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테슬라 터무니없이 고평가”…‘빅쇼트’ 버리, 공매도 베팅에 시장 촉각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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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일, 미국(USA) 금융시장에서 ‘빅 쇼트’의 실제 주인공으로 알려진 공매도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전기차 업체 테슬라(Tesla)의 주가 수준이 과도하게 높다고 공개 비판해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발언은 고평가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테슬라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온 상황과 맞물리며 글로벌 증시 전반의 거품 논쟁을 자극하고 있다.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버리는 지난달 30일 발행한 개인 뉴스레터 ‘카산드라 언체인드’에서 테슬라의 현재 시가총액이 “터무니없이 고평가돼 있고, 오랜 기간 그런 상태가 지속돼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초편: 주식 기반 보상의 비극적 계산법’이라는 글에서 테슬라의 주식 기반 보상 확대가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를 연간 약 3.6%씩 희석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빅쇼트’ 버리, 테슬라 고평가 지적…PER 209배에도 주가 6개월간 25%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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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는 특히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초대형 보상 구조를 문제 삼았다. 테슬라는 지난달 초 열린 주주총회에서 머스크 CEO가 회사 시가총액을 8조5천억달러까지 끌어올리는 등 특정 경영 목표를 달성할 경우 1조달러 규모의 테슬라 주식을 지급하는 보상안을 승인했다. 버리는 이 같은 주식 보상 계획이 앞으로도 지분 희석을 심화시켜 장기적으로 기존 주주 이익을 훼손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테슬라의 시장 평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야후 파이낸스 집계에 따르면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약 1조4천300만달러로, 전 세계 상장사 가운데 시가총액 10위권에 속한다. 시장정보업체 LSEG에 따르면 테슬라 주식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09배로, 같은 기준으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22배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주가 흐름도 고평가 논란과 엇갈린다. 테슬라의 1일 뉴욕 증시 종가는 430.14달러로, 최근 6개월 동안 25.5% 상승했다. 버리의 비판과 공매도 베팅에도 불구하고 단기 시장 반응은 제한적인 모습이다. 1일 뉴욕 시장에서 테슬라 주가는 뚜렷한 등락 없이 마감됐고, 2일 오전 10시 3분 기준 싱가포르(Singapore) 데이마켓(주간시장)에서는 약 1% 상승한 것으로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는 버리가 테슬라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공매도 포지션을 구축한 상태라고 전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대표적 투자 전략으로, 대형 공매도 투자자의 움직임은 종종 시장 심리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낳아 왔다. 테슬라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버리는 2008년 미국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를 앞서 예측하고 관련 자산 가격 하락에 베팅해 막대한 수익을 거둔 인물이다. 그의 투자 전략과 당시 행보는 이후 영화 ‘빅 쇼트’를 통해 전 세계 대중에게 알려졌고, 이후 금융시장에서는 버리의 공매도 포지션이 일종의 ‘위기 경보’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형성돼 왔다.

 

최근 버리는 인공지능(AI) 관련 종목에도 과열 경보를 울렸다. 그는 AI 산업 전반에 거품이 형성돼 있다고 주장하며, 대표적인 AI 수혜주로 꼽히는 엔비디아(Nvidia)와 팔란티어(Palantir)에 대해서도 주가 하락을 겨냥한 포지션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이러한 AI 거품론과 공매도 움직임이 일부 투자자 심리에 영향을 미쳐 미국 증시에 하방 압력을 키웠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테슬라는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대표적인 해외 투자 종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투자자의 테슬라 보유 규모는 267억5천만달러, 한화 약 39조3천775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수치는 한국 투자자들 역시 테슬라의 고평가 논쟁과 버리의 공매도 행보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보여준다.

 

워싱턴포스트와 같은 미국 주요 매체들은 버리가 과거 금융위기를 예견했던 이력 때문에 그의 발언 자체가 투자 심리에 상징적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해 왔다. 이번 테슬라 고평가 경고와 AI 거품론 역시 현재 미국(USA) 증시의 밸류에이션 수준을 둘러싼 국제 금융시장의 논쟁을 재점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테슬라와 AI 대표주를 둘러싼 논쟁이 고성장 기술주의 적정 가치, 주식 기반 보상 구조, 개인투자자 쏠림 현상 등 구조적 쟁점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본다. 버리의 경고가 또 한 번 대형 조정의 전조가 될지, 아니면 과도한 비관으로 남을지에 세계 증시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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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버리#테슬라#일론머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