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코스피 대형주 6.45% 조정…반도체 부담에 중·소형주로 순환매 확산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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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중심 대형주가 최근 조정을 받는 사이 코스피 중·소형주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11월 초 이후 대형주 쏠림이 완화되며 수급이 분산되는 흐름으로, 투자자들의 종목 선택 전략에도 변화가 감지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는 이번 움직임이 단기 순환매인지, 구조적 평균회귀인지에 대해 엇갈린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일부터 16일까지 코스피 대형주 지수는 4,392.64에서 4,109.21로 6.45%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중형주 지수는 3,782.68에서 3,825.76으로 1.14% 상승했고, 소형주 지수는 2,448.96에서 2,550.15로 4.13% 올랐다. 시가총액 상위 1∼100위로 구성된 대형주 지수가 뚜렷한 조정을 받는 사이, 101∼300위 중형주와 301위 이하 소형주가 상대적인 강세를 보인 셈이다.

코스피 대형주 6.45% 조정 속 소형주 4.13% 상승…중·소형주로 순환매 확산
코스피 대형주 6.45% 조정 속 소형주 4.13% 상승…중·소형주로 순환매 확산

올해 들어 10월 31일까지 누적으로 보면 대형주의 선전은 더욱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 대형주 지수는 78.38% 급등하며 상승장을 주도했다. 반면 중형주 지수는 41.20%, 소형주 지수는 16.45% 오르는 데 그쳐 중·소형주의 상대적 부진과 대형주 쏠림이 뚜렷했다. 특히 소형주 상승률은 대형주의 약 5분의 1 수준에 머물러 투자 수급이 초대형 종목에 집중됐던 흐름을 보여준다.

 

최근 조정 국면의 배경에는 반도체 업종의 단기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시장은 해석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의 주가가 올해 크게 오른 데 따라 고점 부담이 커졌고, 인공지능 관련 기대가 과열됐다는 평가가 맞물리면서 대형주 강세가 주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들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중·소형주 가운데 성장성이나 개별 호재가 부각되는 종목을 중심으로 매수에 나서는 모습이다.

 

소형주 중에서는 개별 재료를 바탕으로 한 급등 사례가 소형주 지수 강세를 견인했다. 천일고속과 동양고속은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터미널 복합개발 사업 수혜 기대가 부각되면서 연속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동양고속은 지난 16일에도 전 거래일보다 29.89% 상승하며 8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고, 천일고속은 지난달 19일부터 총 9차례 상한가를 찍었다.

 

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보유한 에이블씨엔씨도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 기간 아마존과 틱톡 플랫폼에서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린 영향으로 주가가 급등했다. 에이블씨엔씨 주가는 전날 22.67% 오른 데 이어 16일에도 15.89% 추가 상승하며 강세를 이어갔다. 이처럼 개별 모멘텀을 가진 소형주가 잇따라 급등하면서 지수 차원의 소형주 강세로 연결되고 있다는 평가다.

 

증권가는 최근 흐름을 두고 대체로 초대형주 위주의 장세가 숨 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중·소형주로 매기가 옮겨가는 국면으로 진단한다. 신한투자증권 김성환 연구원은 주가지수가 11월부터 누적된 기술적 부담에 따른 과열 완화 차원의 조정을 겪고 있다고 분석하며 초대형에서 중·소형주로 단기 순환매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이번 순환매 장세를 추세적 변화로 보기는 어렵다며 내년 1월 이후 다시 초대형주로의 사이즈 로테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KB증권 김민규 연구원은 초대형주로 집중됐던 상승세가 저평가 종목과 중·소형주로 확산하는 평균회귀가 진행 중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대형주 대비 중·소형주의 소외 강도는 점차 완화되고 있으며 추가 완화 여지도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대형주 중심 장세에서 벗어나 보다 폭넓은 종목군으로 상승 흐름이 번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향후 국내 증시는 반도체 업황과 인공지능 투자 기대, 글로벌 금리와 환율 흐름에 따라 대형주와 중·소형주 간 주도권이 재차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내년 초 기업 실적 모멘텀과 대외 변수에 따라 초대형주 재부상 여부와 중·소형주 강세 지속 여부를 가늠하려는 관망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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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대형주#삼성전자#sk하이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