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대출 95%가 투자등급”…아폴로글로벌, 월가 위기경고에 정면 반박
현지시각 3일, 미국(USA) 뉴욕 금융가에서 사모대출(private credit) 시장의 위험을 둘러싼 논쟁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미국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마크 로완 최고경영자(CEO)가 기고문을 통해 사모대출을 향한 월가의 위기 경고가 오해에 기반한 ‘광기’라고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 발언은 글로벌 금융권에서 커지는 사모대출 리스크 논쟁에 새로운 불씨를 더하고 있다.
로완 CEO는 3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게재한 글에서 사모대출 시장에 대한 우려가 “위험 구조와 자금 출처에 대한 부정확한 인식, 그리고 전체 시장의 일부에 불과한 레버리지 대출과 사모대출을 혼동한 데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19세기 영국(Britain) 계몽주의 사상가 찰스 맥케이의 저서 ‘대중의 미망과 광기’를 인용하며, “대중이 무리 지어 미쳐가지만 한 명씩 천천히 제정신을 되찾는다”는 문구를 들어 사모대출을 둘러싼 과장된 위기론이 오늘날의 ‘집단적 미망’을 연상시킨다고 주장했다.

로완 CEO는 현재 글로벌 사모대출 시장 규모를 40조 달러(약 5경6천조 원)로 추산하면서, 이 가운데 약 5%인 2조 달러만이 투자등급에 미치지 못하는 레버리지 대출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나머지 95%는 투자등급 자산에 해당한다”고 강조하며, 부채비율이 높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차입기업에 적용되는 레버리지 대출이 전체 사모대출의 성격을 대표하는 것처럼 묘사되는 상황을 문제로 제기했다.
그는 또 “사모대출은 신용평가를 거치지 않고, 투명성이 낮으며,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통념을 대표적인 ‘미신’이라고 규정했다. 로완 CEO는 사모대출 상품이 내부적·외부적 심사를 거치며, 기관투자자의 규제 및 보고 의무를 통해 일정 수준의 정보 공개가 이뤄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사모대출에 자금을 공급하는 주체가 연기금·보험사 등 장기 투자자라는 점을 들어 “사모대출이 금융시스템에 시스템적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시각은 근거가 약하다고 강조했다.
로완 CEO는 “사모대출 시장의 성장은 금융시스템을 더 회복력 있고 덜 집중된 구조로 바꾸어 왔으며, 은행의 건전성을 오히려 개선했다”고 주장했다. 은행이 감당하기 어려운 중위험·중수익 대출 영역을 비은행 금융중개회사(NBFI)가 흡수하면서, 자금 중개 기능이 분산됐다는 논리다. 이는 사모대출 확대를 잠재적 위험 요인이 아니라 ‘위험 분산 메커니즘’으로 보는 시각을 반영한다.
사모대출은 은행이 아닌 자산운용사·사모펀드·전문 투자회사 등 NBFI가 제공하는 기업대출을 포괄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USA)과 유럽(Europe)에서 은행 건전성 규제가 강화되면서, 규제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비은행권이 기업 대출 수요를 빠르게 흡수해왔다. 그 결과, 전통 은행 대출에 의존하던 중견·중소기업은 사모대출로 눈을 돌렸고, 아폴로글로벌을 비롯한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는 이 시장을 성장 엔진으로 삼아 몸집을 키워왔다.
아폴로글로벌은 월가에서 사모대출 시장 팽창을 주도하는 대표적 플레이어로 꼽힌다. 비교적 제한된 공시 의무와 맞춤형 구조 설계를 활용해 은행이 감당하기 어려운 복잡한 딜을 수주해 왔다. 이런 구조 덕분에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기관투자자 자금이 사모대출 펀드로 대거 유입됐고, 시장 규모가 수년 새 급팽창했다.
그러나 감독·규제가 은행권에 비해 느슨하고, 예금자 보호나 중앙은행의 직접 유동성 지원과 같은 안전장치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사모대출은 지속적으로 위험 경고 대상이 됐다. 충격 발생 시 완충 장치가 부족해 ‘그림자 금융’의 한 축으로서 시스템 전체에 충격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이 같은 구조적 취약성을 감안할 때, 사모대출이 금융 불안의 ‘블랙박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10월에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가 미국(USA) 기업 퍼스트프렌즈와 트라이컬러가 사모대출을 통해 조달한 자금 구조 속에서 잇따라 파산한 사례를 언급하며 경고음을 울렸다. 다이먼 CEO는 당시 “바퀴벌레가 한 마리 보였다면 실제로는 더 많을 수 있다”고 비유하며, 사모대출을 포함한 신용시장 전반에 잠복한 부실 위험을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이 발언을 레버리지 대출과 사모대출 영역의 ‘숨은 부실’ 경계로 해석했다.
영국(UK)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의 앤드루 베일리 총재도 사모대출과 관련한 경고 대열에 합류했다. 베일리 총재는 사모대출 거래에서 활용되는 일부 복잡한 금융공학 구조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의 구조화 금융상품을 떠올리게 한다며, 사모대출 부문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BOE는 금융안정보고서 등을 통해 비은행권 크레딧 시장 동향을 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내놓고 있다.
이와 함께 월가에서 ‘신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CEO도 사모대출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해왔다. 그는 사모대출을 ‘쓰레기 대출’이라고 표현하며, 차기 대형 금융위기가 사모대출 부문에서 촉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낮은 공시, 복잡한 구조, 규제 사각지대가 결합하면서 투자자와 감독당국 모두 리스크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NYT), 파이낸셜타임스(FT),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매체는 사모대출 시장의 급성장을 전통 은행 중심의 대출 패러다임을 뒤흔드는 구조적 변화로 평가하면서도, 대손률 상승이나 경기 침체 시 어떤 충격이 나타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고 분석하고 있다. 일부 매체는 “사모대출은 은행 시스템 밖에 형성된 새로운 신용 중추”라며 잠재 시스템 리스크를 거론하고, 다른 매체는 “은행권의 위험을 흡수하는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견해를 소개한다.
국제결제은행(BIS)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도 비은행 금융중개 분야 리스크를 반복적으로 경고해 왔다. 감독 기준과 자료 수집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국가별 규제 체계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공조는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미국(USA)과 영국(UK), 유럽연합(EU) 등 주요국 감독당국은 사모대출을 포함한 사모금융 시장에 대한 데이터 수집과 스트레스 테스트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규제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한 정책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로완 CEO의 반박이 시장 신뢰 방어 측면에서 의미를 갖지만, 사모대출이 경기 둔화 국면을 본격적으로 통과해 본 경험이 짧다는 점에서 낙관론과 경고론 모두 신중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평가한다. 일부 금융학자들은 “사모대출이 은행 대출을 대체하며 위험을 분산하는 측면이 있는 동시에, 규제 밖으로 위험을 이동시키는 효과도 있다”며 “데이터 투명성 제고와 감독 강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로완 CEO가 사모대출 시장의 건전성과 시스템 안정 기여를 강조하며 방어에 나선 가운데, 글로벌 금융권에서는 규제 공백과 구조적 복잡성이 결합된 사모대출이 향후 금융 불안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이번 논쟁이 각국 규제당국의 정책 설계와 시장 규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국제사회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