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AI와 엑스레이 그리드"…딥노이드·JPI, 미일 공략 가속
의료 인공지능 기술이 엑스레이 영상 장비와 결합하며 글로벌 디지털헬스케어 시장 공략의 새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의료 AI 기업 딥노이드가 엑스레이 그리드 분야 강자인 JPI 헬스케어와 손잡고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의료영상 시장 진출 전략을 구체화하면서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협력이 의료영상 장비와 AI 소프트웨어를 패키지로 제공하는 경쟁 구도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딥노이드는 JPI 헬스케어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의료영상 시장에서 공동 사업을 추진한다고 11일 밝혔다. 양사는 엑스레이 영상 품질을 좌우하는 그리드 기술과 의료영상 AI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형태의 디지털 의료기기를 해외 의료기관에 선보이는 것을 1차 목표로 삼았다.

JPI 헬스케어는 엑스레이 영상에서 산란선을 효과적으로 제거해 대비와 해상도를 높이는 그리드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드는 촬영 시 환자에게서 나온 X선 중 진단에 필요한 직진선만 센서로 통과시키고, 주변에서 산란된 불필요한 선은 차단해 영상 선명도를 높이는 핵심 부품이다. JPI 헬스케어는 이 분야에서 축적한 제조·설계 역량을 바탕으로 정밀 의료영상 장비와 AI 기반 영상 솔루션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히며 미국과 유럽, 아시아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딥노이드는 흉부 X선, CT 등 의료영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상 소견을 자동으로 탐지하고, 판독 우선순위를 제시하는 의료 AI 알고리즘과 이를 실제 병원 시스템에서 구동하는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영상에서 병변 후보를 찾고 오탐을 줄이는 딥러닝 기반 모델을 개발해 왔으며, 판독 시간이 긴 응급 영상이나 대량 스크리닝 검사에 적용해 의료진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특히 이번 협력은 엑스레이 촬영 단계에서의 영상 품질 향상과 촬영 후 판독 단계의 AI 분석을 하나의 워크플로로 묶어 최적화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기존 분절적 도입 방식의 한계를 줄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상 노이즈를 줄이고 대비를 높인 이미지는 AI 알고리즘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도 오탐률을 낮출 수 있어,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따로따로 도입했을 때보다 진단 정확도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양사는 JPI 헬스케어가 이미 확보한 글로벌 영업 네트워크를 활용해 딥노이드의 의료 AI 솔루션을 해외 시장에 동시 공급하는 전략을 취한다. 엑스레이 장비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AI 판독 소프트웨어를 번들 형태로 제안하거나, 기존 고객사 설치 장비에 AI를 추가 탑재하는 식의 업그레이드 모델도 검토 대상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통해 미국과 일본 의료기관이 요구하는 영상 품질과 판독 효율 개선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미국과 일본은 의료영상 장비 보급률과 영상 촬영 건수가 높은 시장으로, AI 기반 판독 보조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인구 고령화로 인해 흉부 X선과 CT를 활용한 만성질환 관리와 암 조기 검진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방대한 영상을 제한된 전문 인력이 판독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고 있어 판독 지원 AI 도입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딥노이드와 JPI 헬스케어는 미국과 일본 현지 인허가와 보험 등재도 공동으로 추진해 상용화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미국에서는 식품의약국의 의료기기 인허가를, 일본에서는 후생노동성 및 관련 평가 기관의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이후 의료행위 또는 장비에 대한 보험 적용 여부가 시장 확산 속도를 좌우하는 구조다. 양사는 JPI 헬스케어가 보유한 해외 법인과 규제 대응 경험을 활용해 인허가 기간을 줄이고 현지 보험 수가 체계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김진국 JPI 헬스케어 대표는 양사의 협력이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JPI 헬스케어의 글로벌 네트워크 위에 딥노이드의 의료 인공지능 역량을 더해 국내외 의료진에게 더 높은 진단 정확도와 효율성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JPI 헬스케어가 의료영상 분야 글로벌 리더로 도약할 수 있는 모멘텀을 확보했다는 평가도 내놓았다.
최우식 딥노이드 대표는 의료 AI와 의료영상 장비의 결합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전반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두 기업의 핵심 역량을 묶어 해외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 우위를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딥노이드가 지속가능한 글로벌 성장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의료영상 업계에서는 장비 제조사와 AI 기업 간 전략적 제휴가 활발해지는 글로벌 흐름 속에서, 이번 협력이 국내 기업의 해외 시장 입지를 넓히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의 인허가와 보험 등재 여부에 따라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 속도가 갈릴 수 있는 만큼, 산업계는 양사의 통합 솔루션이 현지 의료 시스템에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