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XRP 공급 부족, 예상보다 빨리 올 수 있어”…리플 현물 ETF 자금 유입에 수급 불안 우려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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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28일, 디지털 어센션 그룹(Digital Ascension Group)의 제이크 클레이버 최고경영자(CEO)가 리플 XRP(엑스알피)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둘러싼 유동성 소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암호화폐 시장의 공급 부족 논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XRP 현물 ETF로의 자금 유입이 장외거래(OTC)와 다크풀 유동성을 빨리 흡수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자, 국제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는 가격 변동성 확대와 수급 불균형 가능성을 놓고 경계와 기대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클레이버 CEO는 크립토 전문 매체 크립토베이직(CryptoBasic)에 “리플 XRP 현물 ETF로의 지속적인 유입이 사적 유동성 시장을 예상보다 빠르게 고갈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지시각 기준 XRP ETF 출시 이전 장외 시장과 다크풀에서 가용했던 물량을 약 10억개에서 20억개 수준으로 추산하면서, “ETF 출시 첫 주에만 약 8억개의 XRP가 흡수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클레이버는 아직 블랙록(BlackRock), 뱅가드(Vanguard), 피델리티(Fidelity) 등 초대형 자산운용사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주요 기관이 본격적으로 매수에 나설 경우 유동성 부족 현상이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리플 XRP 현물 ETF 유입 가속화에 장외거래 물량 고갈 가능성 제기
리플 XRP 현물 ETF 유입 가속화에 장외거래 물량 고갈 가능성 제기

다만 크립토베이직이 인용한 시장 데이터에 따르면, XRP 현물 ETF가 실제로 축적한 XRP 규모는 3억개를 조금 넘는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ETF 총자산 규모는 약 6억 7천6백만 달러(약 9천4백60억 원) 선으로 집계된다. 클레이버가 언급한 OTC 추정 흡수 물량 8억개와 실측에 기반한 ETF 보유 물량 간에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해, 그의 추정치에 대한 객관적 검증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클레이버는 향후 전개에 대해 “OTC 및 다크풀 물량이 소진되면 가격 발견 기능이 소매 거래소로 이동하면서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최근 미국(USA) 암호화폐 거래소 크라켄(Kraken)에서 XRP 가격이 기술적 이상 현상으로 추정되는 상황 속에 일시적으로 91달러까지 치솟았던 사례를 언급하며, “기관 수요가 공개 시장으로 몰리는 국면에서는 얇은 호가 장벽 때문에 이런 급등이 실제 가격 움직임으로 재현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은 XRP 현물 ETF가 촉발할 수 있는 가격 급등 시나리오를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외신 보도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면, 거래소의 일시적 가격 왜곡 현상(플래시 크래시 또는 단기 급등)을 장기적인 가격 전망의 직접 근거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격 급등이 거래 시스템 오류, 유동성 일시 실종, 잘못된 주문 등 기술적 요인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OTC 추정 흡수분과 실제 ETF 보유량의 괴리는 유동성 흐름 분석의 신뢰도에 의문을 남긴다.  

 

공급 측 요인도 가격 상승을 제약할 수 있는 변수로 거론된다. 리플(Ripple)사는 에스크로 계정을 통해 일정 주기로 XRP를 시장에 방출해 왔으며, 보유량과 해제 속도는 시장 유통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장기 보유자들의 차익 실현 매물이 더해질 경우, ETF를 통한 기관 수요가 확대되더라도 실제 가격 상승 폭은 제한될 수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이런 점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수급 타이트화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공급 역학과 거시 환경, 규제 변수까지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XRP ETF를 가격의 핵심 단기 동인으로 보는 시각은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암호화폐 분석가 채드 스타인그라버(Chad Steingraber)는 비트와이즈(Bitwise)와 카나리 캐피털(Canary Capital) 등 운용사의 XRP 매수세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향후 ETF 일일 거래량이 7천5백만∼8천만 달러(약 1천50억∼1천1백20억 원) 범위로 확대될 경우 연간 약 48억개의 XRP를 소화해야 할 것이라는 추산을 내놓았다. 이런 관측은 중장기적으로 XRP 유통량 대비 ETF 수요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국제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XRP를 둘러싼 이러한 수급 논쟁이 디지털 자산 ETF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이어 알트코인으로 ETF 상품이 확대되는 추세 속에서, 각 코인의 온체인 유통 물량, 장외 유동성 규모, 장기 보유자 비중 등 구조적 특성이 ETF 수급과 결합해 예상치 못한 가격 변동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를 비롯한 주요국 규제 당국의 승인 여부와 공시 기준, 유동성 관리 규정도 향후 시장 안정성에 중요한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거시경제 측면에서는 글로벌 금리 수준과 위험자산 선호 여부가 XRP ETF 자금 유입 속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 주요국의 인플레이션 둔화 여부, 전통 금융시장의 변동성 등은 디지털 자산에 대한 기관 투자자의 배분 전략을 바꿀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각국의 암호화폐 과세 정책과 회계 기준 변경, 은행과 증권사의 상품 편입 여부 등도 실제 자금집행 지속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유입 속도가 유지되고 여기에 블랙록과 피델리티, 뱅가드와 같은 초대형 운용사가 추가로 XRP ETF에 진입할 경우, 수개월 내 수급 불균형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본다. 반대로 ETF 자금 유입이 둔화되거나 규제 환경이 다시 보수적으로 변할 경우, 수급 압박은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다는 시각도 병존한다. 국제사회와 금융시장은 XRP 현물 ETF가 실제로 어느 정도의 장기 자금을 끌어들이고, 이 과정에서 전망된 공급 부족 시나리오가 현실화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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