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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P1 비만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한미, GIFT 지정으로 상용화 앞당긴다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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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P1 기반 비만치료제가 국내 비만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험대에 올랐다.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주사제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식품의약품안전처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대상에 지정되면서 허가 일정이 앞당겨질 전망이다. 국내에서 개발된 비만 신약이 글로벌 시장에서 각축 중인 GLP1 계열 경쟁에 본격 합류하는 분기점으로 해석된다.

 

한미약품은 식약처가 지난달 27일 에페글레나타이드를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대상, 이른바 GIFT 품목으로 지정했다고 5일 밝혔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당뇨를 동반하지 않은 성인 비만 환자를 적응증으로 개발 중인 GLP1 비만 신약이다. 회사는 3상 40주 투약 결과를 토대로 연내 국내 품목허가 신청을 진행할 계획이다.

GIFT는 2022년 9월 식약처가 도입한 혁신 의료제품 패스트트랙 제도다. 기존 치료법이 없거나, 유효성 또는 안전성을 현저히 개선했거나, 혁신형 제약기업이 개발한 신약 등이 지정 대상으로 꼽힌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비만을 적응증으로 하는 혁신형 제약기업 개발 신약 요건을 충족해 우선심사 대상에 올랐다.

 

GIFT로 지정되면 제품별 전담 심사팀이 구성되고 사전 상담부터 허가 심사까지 맞춤형 심사가 적용된다. 식약처는 통상 심사 기간이 일반 절차 대비 약 25퍼센트 단축된 일정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한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GLP1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국산 신약이 조기 상용화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체중 조절에 관여하는 장내 호르몬 수용체인 GLP1 수용체를 표적하는 약물이다. GLP1 작용제는 식욕을 줄이고 위 배출을 지연시키며 인슐린 분비를 조절해 체중 감소와 대사 개선을 유도하는 기전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같은 계열 약물이 비만과 제2형 당뇨 치료에서 게임 체인저로 부상한 상태다.

 

한미약품은 지난 10월 당뇨병이 없는 성인 비만 환자 448명을 대상으로 한 에페글레나타이드 3상 임상 40주 투약 결과를 공개했다. 분석에 따르면 에페글레나타이드 투여군의 평균 체중감소율은 9.75퍼센트로 위약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우월성을 보였다. 최대 체중 감소율은 30.14퍼센트까지 관찰됐다.

 

특히 BMI 30킬로그램 매 제곱미터 미만의 여성 환자군에서 평균 12.20퍼센트의 체중감소가 확인돼, 특정 아형 환자에서 두드러진 효과를 보였다. 한미약품은 이러한 결과가 글로벌 GLP1 계열 약물과 비교해도 경쟁력 있는 수준의 체중 감소 효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기존 GLP1 제제 대비 위장관 이상반응 발생이 낮거나 경미한 수준에 그쳤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GLP1 계열 약물에서 흔히 문제 되는 오심, 구토, 설사 등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보고된 점은 장기 투여가 요구되는 비만 치료 특성상 실제 임상 현장에서 약물 순응도와 치료 지속성을 높일 요인으로 거론된다.

 

2차 평가변수에서도 광범위한 대사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에페글레나타이드 투여군은 위약군 대비 BMI와 허리둘레 감소뿐 아니라 당화혈색소, 공복 혈당, 공복 인슐린과 같은 당 대사 지표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이 확인됐다. 총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비HDL 콜레스테롤 등 지질 지표와 혈압도 동반 개선돼, 체중 감소를 넘어 대사증후군 전반을 겨냥한 치료 옵션으로 활용 여지가 부각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현재 24주 연장 연구를 추가로 진행 중이다. 총 64주간 장기 투여 시 체중 감소 효과의 지속성과 장기 안전성을 확인하는 것이 목표다. 비만은 만성 질환 성격이 강한 만큼, 1년 이상 투약 시 효능 유지 여부와 부작용 관리가 글로벌 상용화 경쟁에서 핵심 비교 지표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GLP1 비만치료제를 둘러싼 선점 경쟁이 과열된 상태다. 선도 기업들의 제품이 품귀 현상을 빚을 만큼 수요가 급증하면서, 후발 주자와 바이오시밀러, 차세대 작용제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기업 가운데 한미약품은 독자 기전 조합과 장기지속형 제제 기술을 앞세워 국산 GLP1 신약 포트폴리오 확장 전략을 택하고 있다.

 

국내 규제 환경에서도 비만 치료제 접근성 확대와 안전성 관리 사이 균형이 중요 과제로 떠오른다. GIFT 지정으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허가 절차는 빨라지지만, 장기 투약 약물의 특성상 시판 후 이상사례 감시와 리얼월드데이터 수집 체계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보험 급여 적용 범위와 기준 설정 역시 실제 시장 확산 속도를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한미약품 신제품개발본부장 김나영 전무는 부작용 프로파일과 대사 개선 효과를 동시에 강조했다. 그는 약물 부작용이 적을수록 복약 편의성과 치료 지속성이 높아져 장기 관리에 유리하다며,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위장관 이상반응이 상대적으로 적으면서 비만과 대사질환을 통합 관리할 수 있어 비만 환자뿐 아니라 당뇨병 및 대사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도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는 에페글레나타이드를 국민 비만약 후보로 규정하며 상용화 가속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GIFT 지정을 계기로 연내 허가 신청 목표를 차질 없이 추진해 내년 하반기에는 환자들이 한미 비만 신약을 실제 진료 현장에서 접할 수 있도록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국산 GLP1 비만치료제가 조기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비만 치료뿐 아니라 대사질환 예방과 관리 패러다임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동시에 고가 약가 구조, 장기 복용 부담, 생활습관 교정과의 병행 전략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산업계는 에페글레나타이드가 규제와 시장의 문턱을 넘어 실제 치료 현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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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에페글레나타이드#glp1비만신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