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본질로 회귀”…카카오톡 친구탭, 3개월 만에 원상복구
카카오톡의 핵심 진입 화면인 친구 탭 구조가 다시 바뀐다. 카카오는 지난 9월 적용했던 피드형 친구 탭 개편을 접고, 다음 주 중 기존 전화번호부 형태의 목록 구조로 되돌릴 예정이다. 메신저 기반 서비스에 소셜 네트워크 기능을 전면 배치하려던 전략이 이용자 경험과 충돌하면서, 3개월 만에 사실상 원상복구 수순을 밟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정이 국내 메신저 서비스가 소셜 플랫폼과 커뮤니케이션 도구 사이에서 어디에 무게를 둘지 가늠하는 신호로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이르면 15일, 늦어도 다음 주 중 카카오톡 친구 탭 첫 화면을 피드형 인터페이스에서 기존의 전화번호부 형태 목록으로 되돌리는 업데이트를 준비 중이다. 지난 9월 친구 탭 전면 개편 당시 회사는 지인 소식 공유와 콘텐츠 소비를 강화해 카카오톡을 소셜 허브로 키우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그러나 개편 이후 이용자 반발이 예상보다 거세게 이어지면서, 결국 연말 안에 구조 자체를 다시 손보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이번에 문제의 중심에 섰던 피드형 UI는 카카오톡 친구 목록 상단에 지인들의 프로필 게시물과 상태 메시지를 카드 형태로 늘어놓는 구조였다.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친구를 검색하거나 목록을 스크롤해야 했던 기존 사용 패턴 위에, 알고리듣지 않은 개인 콘텐츠 피드가 덧붙여진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 중심 흐름에 소셜 피드 탐색 단계를 강제로 추가한 셈이 돼, 사용자 인터페이스 설계 측면에서 논란이 커졌다.
이용자 불만이 집중된 지점은 접근성 저하와 피로감이었다. 기존에는 카카오톡을 열면 곧바로 가나다순 친구 목록이 노출돼, 상단 검색이나 스크롤만으로 원하는 상대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개편 후에는 첫 화면 상단에 지인 게시물, 아래에 친구 목록이 배치되면서, 시선이 콘텐츠 카드에 먼저 머물거나 목록 영역이 상대적으로 좁아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는 친구 찾기 동선이 길어졌다는 지적과 함께, 원치 않는 지인 게시물을 강제로 보게 된다는 불만이 이어졌다.
앱 마켓 반응도 냉담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카카오톡 자동 업데이트를 차단하는 방법을 정리한 게시글이 다수 공유됐고, 구글 플레이와 국내 앱 마켓 후기에는 개편 이후 최하점을 남기며 불만을 표시하는 이용자가 늘었다. 일부 이용자는 구버전 설치를 위한 비공식 APK 파일 공유를 요청하는 등, 메신저 기본 기능에 손을 댄 변화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메신저 서비스 특성상 일상 필수 인프라에 가까운 만큼, 사용성 변화에 대한 저항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보다 크게 표출된 것으로 해석된다.
카카오는 여론 악화를 감지한 뒤 지난 9월 개편안을 공개한 지 약 일주일 만에 친구 탭 구조를 다시 손보겠다는 계획을 예고했다. 연내에 기존 가나다순 전화번호부 형태를 복원하고, 개편과 함께 선보인 피드형 게시물은 별도 소식 메뉴로 분리해 제공하겠다는 청사진이다. 메신저 첫 화면은 다시 연락처 기반 구조로 단순화하고, 소셜 기능은 사용자가 선택해 들어가는 하위 메뉴로 재배치해 충돌을 완화하는 설계라 볼 수 있다.
카카오 측은 이달 안에 관련 업데이트를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정확한 배포 일정과 세부 UI 구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며 조정 작업을 이어왔다. 서비스 안정성과 테스트 과정, 그리고 남은 한 해 동안의 이용 패턴 데이터를 반영해 세부 구조를 다듬는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소식 메뉴로 이동하는 피드형 게시물이 어느 수준까지 노출 우선순위를 확보할지, 광고나 상업적 콘텐츠와 어떻게 섞일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이번 친구 탭 원상복구는 메신저 서비스의 본질을 어디에 둘 것인지에 대한 논쟁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는 메신저 안에 쇼핑, 결제, 미디어를 통합한 슈퍼앱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카카오톡이 사실상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으면서, 사용자 다수는 빠르고 간편한 메시지 전송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다. 소셜 피드와 커머스, 광고를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은 수익 측면에서는 유리할 수 있지만, 일상 인프라에 가까운 메신저 특성과는 쉽게 충돌하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카카오가 친구 탭을 다시 전화번호부 형태로 돌리는 선택을 두고, 수익 극대화보다는 서비스 신뢰와 사용성을 우선한 조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동시에 소식 메뉴로 이전되는 피드형 기능을 통해 메신저 안에서의 체류 시간과 소셜 활동을 확대하려는 시도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메신저와 소셜, 광고와 사용자 경험 사이의 균형점을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향후 플랫폼 경쟁력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카카오톡 친구 탭 개편 논란을 계기로, 대형 플랫폼의 사용자 인터페이스 변경이 단기 수익보다 장기적 신뢰와 직결된다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본다. 서비스 측면에서 메신저의 본질 기능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소셜과 비즈니스 기능을 얹는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지가 향후 과제로 남았다. 산업계는 카카오톡의 이번 후퇴와 재설계를 계기로, 메신저 서비스가 다시 본질에 충실한 방향으로 재정렬될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