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성급한 판단 말라”…할리우드 감독 롭 라이너 부부 피살, 아들 닉 살인 혐의 출두에 충격 확산

박지수 기자
입력

현지시각 17일, 미국(USA)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법원에서 할리우드 영화감독 롭 라이너 부부 살해 사건의 피의자인 아들 닉 라이너가 첫 출두했다. 유명 감독 부부가 자택에서 피살된 데 이어 친아들이 유력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미국 사회와 영화계 전반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LA 검찰에 따르면 닉 라이너는 1급 살인 혐의 2건으로 기소된 상태에서 이날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손목에 수갑을 차고 자살 방지용 교도소 가운을 입은 채 피고인석에 섰으며, 재판부가 유죄 인정 여부를 묻자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변호인 측 요청에 따라 기소 사실에 대한 인부 절차는 내년 1월 7일로 연기됐고, 닉은 이에 동의하며 “네, 재판장님”이라고만 답했다.

'롭 라이너 부부 살해' 아들, 법원 출두…유죄 여부 묵묵부답(사진: 연합뉴스)
'롭 라이너 부부 살해' 아들, 법원 출두…유죄 여부 묵묵부답(사진: 연합뉴스)

변호인 앨런 잭슨은 취재진에게 “라이너 가족에게 닥친 참혹한 비극”이라고 사건을 규정하면서도, 닉에 대한 사법 절차가 “성급한 판단이나 결론 도출 없이 진행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잭슨은 수사와 재판을 통해 사실관계가 충분히 규명돼야 한다며 여론 재판을 경계하는 입장을 드러냈다.

 

앞서 LA 카운티 지방검사장 네이선 호크먼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롭 라이너 감독 부부 피살을 “비극 그 이상”이라고 표현하며 강경 수사 의지를 밝혔다. 그는 “우리는 살인범을 반드시 법의 심판대에 세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닉에 대한 사형 구형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지 수사 당국 발표에 따르면 닉은 지난 14일 이른 아침 로스앤젤레스 브렌트우드 지역의 부모 자택에서 롭 라이너 감독 부부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현장을 떠난 혐의를 받고 있다. 전날 밤에는 TV쇼 진행자 코넌 오브라이언의 집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파티에 부모와 함께 참석했으며, 현장에서 거친 언행을 보이며 부모와 심한 말다툼을 벌였다는 목격자 진술이 전해지고 있다. 이 같은 정황이 닉을 유력 용의자로 지목하는 핵심 단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률 전문가들은 닉이 유죄 평결을 받을 경우 가석방 없는 종신형 또는 사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다만 캘리포니아주는 2006년 이후 사형을 실제로 집행한 사례가 없어, 설령 법원이 사형을 선고하더라도 실질 집행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제도적 상황 때문에 종신형이 사실상 최중형으로 기능해 왔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이번 사건은 할리우드 중견 감독으로 미국 대중문화에 이름을 알린 롭 라이너의 사망이라는 점에서 현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미국 주요 매체들은 부유한 주택가 브렌트우드에서 벌어진 가족 내 살인 사건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가정폭력과 정신건강, 총기·흉기 범죄 대응 등 미국 사회가 오랫동안 안고 온 구조적 문제를 다시 소환하고 있다.

 

LA 현지에서는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닉의 정신적·정서적 상태, 가족 내 갈등의 경위, 범행 전후 행적 등이 추가로 드러날 경우 여론의 향배가 크게 요동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법원은 다음 기일에서 피고인의 공식 입장과 검찰 측 증거 목록 등을 토대로 본격적인 심리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와 영화계는 유명 감독 부부를 앗아간 참극에 애도를 표하는 한편, 피의자의 유죄 여부와 형량이 어떻게 결정될지 주목하고 있다. 미국 사법당국의 수사와 재판 과정, 그리고 최종 판결이 향후 스타·셀러브리티를 둘러싼 범죄 대응과 여론 형성에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관심이 쏠린다.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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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라이너#롭라이너#로스앤젤레스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