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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더 아픈 류마티스관절염…기압과 활동량 감소가 겹친다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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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게 겨울은 통증의 계절로 불린다. 기온이 떨어지면 관절이 더 굳고 쑤신다고 호소하는 환자가 크게 늘어난다. 아직 계절과 통증 사이의 명확한 인과관계가 과학적으로 완전히 규명된 것은 아니지만, 기온과 기압의 변화, 일조량 감소, 활동량 저하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통증을 더 크게 느끼게 만드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으로 의료계는 보고 있다. 업계와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계절 요인이 류마티스 관절염의 장기 관리 전략에서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고 진단한다.  

 

의료계에 따르면 류마티스 관절염은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으로, 면역체계가 자신의 관절 조직을 공격해 손가락, 손목, 어깨, 팔꿈치, 무릎 등 다양한 관절에 통증과 부종을 일으킨다. 대개 양측 관절에 대칭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며, 관절 통증뿐 아니라 피로감, 식욕 저하, 전신 쇠약, 우울감 등을 동반해 환자의 삶의 질을 뚝 떨어뜨리는 만성 질환이다.  

겨울철 통증이 특히 심해지는 이유로는 두 가지 기전이 주로 거론된다. 첫째, 겨울에 기온과 함께 기압이 떨어지면 관절 주변의 힘줄, 근육, 인대와 같은 연부조직의 미세한 팽창과 긴장도 변화가 나타나 통증 신호가 더 강하게 전달될 수 있다. 기압이 낮아지면 체내 조직을 둘러싼 외부 압력이 줄어 가벼운 부종이나 긴장 증가가 생기고, 이미 염증이 자리 잡은 관절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통각 수용체를 자극해 통증을 증폭시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둘째, 일조량 감소로 인한 정서 변화와 활동량 저하도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겨울에는 해가 짧아지면서 우울감과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고, 야외활동과 일상적인 신체 움직임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관련 연구들에서는 이런 심리·행동 변화가 뇌의 통증 조절 회로에 영향을 미쳐, 같은 자극에도 더 아프게 느끼게 되는 통증 민감도 증가에 관여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일조량 부족이 비타민 D와 같은 대사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정상완 교수는 겨울철 악화 요인을 환경과 심리의 복합 결과로 설명한다. 그는 겨울이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게 더 아픈 계절로 체감될 수 있다면서도, 통증과 추위를 이유로 움직임을 지나치게 줄이는 것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관절을 쓰지 않으면 주변 근육이 약해지고 관절 운동 범위가 줄어 뻣뻣함과 통증이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실제 임상에서는 겨울철 실내 운동과 스트레칭의 중요성이 반복해서 강조된다. 야외활동이 어렵다면 집 안에서라도 아침과 저녁에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근육과 힘줄이 굳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관절을 끝까지 무리하게 꺾기보다는 통증이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부드러운 굴곡과 신전 운동을 반복해 관절을 자주 움직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렇게 관절 주변 지지 근육을 강화하면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이 줄어 통증 완화와 기능 유지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치료 측면에서 류마티스 관절염 관리의 기본축은 여전히 약물요법이다. 전통적으로는 소염진통제를 사용해 통증과 염증을 줄이고, 스테로이드를 단기간 또는 저용량으로 활용해 급성 염증을 조절해 왔다. 동시에 질병의 진행을 늦추거나 멈추기 위해 항류마티스제, 즉 DMARDs로 불리는 약물군이 병용된다. 메토트렉세이트 등 고전적 DMARDs는 오랜 기간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아 왔으며, 적절한 용량 조절과 모니터링을 통해 관절 변형을 상당 부분 억제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최근에는 염증을 최대한 제로에 가깝게 낮춰 구조적 손상을 막는 것을 목표로 한 치료 전략이 확산되면서, 생물학적 제제와 표적 합성제제가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생물학적 제제는 염증을 유발하는 특정 사이토카인이나 세포 표면 분자를 정밀하게 차단하도록 설계된 단백질 기반 약물로, 종양괴사인자나 인터루킨 등 핵심 신호를 선택적으로 억제해 염증 반응을 조절한다. 표적 합성제제는 야누스키나아제처럼 염증 신호전달을 담당하는 세포 내 효소를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소분자 약물로, 경구 복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투약 편의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부 환자들은 이러한 강력한 약물들이 간과 신장 기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만, 정기적인 혈액검사와 영상검사 등을 통한 모니터링을 병행하면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최신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는 부작용 위험을 최소화하면서도 염증을 가능한 한 깊게, 그리고 빠르게 억제해 관절 손상을 막는 적극적 치료 전략을 권고하고 있다.  

 

정상완 교수는 염증 조절의 시기와 강도가 장기 예후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염증이 잘 조절되지 않은 상태를 오래 방치하면 연골이 닳고 뼈가 침식되며, 심한 경우에는 관절 변형과 영구적인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아가 류마티스 관절염은 관절에만 국한된 질환이 아니라 심혈관질환과 간질성 폐질환 등 전신 합병증 위험을 높이는 전신성 염증성 질환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염증이 지속될수록 심근경색과 뇌졸중 같은 심혈관 사건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축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의 중요성이 재차 부각된다. 초기 단계에 전문의 진료를 통해 류마티스 관절염을 확정하고 DMARDs와 생물학적 제제, 표적치료제를 적절히 조합하면, 관해에 가까운 상태를 유지하며 관절 파괴를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임상 데이터다. 진단이 늦어져 관절 손상이 이미 진행된 뒤에는 약물로 회복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되기 때문에, 초기 몇 개월이 장기적인 관절 보존의 승부처가 된다는 설명이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결국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으로 분류된다. 약물치료로 염증을 낮추는 것과 더불어, 규칙적인 운동, 적정 체중 유지, 금연과 같은 생활습관 관리가 필수라는 점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나 원격 모니터링 기술과의 접목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현재까지는 대면 진료 중심의 관리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계절성 악화 양상에 대한 데이터 기반 분석과 예측 모델 구축이 향후 연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겨울철을 맞아 전문가들은 특히 활동량이 줄어드는 고령 환자와 기저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계절별 맞춤 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환자별 염증 조절 정도와 기능 상태에 맞춘 운동 처방, 실내 온도와 습도 관리, 정신건강 지원이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향후 신약과 디지털 모니터링 도구가 결합된 통합 관리 모델이 보편화될 경우, 겨울철 통증 악화와 같은 계절 패턴을 보다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겨울이 류마티스 관절염 관리 패러다임을 점검하는 시험대가 될지 주시하고 있다.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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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마티스관절염#정상완교수#생물학적제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