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낚시 전략 짠다” NIA, 분석서비스 성과 확산 주도
조황 데이터와 상표 활용 정보까지 분석하는 빅데이터 기술이 전통 산업과 서비스업의 업무 방식을 바꾸고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한 분석서비스 지원 사업을 통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역량을 확보하면서, 디지털 전환이 산업 현장 전반으로 번질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원 사업을 데이터 활용 격차를 줄이고 인공지능 도입의 교두보를 마련한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이 나온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5 인공지능을 위한 데이터&클라우드 진흥 주간의 일환으로 2025 빅데이터 플랫폼 기반 분석서비스 지원 사업 성과공유회를 개최했다고 22일 밝혔다. 데이터 활용 역량과 전문 인력이 부족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공공과 민간이 보유한 데이터를 결합해 분석을 제공하고 컨설팅까지 연계해 준 1년간의 사업 결과를 공유하는 자리다.

올해 사업에서는 총 40개의 지원 과제가 수행됐으며, 이 가운데 의사결정 고도화와 관리 효율화, 신규 서비스 기획 분야에서 성과를 낸 8개 대표 사례가 성과공유회에서 발표됐다. 분석서비스는 개별 기업이 자체적으로 구축하기 어려운 데이터 인프라와 알고리즘을 NIA와 빅데이터 플랫폼이 제공하는 형태로 이뤄졌고, 수요 기업은 분석 결과를 영업 전략이나 설비 투자, 서비스 기획의 근거로 활용했다.
기술적으로 주목받은 사례는 산업시설 화재 위험도 등급화 프로젝트다. 시설별 공정 특성과 설비 구조, 과거 사고 이력 데이터를 수집해 공정 단위로 화재 위험도를 수치화하고, 위험 수준에 따라 등급을 부여하는 모델을 구현했다. 업체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고위험 공정을 선별해 소방 설비를 우선 보강하고 작업 절차를 조정해, 기존에는 경험에 의존하던 안전 관리 체계를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하는 효과를 얻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향후 보험료 산정과 안전 규제 준수 확인에도 활용될 수 있는 구조로 평가된다.
생활밀착형 서비스로는 낚시인을 위한 모바일 플랫폼 운영 기업의 조황 데이터 분석이 소개됐다. 이 기업은 이용자가 남긴 조황 기록과 기상, 조류, 수온 같은 환경 데이터를 통합해 주요 어종별로 출조 시기와 장소의 적합도를 예측하는 모델을 구축했다. 낚시인은 앱에서 해당 분석 결과를 참고해 출조 계획을 세울 수 있고, 플랫폼은 예측 성능을 고도화해 개인 맞춤 추천 서비스로 발전시킬 수 있다.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특정 해역의 어군 이동 패턴과 계절별 차이를 더 정교하게 반영할 수 있어 레저 산업뿐 아니라 수산 자원 관리 측면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식재산 분야에서는 등록 상표와 실제 사업장 데이터를 연계해 시장에서 사용되지 않는 미사용 상표를 자동 식별하는 시스템 개발 사례가 나왔다. 상표 등록 정보, 사업자 등록 현황, 상호와 업종 데이터를 분석해 상표의 실제 사용 여부를 추정하는 알고리즘을 적용했고, 법률 검토가 필요한 후보 상표를 자동으로 선별해 주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상표 관리 효율을 높이고 분쟁 위험을 줄이는 한편, 상표 포트폴리오 전략 수립에도 데이터 기반 인사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NIA는 이러한 개별 프로젝트를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기 위해 올해 지원 사례 중 활용도가 높은 16건을 선별해 2025 빅데이터 플랫폼 기반 분석서비스 지원 사업 성과사례집을 발간했다. 사례집에는 바다환경지킴이 해양쓰레기 수거 편의성을 위한 AI 객체탐지기술 개발, 상표와 문화시설, 소비 패턴 데이터를 결합해 펫케어 산업의 이종산업 확장 가능성을 분석한 프로젝트 등 다양한 융합 서비스 모델이 담겼다. 객체탐지 기술은 해양 쓰레기를 자동 인식해 수거 경로를 최적화하고, 펫케어 분석은 반려동물 관련 소비가 인접 서비스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데이터로 보여주는 구조다.
이번 사업은 개별 기업이 자체 데이터를 넘어 공공 데이터와 민간 플랫폼 데이터를 함께 활용하는 실험장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소매, 물류, 의료, 제조 분야에서 데이터 기반 운영 최적화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했고, 국내에서도 유사 사업을 통해 축적된 분석 모델과 데이터셋이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형태로 재활용되면서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데이터 품질과 표준화 수준, 현장 인력의 데이터 이해도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황종성 NIA 원장은 이번 성과가 데이터 활용의 사각지대에 있던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디지털 전환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원장은 앞으로도 데이터 활용 경험이 산업 현장 전반으로 확산돼 실질적인 가치 창출로 이어지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러한 지원이 단발성 사업에 그치지 않고, 민간 투자와 현장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