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의료자격 없는 링거 시술 논란…주사이모 수사 확대 요구

한유빈 기자
입력

비의료인의 링거 시술이 연예인을 매개로 드러나면서 국내 의료법 체계와 위반 관행을 둘러싼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의료행위의 디지털화·플랫폼화로 의료서비스 접근 경계가 흐려지는 가운데, 기본 전제인 면허제와 책임 구조가 다시 부각되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이 병원 밖 불법 시술과 이른바 홈케어 시장 전반을 재정비하는 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개그우먼 박나래에게 자택에서 링거를 놓았다는 의혹을 받는 이른바 주사이모 이 씨를 의료법과 약사법 위반, 사기 혐의로 최근 검찰에 고발했다. 동시에 박나래를 공동정범으로 수사해야 한다고 요청하면서 수사 대상이 시술 당사자를 넘어 이용자와 주변인으로 확장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씨는 의료인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음에도 연예인을 상대로 링거 처치 등 의료행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임 회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비의료인이 의사 행세를 하며 주사와 링거 처치를 했다면 보건범죄 단속 관련법과 의료법, 약사법을 동시에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자신을 의료인으로 소개했다면 재산상 이득을 목적으로 한 기망 행위, 즉 사기 구성 여부도 쟁점이 된다.

 

그는 이번 사안에서 단순 시술자만이 아니라 주변 협력 구조도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씨의 남편과 박나래의 매니저, 그리고 박나래 본인까지 공동정범 또는 방조범에 해당하는지 수사기관이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료법은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사람뿐 아니라 이를 알면서 장소를 제공하거나 환자를 알선한 행위도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연예인과 소속사 관계자의 인지 여부가 핵심 변수로 떠오른다.

 

임 회장은 연예계 전반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유명 인플루언서와 연예인 사이에서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의 링거, 주사 시술이 반복되고 있다면 구조적인 불법 시장이 형성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홈케어, 방문 시술, 프리미엄 건강관리 서비스를 내세운 음성 의료 행위가 디지털 플랫폼과 입소문 마케팅을 통해 확산됐을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주사이모로 불리는 이 씨가 자신을 의료인으로 홍보해 온 이력도 논란의 핵심이다. 그는 과거 내몽골 포강의과대학 최연소 교수, 한국성형센터장 등의 경력을 내세운 소개 자료를 사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은 해외 직함과 경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국내 의료법 체계에서는 보건복지부가 발급한 의사면허 보유 여부가 유일한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의사면허가 없다면 국내에서는 누구든 무면허 상태이며, 링거 처방과 시술, 주사 처치는 모두 금지된다는 설명이다.

 

문제 제기 이후 이 씨가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서 관련 경력과 홍보 자료를 삭제하고 사실상 잠적한 정황도 도마에 올랐다. 임 회장은 의료인이라면 별다른 이유 없이 공식 경력을 일괄 삭제할 이유가 크지 않다며, 이런 행보만으로도 허위나 과장이 상당 부분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신속한 검찰 수사를 통해 면허 보유 여부와 실제 시술 횟수, 대가 수수 내역을 확인해야 신뢰 회복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병원 외부에서 이뤄지는 각종 시술, 주사, 링거 서비스 전반에 경고등을 켠 사건이라고 본다. 미용·웰니스 목적의 비급여 시술 수요가 늘면서, 의료기관과 비의료 공간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 채널을 통해 의료인인 것처럼 포장된 이력과 사진만으로 신뢰를 형성하는 구조가 반복될 경우, 이용자는 의료법 위반 여부를 인지하기 어렵다. 실제로 의료 데이터, 예약, 결제 기능을 갖춘 일부 플랫폼은 의료기관과 연계돼 합법적으로 운영되지만, 그렇지 않은 사설 채널도 혼재돼 있어 이용자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해 검찰과 보건당국이 강력한 수사와 행정 처분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의료법과 약사법은 무면허 진료, 불법 조제, 허위 자격 표시를 중대 범죄로 규정하고 있어, 실제 기소와 처벌 수위가 향후 유사 사례에 대한 억지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반면 일부에서는 수요가 존재하는 한 비공식 시술 시장은 다른 형태로 재편될 수 있어, 제도권 내 안전한 서비스 모델을 마련하는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예계를 둘러싼 불법 시술 의혹이 반복될 경우, 방송사와 제작사는 출연자 안전과 법적 리스크 관리를 위해 자체 가이드라인 수립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제작 현장에서의 의료 지원, 촬영 전후 컨디션 관리, 외부 시술 이용 제한 범위 등을 공식화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스포츠 선수와 연예인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헬스케어 서비스가 별도 인증 체계를 갖추고 관리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이번 사건이 단발성 이슈에 그칠지, 병원 밖 불법 시술 관행 전반을 재정비하는 계기가 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의료서비스 혁신과 홈케어 수요 증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면허 제도와 책임 구조를 어떻게 유지하면서도 합법적인 서비스 모델을 확장할지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결국 의료의 디지털 전환 속도 못지않게, 제도와 윤리가 산업 구조 전환의 핵심 조건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유빈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임현택#박나래#주사이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