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공개매수 1,580원 제시에 상한가…로스웰, 자진 상장폐지 추진에 급등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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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코스닥 상장사 로스웰 주가가 최대주주의 자진 상장폐지 결정과 공개매수 계획 발표에 힘입어 장중 상한가인 1,296원까지 치솟았다. 공개매수 예정 가격이 현재 주가를 크게 웃돌면서 차익거래 수요가 몰리고 있고, 비상장 전환을 통한 경영 효율화 기대가 더해지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향후 공개매수 성사 여부에 따라 상장폐지와 정리매매 등 주가 흐름이 크게 갈릴 것으로 관측된다.

 

12일 정오 무렵까지 로스웰은 전 거래일 대비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1,296원에 거래 중이다. 장 시작과 동시에 강세로 출발해 상한가에 안착했으며, 장중 상한가가 한 차례도 풀리지 않는 점상 형태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908원까지 밀렸던 주가가 불과 2주 만에 40퍼센트 넘게 급등한 셈이다.

[분석] 공개매수가 1580원의 유혹… 로스웰, 자진 상장폐지 결정에 상한가 잠김 (제공:AI제작)
[분석] 공개매수가 1580원의 유혹… 로스웰, 자진 상장폐지 결정에 상한가 잠김 (제공:AI제작)

회사는 코스닥 상장 유지 계획을 접고 비상장사로 전환하기 위해 최대주주 측 주도로 공개매수를 진행하겠다고 공시했다. 주당 공개매수 가격은 1,580원으로 제시됐다. 상한가를 기록한 현재 주가 1,296원과 비교해 약 22퍼센트 높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제시 가격과 현 주가의 격차를 무위험 혹은 저위험 차익거래 기회로 인식하면서 매수 주문이 대거 유입되는 분위기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 지분율 변화가 눈에 띈다. 로스웰의 외국인 보유 비중은 11월 중순 60퍼센트대에서 11월 말 47퍼센트대로 낮아졌고, 최근에는 48퍼센트 수준에서 숨 고르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거래량은 약 50만 주로, 평소 대비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상한가 매수 잔량이 두텁게 쌓이면서 매도 물량이 부족한 매물 잠김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매수 상위 창구에 국내 증권사가 다수 포진한 점을 감안하면 공개매수 차익을 겨냥한 개인과 이른바 스마트 머니가 유입된 것으로 해석된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로스웰은 극단적 저평가 구간에 머무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시가총액은 약 596억 원으로 코스닥 1,151위 수준의 소형주인데, 주가순자산비율 PBR은 0.08배에 그친다. 장부상 청산가치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거래돼 온 만큼, 중국 기업에 대한 구조적 저평가인 이른바 차이나 디스카운트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많다.

 

실적은 개선 흐름이 뚜렷하다. 로스웰은 2022년 66억 원 영업적자를 냈지만 2023년 145억 원 흑자로 돌아섰고, 2024년에는 영업이익 195억 원을 기록하며 이익 체력을 끌어올렸다. 2024년 당기순이익도 174억 원으로 흑자 기조를 강화했다. 부채비율이 300퍼센트대로 높은 편이지만, 자회사 지분 100퍼센트 확보를 위한 437억 원 규모 출자 등 공격적인 투자를 병행하고 있어 성장 레버리지 활용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로스웰의 주력 사업은 자동차 전장제품과 차량용 공조설비다. 가정용 통신단말 제품의 누적 생산량이 2,000만 대를 넘는 등 제조 역량도 보여 왔다. 특히 중국 내 종속회사인 강소로스웰전기유한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며 사실상 지주사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자진 상장폐지 추진이 중국 전장 사업 확대와 지배구조 개편의 연장선에 있으며, 비상장 상태에서 의사결정 속도를 높여 중국 전기차 시장 변화에 대응하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이 회계 투명성 논란과 신뢰 부족으로 저평가에 시달려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공개매수는 소액주주에게 일정 수준의 엑시트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공개매수 가격을 시장가보다 높게 제시한 만큼 일각의 우려였던 일방적 퇴장이나 이른바 먹튀 가능성을 의식해 주주 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내세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동종 업계와의 수익성 비교에서도 회사의 체력은 무난하다는 분석이다. 통신·장비 업종 내 대표 기업인 한화비전과 RFHIC 등과 견줘볼 때 로스웰의 자기자본이익률 ROE는 7.43퍼센트로, 한화비전의 0.54퍼센트를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총액은 작지만 자본 효율성이 높고 수익 구조가 탄탄하다는 점에서 기본 체질은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다만 중국 기업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신뢰 리스크가 밸류에이션 상단을 제한해 왔다는 지적은 여전히 남아 있다.

 

단기 주가 흐름에 대해서는 공개매수 가격인 1,580원을 향해 수렴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현재가 1,296원 기준으로 20퍼센트 이상 추가 상승 여력이 열려 있는 만큼, 기존 보유자의 입장에서는 성급히 매도하기보다 공개매수에 응하거나, 주가가 1,550원 안팎에 도달했을 때 장내에서 차익 실현을 검토하는 전략이 거론된다. 반면 상한가 이후 뒤늦게 진입하려는 투자자에 대해서는 남은 수익 구간이 제한적인 만큼 진입 타이밍과 리스크 점검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따른다.

 

다만 상장폐지 목적 공개매수가 언제나 성공하는 것은 아닌 만큼, 투자자들은 상폐 실패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공개매수 응모 물량이 부족해 자진 상장폐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상폐가 무산되고, 주가가 다시 급락할 소지도 배제하기 어렵다. 공개매수 종료 이후 정리매매가 진행될 경우에는 하루에도 큰 폭으로 출렁이는 등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공개매수 기간과 조건을 꼼꼼히 확인하고 사전에 엑시트 전략을 세우는 것이 요구된다.

 

향후 로스웰 주가와 상장폐지 절차는 공개매수 참여율과 시장 신뢰 회복 여부에 따라 갈릴 전망이며, 코스닥 내 다른 중국 기업들의 퇴장·잔류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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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웰#자진상장폐지#공개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