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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에이전트 전면 도입 선언"…딥엘, 2026년을 증명의 해로 지목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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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인공지능 기술이 기업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으로 다가오고 있다. 글로벌 AI 번역 기업 딥엘은 2026년을 AI 에이전트가 비즈니스 현장에서 실제 성과를 입증하는 해로 규정하며, PoC 단계에 머물던 AI 도입이 전사적 자동화 국면으로 넘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반복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활용이 본격화되면서, 투자수익률 개선과 조직 구조 재편이 동시에 진행되는 이중의 변화가 예고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전망을 두고 기업 간 AI 자동화 경쟁이 가속화되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딥엘은 최근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5개국 고위 비즈니스 리더 5천여 명을 대상으로 2026년 AI 산업 전망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약 4분의 1은 이미 AI 에이전트가 자사 비즈니스에 중대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더해 44퍼센트는 2026년에 이 같은 변화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응답해, 향후 2년 내 AI 에이전트의 영향력이 급격히 확대될 것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자사의 운영 방식이 AI 에이전트로 인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7퍼센트에 그쳤다.  

AI 도입 효과에 대한 인식도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67퍼센트가 올해 AI 도입을 통해 투자수익률이 상승했다고 답했고, 절반이 넘는 52퍼센트는 내년에 AI가 다른 어떤 기술보다 기업 성장에 더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내다봤다. 단순한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 매출 확대와 신규 비즈니스 창출까지 포함한 성장 동력으로 AI를 인식하는 경영진이 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야렉 쿠틸로브스키 딥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는 2025년을 AI 도입의 성격 전환 시점으로 규정했다. 그는 2025년이 개념 증명 단계에서 실제 적용 단계로의 전환기였다며, 2026년에는 기업들이 AI를 활용해 특정 비즈니스 기능을 완전히 자동화하는 단계로 나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여러 부서와 업무에 흩어져 있던 개별 도구가 통합되고, 이 위에서 AI 에이전트가 번거로운 반복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구조가 빠르게 자리 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변화가 현실화될 경우, 기업 내 업무 분담과 인력 운용 방식도 적잖은 재편이 불가피해 보인다. 쿠틸로브스키 최고경영자는 반복 업무 비중이 줄어들수록 인간은 창의성과 끈기를 요구하는 복잡한 문제 해결 영역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어 기반 AI가 이메일 작성, 보고서 초안 작성, 문서 번역, 고객 응대 등 지식 노동의 기본 단계를 처리하고, 사람은 전략 수립과 의사 결정, 고난도 협상 등에 역량을 쏟는 구조가 보다 뚜렷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쿠틸로브스키 최고경영자는 동시에 기술 주권의 중요성을 거론하며 AI 확산이 가져올 주권 경쟁 구도를 짚었다. 그는 유럽 관점에서 기술 주권은 단순한 데이터 저장 위치 문제를 넘어선다고 설명했다. 데이터 센터 소재지 여부만이 아니라, 핵심 기술 노하우와 AI 모델을 자체 보유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하는 행위 자체가 기술 주권의 핵심이라는 해석이다. 유럽이 글로벌 클라우드와 AI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기술 스택을 강화하려는 흐름과도 맞물린다.  

 

딥엘 내부 기술 책임자들은 2026년이 AI 에이전트 확산의 실질적인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스테판 메스켄 최고과학자는 2026년을 에이전트의 해로 규정하면서, 2025년 동안 에이전트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높아졌다면, 새해에는 기업 차원의 대규모 도입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개별 파일럿 프로젝트를 넘어, 콜센터, 문서 관리, 프로젝트 운영 등 핵심 프로세스 단위로 에이전트를 배치하는 방식의 확산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세바스찬 엔더라인 최고기술책임자는 조사 참여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의 44퍼센트가 2026년 AI 에이전트를 통한 주요 혁신을 기대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 기대가 과장된 전망이라기보다 현실적인 예측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그는 2026년을 AI의 약속이 아닌 증명의 해로 규정했다. 그동안 AI가 생산성 향상과 혁신을 약속하는 기술로 인식돼 왔다면, 이제는 실제 도입 결과와 재무 성과, 업무 효율 수치로 성과를 검증받는 국면이 도래한다는 의미다.  

 

AI 에이전트가 기업 현장에서 실제로 어느 정도의 성과를 입증할지는, 기존 IT 시스템과의 통합 수준,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 규제와 윤리 기준 준수 여부 등 복합적인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다만 글로벌 경영진 중 다수가 2026년을 기점으로 한 AI 자동화의 가속을 예상하는 만큼, 산업계는 이제 AI 도입 여부보다 도입의 깊이와 범위를 둘러싼 경쟁 국면으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산업계는 AI 에이전트가 약속한 혁신이 실제 시장에서 어떤 수준으로 증명될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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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엘#야렉쿠틸로브스키#ai에이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