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물결 속 차세대 미디어 축제…미디어 혁신 전략 논의
인공지능 기술이 방송과 미디어 산업의 제작 공정부터 편성, 유통, 수익화 구조까지 동시에 흔들고 있다. 자동 편집과 가상 스튜디오, 개인 맞춤형 추천, 광고 최적화가 하나의 파이프라인으로 묶이면서 전통적 방송사와 플랫폼 기업의 역할도 재정의되는 분위기다. 업계는 인공지능 도입을 둘러싼 이번 논의가 향후 국내 방송·미디어 경쟁력 재편의 분기점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은 인공지능 기반 방송·미디어 산업 혁신과 미래 전략을 논의하는 2025 차세대 미디어 축제를 17일부터 이틀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인공지능의 물결, 미디어의 진화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방송사와 제작사, 플랫폼 사업자 등 산업계와 학계, 연구계, 정부 관계자 등 400여 명이 참석해 기술과 정책, 비즈니스 전략을 폭넓게 공유한다.

올해로 11회째를 맞은 차세대 미디어 축제는 인공지능이 개입하는 전 과정을 한 자리에서 다루는 구조로 기획됐다. 우선 우수 프로그램을 발굴하는 방송콘텐츠 대상 시상식과 함께, 기조연설과 방송·미디어인의 밤 등 인적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프로그램이 배치됐다. 동시에 인공지능 기반 방송·미디어 장비 전시 및 체험 부문을 통해 실제 제작 현장에서 쓰이는 AI 편집 솔루션, 실시간 음성 인식과 자막 생성, 가상캐릭터 기반 앵커 등 실사용 기술을 소개해 산업계의 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방송콘텐츠 투자유치 설명회는 콘텐츠 IP와 기술을 자본 시장과 직접 연결해 수익 구조 혁신을 시도하는 창구로 기능할 전망이다.
핵심 프로그램인 기조연설에서는 글로벌 방송사의 인공지능 활용 전략이 국내와 비교될 예정이다. 첫째 날 연단에 오르는 마이크 크라렉 미국 싱클레어 방송 부사장 겸 최고기술책임자는 인공지능 기반 지능형 미디어 전환시대, 차세대 방송을 위한 전략을 주제로, 뉴스 자동화, 데이터 기반 편성, 지역 맞춤형 광고 등 미국 방송시장에서 진행 중인 전환 사례를 공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내 지상파와 케이블,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가 추진 중인 제작 자동화와 추천 알고리즘 고도화 움직임과 맞물려, 글로벌 경쟁력 측면의 벤치마크가 될 수 있는 지점이다.
이어 김광집 스튜디오메타케이 대표는 인공지능 프로덕션 시대, 한국형 지적재산권 제작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통해 IP 중심 제작 체계 전환을 조명한다. 최근 생성형 AI와 가상 프로덕션 기술은 기획 단계부터 스토리 보드, 콘셉트 아트, 예산 시뮬레이션에 이르기까지 공정을 디지털 트윈처럼 재현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제작사는 인공지능 도입으로 촬영과 후반 작업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다국어 버전 제작과 다양한 파생 콘텐츠 생산을 통해 IP 확장 속도를 높이는 전략을 고민하는 상황이다. 발표에서는 특히 국내 콘텐츠 기업이 저작권과 초상권, 학습 데이터 관리 이슈를 통제하면서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장기 IP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행사 둘째 날 열리는 미래전략 콘퍼런스는 인공지능 시대 방송콘텐츠와 플랫폼의 중장기 전략을 주제로 한 세 개 세션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추천 알고리즘과 개인화 편성이 시청 경험을 어떻게 재구성하는지, 광고주와 이용자 간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할지에 대한 논의가 예상된다. 두 번째 세션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제작 자동화와 가상 프로덕션, 클라우드 기반 후반 작업 등 생산 공정을 다루며, 중소 제작사와 지역 방송이 기술 격차를 줄일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세 번째 세션에서는 데이터 주권과 저작권, 방송법과 정보통신망법 등 규제 틀 안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제도권에 안착시키는 방향성이 논의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행사는 방송사와 장비 업체, 플랫폼 사업자, 투자자와 정책 당국이 한 공간에서 정보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기존 기술 전시회와 차별화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공지능 기반 편집과 송출, 추천 엔진 같은 핵심 기술은 단독으로 작동하기보다, 네트워크 인프라, 클라우드, 데이터 거버넌스, 광고 시스템 등과 함께 설계돼야 실제 수익성과 효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방송사와 빅테크, 클라우드 기업이 연합 구조를 통해 이 같은 생태계를 선점하는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국내 방송·미디어 업계는 규제 환경과 투자 여건, 데이터 활용 범위 등 여러 제약 속에서 인공지능을 도입해 왔다. 이번 축제에서 공유되는 해외 사례와 정책 논의는, 향후 국내에서도 인공지능 활용 지침과 표준 모델을 만드는 데 참고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콘텐츠 추천의 투명성, 제작 과정에서의 저작권 보호, 인공지능이 만든 결과물의 책임 소재 등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다뤄질 주제다.
강도성 방송미디어진흥국장은 인공지능이 방송·미디어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자, 방송콘텐츠 제작 및 유통 방식 전반을 혁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행사가 인공지능 기반 방송·미디어 혁신 생태계 구축의 실질적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산업계는 이번 논의를 계기로 마련될 후속 정책과 투자 방향에 따라, 인공지능 기술이 국내 방송·미디어 시장에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