 영역으로 꼽는다. 어떤 화면 구성으로 보여주고 얼마나 쉽게 탐색하고 소비하게 할지를 둘러싼 사용자 경험 전쟁이 본격화된 흐름이다. 넷플릭스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틱톡처럼 콘텐츠를 짧은 영상으로 미리 보고 선택할 수 있는 세로형 비디오 피드 기능을 점진적으로 도입 중이다. 긴 런타임 콘텐츠의 진입 장벽을 낮춰 시청 전환율을 높이려는 시도다.
넷플릭스는 또 12년 만에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개편했다. 영화와 드라마 다시보기 중심에서 스포츠 경기와 공연 등 실시간성 콘텐츠까지 고려한 개인화 기능을 강화한 구성이 특징이다. 인공지능과 결합한 채팅 기반 검색 기능도 베타테스트를 거쳐 도입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통해 이용자의 의도를 더 정교하게 파악하고 추천 정확도를 높이려는 방향이다. 티빙은 세로형 숏폼 서비스를 도입해 요약 클립에서 본편으로 이어지는 유입 구조를 만들었다. 지난 10월 개편한 라이브 서비스에서는 이용자 취향에 맞는 채널과 프로그램을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개인화 추천을 강화했다.
이처럼 국내 OTT 산업은 수익 다각화, 글로벌 플랫폼화, 지식재산 프랜차이즈 전략, 팬덤 인프라 구축, 기술 기반 경험 설계 등 다섯 가지 축을 중심으로 구조 전환을 추진하는 모습이다. 광고형 요금제 확산과 스포츠나 공연 같은 고관여 장르의 묶음 판매, 인터랙티브 라이브, 숏폼과 인공지능 추천의 결합은 향후 매출 구조뿐 아니라 이용자 데이터 축적과 분석 역량의 격차를 벌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과 유럽 중심의 대형 OTT에 더해 아시아 지역 로컬 플랫폼도 브랜드관, 공동제작, 유통 파트너십 등을 통해 영향력을 키우는 양상이어서 경쟁 구도는 더 복잡해지는 분위기다.
업계 전문가는 올해를 두고 모든 산업에서 경험이 곧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콘텐츠 자체보다 고객이 얼마나 오래 머물고 얼마나 깊이 몰입하며 얼마나 자주 참여하는지가 기업 성패를 좌우하는 기준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경험을 설계하고 확장할 수 있는 기업만이 장기적인 성장과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OTT들이 시프트 전략을 실제 수익과 글로벌 영향력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업계는 이번 경험 중심 전환이 국내 OTT 생태계 재편의 분수령이 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