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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조사 뒤 진술거부"…김건희, 고가금품 의혹 특검 수사 새 국면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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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금품수수 의혹을 둘러싼 특검 수사와 대통령 가족 리스크가 다시 정면 충돌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김건희 여사를 상대로 고가 금품수수 의혹을 본격 추궁했지만, 김 여사는 대부분 진술을 거부하며 수사 공방이 장기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4일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따르면 구속 상태인 김 여사는 이날 오후 1시 50분께 법무부 호송차를 타고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 도착해 2시부터 대면 조사를 받았다. 피의자 신문조서 열람을 마친 그는 오후 5시 15분께 조사를 마치고 퇴실했다. 조사 시간은 약 3시간가량으로, 지난 8월 29일 구속기소 이후 두 번째 출석 조사이자 특검팀 출범 후 여덟 번째 조사다.

특검팀은 42쪽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해 김 여사가 각종 인사·사업 청탁 대가로 고가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고가 장신구와 함께 인사 청탁을 받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다.

 

이봉관 회장은 앞서 특검팀에 제출한 자수서에서 맏사위 박성근 변호사의 공직 임용을 김 여사 측에 청탁하면서, 이른바 나토 목걸이로 불리는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와 티파니 브로치를 선물했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이날 조사에서 해당 목걸이와 브로치 실물을 제시하며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했으나, 김 여사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또 2022년 3∼4월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으로부터 공직 임용 청탁과 함께 금거북이 등을 받았다는 의혹, 같은 해 9월 로봇개 사업가 서성빈 씨로부터 사업 편의 제공을 조건으로 시가 5천만원 상당의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를 받았다는 정황도 제시했다. 그러나 이 사안들에 대해서도 김 여사는 상당 부분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과정에서 특검팀은 김 여사의 진술 여부와 무관하게 확보한 물증과 진술을 토대로 적용 법리를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금품 공여자로 지목된 인사들의 신분을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전환할지 여부도 검토 대상에 올라 있다. 특검팀은 이날 조사 내용을 분석한 뒤 관련자 조사와 추가 압수수색 등 향후 강제수사 방향을 정리할 계획이다.

 

민중기 특검팀은 오는 11일 김 여사를 다시 소환해 관저이전 특혜 의혹을 비롯한 나머지 수사 대상 사안들에 대해 포괄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관저이전 특혜 의혹은 종합건설업 면허가 없는 인테리어 업체 21그램이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냈다는 내용이다.

 

특검팀은 21그램 김태영 대표의 배우자인 조모 씨가 2022년 김 여사에게 명품 브랜드 디올 가방과 의류 등을 건넨 정황을 확보하고, 김 대표 부부에게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한 상태다. 지난달 6일에는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에 있는 김 여사 자택을 압수수색해 디올 재킷 16벌, 허리띠 7개, 팔찌 4개 등 물품을 확보했다.

 

특검팀은 11일 재소환 조사에서 21그램 측으로부터 공사 수주 청탁 대가로 해당 물품을 받았는지, 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 같은 금품수수 사실을 인지했는지 여부 등을 집중 확인할 계획이다. 수사 범위는 관저 공사 특혜를 넘어 대통령 부부의 권한 행사 전반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관저이전 의혹 외에도 특검팀은 이른바 종묘 차담회와 해군 선상 파티 등 행사 과정에서 대통령 배우자로서 권한을 남용했다는 정황, 2023년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당시 김기현 의원을 지원하는 대가로 김 의원 배우자로부터 로저비비에 클러치백을 받았다는 의혹 등도 조사 목록에 올려놓았다. 특검 수사가 정치권 인사와 청와대 인사 수사로까지 비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 여사는 현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태균 선거개입 의혹, 건진법사·통일교 청탁 관련 의혹 등으로 이미 구속기소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그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알선수재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전날 열린 결심 공판에서 특검팀은 김 여사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20억원, 추징금 9억4천8백여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선고 기일은 다음 달 28일로 지정돼 있어, 특검 수사와 재판이 동시에 막바지 국면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정치권에서는 특검 수사와 재판 결과에 따라 정국 지형이 크게 요동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은 사법 절차를 존중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정치적 의도성을 경계하고 있고, 야권은 대통령실 책임론을 거듭 제기하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는 분위기다.

 

민중기 특검팀은 향후 재소환 조사와 관련자 신병 확보, 추가 압수수색 등을 통해 수사 범위를 넓힐 수 있음을 시사해 왔다. 국회와 정치권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필요할 경우 추가 국정조사나 청문회 카드까지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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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민중기특검팀#윤석열전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