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병사 우울증 비율 육군·공군의 두 배 수준"…황희 "군별 맞춤 정신건강 대책 시급"
군 장병 정신건강을 둘러싼 경고등이 다시 켜졌다. 국회 국방위원회와 국방부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 특히 해군 병사들의 우울·불면 지표가 다른 군에 비해 높게 나타나면서 군별 차별화된 대책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 자격으로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군장병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한 뒤 군별 위험도 차이가 뚜렷하다며 맞춤형 관리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조사는 국방부와 국군의무사령부, 서울대학교병원이 공동으로 진행했다. 2024년 6월 24일부터 12월 31일까지 육군 2353명, 해군 709명, 해병대 556명, 공군 879명 등 병사 4497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장병들이 항목별 체크리스트에 직접 응답하는 방식이었다.
전체 응답 기준으로 우울증을 느낀다고 답한 비율은 5.1퍼센트, 불면증은 6.2퍼센트였다. 담배 의존 13.6퍼센트, 알코올 사용 3.9퍼센트, 자살 위험 2.3퍼센트,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0.7퍼센트, 도박 1.1퍼센트, 스마트폰 중독 고위험 7.8퍼센트 등으로 나타났다.
군별로 살펴보면 해군 병사들의 정신건강 위험도가 전반적으로 높았다. 특히 우울증을 느낀다고 응답한 해군 병사는 8.2퍼센트로 집계됐다. 2023년 3퍼센트 수준에서 1년 새 급증한 수치다. 육군 4.8퍼센트, 공군 3.9퍼센트와 비교해도 차이가 컸다.
불면증 호소 비율도 해군이 7.9퍼센트로 육군 5.5퍼센트, 공군 5.7퍼센트보다 높았다. 해군 병사들이 우울과 불면을 동시에 경험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군 관계자는 해군 지표가 높게 나온 배경과 관련해 "해군에서 관련 지표가 높은 것은 함정 근무 특성과 군 복무 환경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였을 것으로 추정되며, 해군은 장병들의 정신건강 강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실시 중"이라고 설명했다. 폐쇄적 함정 생활과 근무 여건이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해병대는 또 다른 양상을 보였다. 담배 의존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23.1퍼센트로 전체 평균 13.6퍼센트를 크게 웃돌았다. 도박 문제도 해병대가 2.5퍼센트로 육군과 해군, 공군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강도 높은 훈련과 특수임무 환경이 음주·흡연·도박 등 위험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공군에서는 디지털 의존이 두드러졌다. 스마트폰 중독 고위험군으로 분류될 수 있는 응답 비율이 9.7퍼센트로 가장 높았다. 해군 8.7퍼센트, 육군 7.1퍼센트, 해병대 6.7퍼센트보다 높은 수치다. 상대적으로 내무 생활 시간이 길고, 정주 환경이 안정적인 특성이 스마트폰 사용 증가와 맞물린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황희 의원은 군별 특성과 문화 차이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각 군의 특수한 환경과 문화적 요인을 반영해 우울증, 스마트폰 중독 등 고위험군 문제에 대해 전문적 관리와 치유 대책을 즉각적으로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군·해병대·공군 등 군별로 주 위험 요인이 다른 만큼 획일적 프로그램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조사 결과가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 과정에서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정신건강 전문 인력 확충, 함정·격오지 부대 상담 인프라 개선, 디지털 중독 관리 프로그램 도입 여부 등을 두고 여야 간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방부는 장병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위험군 선별과 예방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국방위원회도 향후 회기에서 군별 맞춤형 정신건강 지원 예산과 제도 개선 방안을 놓고 본격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