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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방송규제 재설계”김종철, 조직안정·방송3법 속도전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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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방송과 통신, 온라인 플랫폼 전반의 질서를 재편하는 상황에서 새 방송 규제 컨트롤타워 출범이 속도를 내고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 지명된 김종철 후보자는 조직 안정화와 방송3법 후속조치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며, AI로 인한 미디어 시장 변화에 뒤처진 규제 체계를 전면 재점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야당의 위원 추천 여부와 YTN 최대주주 승인 취소 판결 대응 방식이 향후 방송·통신 정책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종철 후보자는 4일 정부과천청사 인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새로 출범한 방미통위 초대 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돼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송·미디어·통신은 정보기반사회에서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생활의 기초가 되고, 미디어 관련 산업은 국민경제의 주요 성장동력”이라면서도 “지난 몇 년 동안 기관 구성과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아 국민생활과 국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무엇보다 인공지능이 초래하는 방송·미디어·통신 분야의 새로운 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생성형 AI가 뉴스·영상·음성 등 콘텐츠를 대량 생산하고, 추천 알고리즘이 여론 형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기존 방송 법제와 통신 규제가 기술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김 후보자는 “제발 국민들이 안전하고 자유로운 미디어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일 좀 해달라는 당부를 많이 들었다”며 “하루빨리 조직을 안정화하고 방미통위가 국민생활과 국민경제에 기여하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방미통위는 상임위원 3명, 비상임위원 4명 등 7명으로 구성되는 합의제 기관이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포함해 2명을 지명하고, 여당과 야당이 각각 2명과 3명을 추천하는 구조로, 위원장은 장관급, 위원은 차관급 대우를 받는다. 임기는 3년으로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김 후보자를 위원장 후보로 지명하고, 비상임위원으로 류신환 변호사를 위촉하면서 여당 측 인선이 먼저 윤곽을 드러냈다. 여당 몫 위원이 모두 임명되면 연내 정족수 4명을 충족해 전체회의 개의와 의결은 가능하지만, 야당의 추천 거부 시 정치적 정당성 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야당이 끝내 위원 추천을 하지 않을 경우 회의를 열 것이냐는 질문에 김 후보자는 “야당에서 반드시 추천해줄 거라 감히 당부 드린다”고 답했다. 그는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민감한 사항에 대해서는 최대한 결정을 유보하고, 몇 년간 공백으로 산적해 온 현안 중 정치적 공방 대상이 안 되는 것부터 우선 처리하겠다”며, 법상 가능한 최소 인원 개의는 염두에 두되 정치적 쟁점 사안은 속도 조절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어 “법에 따른 최후의 가정은 실제로 하고 있지 않다”며 “방미통위에서 좋은 공론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많이 도와달라”고 거듭 협조를 요청했다.

 

그가 꼽은 최우선 규제 과제는 방송3법 후속조치다. 방송3법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 등 방송 거버넌스를 크게 손질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실제 시행령·시행규칙 설계 과정에서 정치·산업·노동계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충돌할 수 있다. 김 후보자는 “산적한 현안이 많은데 핵심적으로는 방송3법 등 후속조치로, 사무처에서 시행령·시행규칙 기초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상임위가 구성되면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조금씩 양보하면서 대화와 타협의 정신에 입각하고, 헌법 정신에 최대한 부합하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AI와 디지털 플랫폼 확산으로 확산되는 허위 조작 정보와 온라인 유해 콘텐츠 대응도 중요한 축으로 제시됐다. 김 후보자는 “방송 분야, 통신 분야 모두에서 허위 조작 정보와 여러 사회적 폐해들이 많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 부분들이 헌법 정신에 맞게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입법 과정, 집행 과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표현의 자유와 알고리즘 기반 콘텐츠 규제 사이에서 과잉 규제와 방임 사이의 균형점을 찾겠다는 취지다. 동시에 “낡은 규제는 과감히 혁파하겠다”고 강조해, 전통 방송 규제 구조가 OTT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개인 창작자 중심 생태계에 맞지 않는 부분은 손질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YTN 최대주주 승인 취소를 둘러싼 법적 공방은 새 위원회의 첫 고비가 될 전망이다. 법원의 승인 취소 결정에 항소할 것이냐는 질문에 김 후보자는 “저 혼자서는 항소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위원회가 구성되면 충분한 판결문 분석을 거쳐 진행할 것”이라며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은 법무부의 지휘를 받도록 돼 있어 법무부 장관과도 충실히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YTN 대주주 문제는 공영성, 편성 독립, 시장 경쟁 구조가 얽힌 사안으로, 항소 여부에 따라 새 위원장의 정치적 부담과 향후 방송 정책 신뢰도가 가늠될 수 있다.

 

대통령과의 소통에서 중립성·독립성 보장 여부도 관심사다. 김 후보자는 지명 과정에서 어떤 당부를 받았냐는 질문에 “대통령께서는 그동안 방미통위 중립성, 독립성에 대한 요구에 매우 민감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며 “특별하게 구체적으로 당부한 말씀은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부분에 대해 굉장히 유의하고 계신 것 같고, 저도 법과 헌법 정신에 따라 주어진 독립성과 중립성에 입각한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공영방송 인사와 제재 결정 과정에서 정치적 개입 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메시지다.

 

방미통위의 중장기 운영 방향에 대해서는 국민 중심의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를 전면에 내세웠다. 김 후보자는 “방송·미디어·통신은 영어로 커뮤니케이션, 즉 의사소통을 본질로 한다”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명실상부한 국민소통위원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막힌 곳은 뚫고, 굽은 곳은 펴고, 최적의 방송·미디어·통신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겠다”며 “국민 모두가 차별 없이 공정하게 나름의 행복을 추구하는 안전하고 자유로운 디지털·미디어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송·미디어·통신 분야가 주권자이자 디지털 소비자인 국민, 다양한 기업, 수많은 종사자 등 복잡한 이해관계자로 얽혀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구조에서 일방적인 행정 규제가 아니라 공론을 통한 조정과 타협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사회적 합의 기구 역할을 하는 가칭 미디어발전위원회 설립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 후보자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행정 수요를 잘 수렴하고 사회적 대타협의 분위기에서 국민과 국가 전체를 위한 방송·미디어·통신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가칭 미디어발전위원회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이어 “이 위원회가 제대로 구성돼 가동될 수 있도록 그 논의 구조에 방미통위가 적극 참여해 주어진 역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헌법학자 출신이라는 점도 전면에 내세웠다. 김 후보자는 “방미통위 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부여받은 저는 헌법학자로서 쌓아온 전문성과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시민의 덕성을 바탕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에 기여하는 방송·미디어·통신 환경을 구축하겠다”며 “주어진 소임을 최선을 다해 감당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방송3법 시행령 설계, AI 기반 미디어 규제 프레임 재정립, 공영방송 지배구조와 공적 책임 재조정 등 굵직한 의제가 쌓여 있는 만큼, 새 위원회가 실제 시장과 기술 변화 속도를 따라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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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y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