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공범 아니다” 주장 속 김건희 도이치 주가조작 공범 사건, 추경호 사건 맡은 재판부로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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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핵심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와 사법부가 다시 맞부딪쳤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의 연장선에서 공범으로 기소된 인물이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사건과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에 배당되면서 정치권 파장이 증폭되고 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4부 한성진 부장판사 재판부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전날 기소한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범 이모 씨 사건을 맡게 됐다. 형사34부는 이미 여권 핵심 인사가 연루된 중대 형사사건과 굵직한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을 동시에 심리하고 있는 부서다.

형사합의34부는 비상계엄 선포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계엄 협조 요청을 받고 국민의힘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해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추경호 의원 사건을 심리 중이다. 추 의원에게 적용된 혐의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로, 헌정 질서와 직결된 중대 범죄로 분류된다.

 

같은 재판부는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도 맡고 있다. 삼부토건 이일준 회장과 이응근 전 대표이사, 이기훈 전 부회장 겸 웰바이오텍 회장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조직적인 시세조종을 통해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으며, 금융범죄 전담 재판부가 연이어 맡고 있는 사건들과 구조가 유사하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차 작전 시기 김건희 여사의 계좌관리인으로 알려진 이씨가 2012년 9월 11일부터 10월 22일까지 이어진 2차 작전 시기에도 시세조종 범죄에 가담했다고 보고 전날 불구속 기소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씨는 김 여사 등과 공모해 1천300만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계좌 운용 경위와 시기별 거래 패턴 등을 토대로 이씨를 공범 지위에서 재판에 넘겼다. 다만 상세한 공소사실과 증거 구조는 재판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재판부는 향후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쟁점 정리와 증거 신청 여부를 차례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여사 측은 이씨가 주가조작의 공범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김 여사 변호인단은 이날 입장문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 1만5천 주를 담보로 제공받아 이를 모두 처분하고 잠적한 사람으로 공범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이씨를 신뢰 관계가 깨진 계좌관리인으로 규정하며, 시세조종 공모 구조에서 배제되는 인물이라고 선을 그은 셈이다.

 

정치권에선 대통령 배우자를 둘러싼 형사사건과 여권 핵심 인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사건, 대형 주가조작 사건이 같은 재판부에 모이면서 향후 재판 진행이 정국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야권은 도이치모터스 사건 전반에 대한 특검 수사 확대를 주장해 왔고, 여권은 무리한 정치 수사라며 강력 반발해 왔다.

 

법조계에선 형사합의부 특성상 사건 배당은 통상적인 절차에 따른 것이지만, 재판부가 이미 금융범죄와 정치 사건을 함께 다루고 있는 만큼 사건 간 재판 일정과 여론의 관심이 맞물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은 수년간 정치권 공방의 핵심 소재였던 만큼, 추가 공범 사건의 재판 과정에서 새로운 진술이나 증거가 제시될 경우 파급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는 이씨 사건의 첫 기일을 지정한 뒤 특검팀과 변호인단의 공소사실 인정 여부, 증인 신청 계획 등을 듣고 심리 방향을 정할 예정이다. 정치권은 재판부 판단과 특검 수사 결과를 놓고 다시 충돌 국면으로 나설 가능성이 커, 향후 법원 일정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거세질 전망이다.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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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추경호#도이치모터스주가조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