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돌담길 따라 거닐다”…정동문화축제서 만나는 시간의 예술

오예린 기자
입력

요즘 서울에서는 옛 정취와 현대 감성이 만나는 축제가 주목받고 있다. 과거의 문화와 예술이 잠자고 있던 정동길이, 이제는 세대를 넘어 시민들의 일상 속으로 깊이 스며들고 있다. 정동의 돌담길을 걷는 감각은 예전엔 추억을 담는 산책에 머물렀지만, 오늘날에는 참여와 체험의 무대가 됐다.

 

올해 10월, 서울 중구 정동과 세종대로 19길 일대에선 제27회 정동문화축제가 열린다. 거기서 시민들은 거리 페스티벌, 전시, 다양한 참여 이벤트를 만난다. 축제의 첫날은 정동로터리 일대 거리공연으로 문을 연다. 산책하듯 이어지는 공연 무대와 더불어, 서울시립미술관 등 명소 31곳의 ‘정동의 사계’ 전시에서는 사진과 채색화로 시간의 층위를 느끼게 한다. 방문객이 직접 만든 ‘정동구름’, ‘기억의 풍선’ 설치 예술 등은 시민 손길로 완성된다.

거리예술부터 정동의 추억까지…‘정동문화축제’ 서울 중구 정동에서 펼쳐진다
거리예술부터 정동의 추억까지…‘정동문화축제’ 서울 중구 정동에서 펼쳐진다

이런 변화는 체험과 직접 참여가 흥이 되는 축제 트렌드에서도 보인다. ‘정동 물들이기’ 수채화 그리기, 크레파스 체험, 캐리커처, 추억의 오락실, 풍금 연주 등 남녀노소 모두가 고른 즐거움을 찾는다. 박물관 스탬프투어를 따라가면, 근대 한국 문화의 요람 정동의 역사가 발길과 만난다. 배재학당역사박물관 인문학살롱 강연에서는 “한국 속의 세계, 세계 속의 한국”처럼 삶의 의미와 다양한 문화에 대한 성찰도 이뤄진다.

 

축제 실무를 맡은 관계자는 “정동의 축제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 예술과 시민이 어우러지는 시간”이라 느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정동길에서 다시 추억을 만난다”, “아이와 함께 간 첫 미술 체험, 잊지 못할 하루였다” 등 공감이 쏟아졌다.

 

그만큼 정동문화축제는 각자의 감각을 일상으로 초대한다. 풍금 소리, 캔버스의 색, 그리고 오래된 돌담길과 같은 평범한 풍경에서 시민들은 잠시 자신의 기억과 마주한다. 전문가들은 “과거의 흔적과 예술이 만나는 순간, 우리는 현재를 더욱 깊이 살아낸다”고 표현했다.

 

정동의 시간은 계속된다. 축제는 단지 한 계절의 이벤트가 아니라, 옛 골목과 예술, 그리고 사람의 마음이 어우러지는 일상적 리듬이기도 하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오예린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정동문화축제#정동길#서울시립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