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변동성 경계 신호”…기재부·완성차, 외환협력 강화→환헤지 확대 촉구
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이 원화 변동성 확대 우려가 고조되는 시점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와 기아,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핵심 수출기업의 임원들을 한자리에 불러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했다.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번 간담회는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업이 외환 수급과 선물환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해 구성됐으며, 수출 중심 산업 구조가 환율 변동에 취약한 한국 경제의 구조적 특성에 대한 점검 성격도 내포하고 있다. 이 차관은 국가 경제와 민생에 미치는 수출 대기업의 영향력을 강조하며 환리스크 관리 체계를 보다 정교하게 갖출 것을 주문했다.
정부는 15대 수출입 대표 품목 가운데 상위 2개인 반도체와 자동차, 그리고 주요 선물환 공급 주체인 조선업을 외환시장 안정의 축으로 재규정하고, 이들 업종이 시장에 공급하는 달러 유동성이 원화 변동성을 완충하는 핵심 안전판이라는 점을 재차 부각했다. 이 차관이 환 헤지 확대를 언급한 대목은 선물환 매도와 같은 전통적 수단을 적극 활용해 실수요 기반 외환 공급을 늘리자는 메시지로 해석됐다. 최근 글로벌 통화정책 기조 변화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며 원화 환율이 짧은 기간 내에 넓은 폭으로 움직이는 구간이 반복되고 있는 만큼, 수출 대금 수취 시점과 원화 환전 시점 사이의 괴리를 줄이는 정교한 헤지 전략이 자동차와 반도체, 조선 기업의 수익성과 투자 계획에 미치는 파급력도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말 구윤철 부총리 겸 장관이 예고한 수출기업 환전과 해외투자 현황의 정기 점검 방침을 제도화하기 위해 외화업무지원 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켰고, 이날 간담회에서 이 조직의 역할과 향후 협조 방향을 기업에 상세히 설명했다. TF는 개별 기업의 외화 조달·운용 구조를 면밀히 파악해 외환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을 사전에 확인하고, 필요 시 정책 수단과 민간의 헤지 전략을 조율하는 창구로 기능할 전망으로 평가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수출기업 임원을 직접 만난 자리에서 정부와 기업이 외환시장 안정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상호 이익을 도모하는 협력 모델을 모색했다고 전하며, 기업 측도 안정된 환율 환경이 중장기 투자 결정과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운용에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정부 요청에 보조를 맞추겠다는 뜻을 밝혔다. 자동차 산업을 포함한 수출 주력 업종이 외환시장 안정의 주체로 재위치되면서, 향후 환율 흐름은 정부의 정책 시그널과 대기업의 선물환·스왑 포지션 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관측된다.
