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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발에 임시 이식…중국, 미세혈관 수술로 외상 재건 새 이정표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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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와 같은 섬세한 기관을 사고 후 되살리는 재건 수술이 미세혈관 수술 기술과 결합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중국 의료진이 귀가 완전히 절단된 산업재해 환자의 귀를 발에 임시 이식해 수개월간 조직을 살린 뒤, 다시 원래 위치로 옮기는 수술에 성공한 사례가 알려지면서 외상 재건 분야에서의 응용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세혈관을 활용한 이소성 이식이 앞으로 안면 외상, 산업재해 환자 치료 전략의 중요한 선택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상대적으로 힘을 얻는 분위기다.

 

영국 매체 보도에 따르면 중국 동부 산둥성 지난시의 한 공장에서 근무하던 여성 노동자 쑨 씨는 작업 도중 머리카락이 기계에 말려 들어가는 사고를 당해 왼쪽 귀가 완전히 떨어져 나가는 중상을 입었다. 즉시 인근 의료기관으로 이송됐지만, 귀 주변의 미세혈관이 광범위하게 손상돼 통상적인 방식의 재접합 수술은 어렵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일반적인 절단 조직 재접합에서는 잘린 부위의 혈관과 신경을 다시 연결해 즉시 원위치에 붙이지만, 손상 범위가 크면 혈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

수술을 맡은 추선창 박사와 산둥 첸포산 병원 의료진은 귀 조직 자체는 보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우선 귀를 다른 부위에 옮겨 혈류를 공급하는 방식을 택했다. 의료진은 피부가 상대적으로 얇고 표층 혈관 구조가 비교적 분명한 오른쪽 발을 선택해, 귀를 여기에 임시로 이식하는 수술을 실시했다. 절단된 귀의 동맥과 정맥을 발 부위의 미세혈관과 연결해 혈류를 재구성하는 고난도 미세수술이 적용됐다.

 

이 과정에서 활용된 이소성 이식은 조직을 최종 목적지와는 다른 신체 부위에 먼저 붙여 생존시키는 재건 기법이다. 혈류가 충분하지 않거나 상처 부위의 상태가 좋지 않아 즉각적인 재접합이 어려운 경우, 다른 부위에 임시로 조직을 살려 두었다가 일정 기간 이후 다시 원래 위치나 새로운 위치로 옮기는 방식이다. 주로 손가락이나 연부조직 재건에서 보고돼 왔으나, 귀처럼 얇고 복잡한 연골 구조를 가진 기관에 적용되는 사례는 상대적으로 드문 편으로 평가된다.

 

환자는 귀를 발에 이식한 후 약 5개월 동안 조직의 생존을 최우선으로 하는 회복 과정을 거쳤다. 의료진은 귀가 부착된 발에 외부 압력이 가해지지 않도록 헐렁한 신발을 신도록 지도했고, 과도한 활동을 제한해 혈류 변화와 기계적 손상을 최소화했다. 이 기간 동안 의료진은 영상 진단과 신체 검진을 통해 귀 조직의 색, 온도, 모세혈관 충혈 반응 등을 반복적으로 관찰하며 혈액 공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지 평가했다.

 

약 5개월의 관찰 끝에 산둥 첸포산 병원 의료진은 귀 조직이 충분히 안정화됐다고 판단하고, 귀를 발에서 분리해 다시 머리의 원래 위치로 옮기는 재이식 수술을 진행했다. 재이식 단계에서도 절단된 머리 부위의 혈관 상태를 정밀하게 평가한 뒤, 사용 가능한 혈관을 찾아 귀의 미세혈관과 다시 연결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미세혈관 봉합은 수백 마이크로미터 직경의 혈관을 특수 현미경과 초미세 실을 이용해 연결하는 기술로, 결과에 따라 조직 생존 여부가 갈린다.

 

수술 후 봉합 실이 제거될 시점에 귀의 형태와 색조가 안정적으로 유지된 것으로 전해졌으며, 쑨 씨는 시술 결과를 확인한 뒤 의료진에게 거듭 감사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은 이번 사례를 귀 외상 환자의 조직 보존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평가하면서, 미세혈관 수술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임상 사례로 의미를 부여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귀나 코 등 돌출 연조직이 포함된 두부 외상 환자의 치료 전략을 확장해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귀는 단순한 미용 기관을 넘어 청각 기능과 균형 감각 보조에 관여하며, 심리적 자아 인식에도 영향을 미치는 부위다. 실제로 귀를 완전히 잃은 환자에게는 보청기 착용 방식의 제약, 안경 착용 문제, 외모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감 등 복합적인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 생체 조직을 최대한 보존하는 재건은 기능과 심리 두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다만 이소성 이식과 같은 고난도 미세수술은 긴 수술 시간과 고도의 의료진 숙련도, 장기간 추적 관리가 필요해 모든 환자에게 적용되기는 어렵다. 수술 가능한 병원 수도 제한적이고, 의료 인력과 장비 부담도 커 의료체계 전반의 준비가 요구된다. 또 조직 생존 이후에도 미세감각 회복, 대칭성 확보 등 추가적인 미용 재건 수술이 필요할 수 있어, 중장기적인 치료 계획 수립이 중요한 변수로 지적된다.

 

해외에서는 손가락 재접합, 안면연부조직 재건, 유방 재건 등에서 미세혈관 수술이 이미 널리 도입돼 있으며, 산업재해가 잦은 국가를 중심으로 응급 외상센터 내 관련 인프라 확충이 진행되는 추세다. 중국에서도 산업화와 함께 공장 사고가 늘면서, 외상 재건 분야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산둥 지역 사례는 귀 재건에까지 이러한 기술이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해석된다.

 

향후에는 3차원 프린팅 보형물, 자가연골 배양 기술, 디지털 수술 계획 시스템 등 IT와 바이오 기술이 결합된 솔루션이 외상 재건에 추가로 도입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로 일부 국가에서는 CT 기반 3차원 모델링과 3D 프린팅을 이용해 귀 보형물을 맞춤 제작한 뒤, 미세혈관 수술로 조직을 덮어 자연스러운 형태를 구현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미세혈관 수술과 조직공학, 디지털 이미징이 결합될 경우, 산업재해 환자들의 기능과 외형 회복 수준이 한층 개선될 여지도 있다.

 

외상 재건 분야 전문가들은 귀와 같은 복잡한 기관의 재이식 성공 사례가 축적될수록, 표준 치료 지침과 보험 제도 정비 논의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응급 상황에서 절단 조직의 보관과 이송 체계, 전문 수술 인력 배치, 장기 추적 관리 비용 등 현실적 요소를 고려한 국가 차원의 시스템 구축이 뒤따르지 않으면 기술이 실제 현장에서 활용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의료계에서는 산둥 첸포산 병원 사례와 같은 미세혈관 수술 기반 재건 기술이 앞으로 어느 정도까지 일반 진료 현장에 확산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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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둥첸포산병원#이소성이식#미세혈관수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